대법원은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아 해임된 검찰 수사관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진하 기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폭언을 일삼아 해임된 검찰 수사관이 징계 취소 소송에 나섰으나,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전직 검찰 수사관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2005년에 임용된 A씨는 제주지검에서 검찰주사보(7급)으로 근무했고 2018년 2월부터 10월까지 수사관, 사무원 등을 상대로 성희롱과 폭언 등의 혐의로 해임 처분됐다.

A씨는 여성 동료들에게 "키스 한번 하자" "(특정 직원을 가르키며) 옷 입은 거 봐라, 나한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온 것이다" "(동료 직원의 손을 잡으며) 젊은 애인 구했어" 등의 성희롱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술자리 참석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후배를 투명 인간처럼 취급하고, 자신이 인사 업무 담당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내가 무슨 담당이냐, 너는 내일 해고야" 등의 폭언도 일삼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처분의 혐의사실 중 일부는 과장·왜곡됐거나 대화의 맥락을 무시한 채 일부 발언이 부각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검찰의 징계가 정당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은 징계처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며 1심을 뒤집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진술서 등 관계 서류에 피해자들의 실명이 담기지 않아, A씨는 피해자들이 누군지 몰라 이들의 진술을 반박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등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관련 서류에 실명이 적혀있지 않는다고 해서 A씨가 혐의 사실을 반박하거나 소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2차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실명 등 구체적인 인적사항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A씨의 사건은 실명만 없을 뿐 일시·장소·행위 유형 등 각 혐의 사실들이 서로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는 해임처분 과정에서 의견진술기회를 부여받아 이 사건 각 징계혐의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진술하기도 했다"며 "징계 절차상 A씨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이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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