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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의 차이만큼 깊은 품격 느껴지는 영화 헤어질 결심
9  가을그림자 2022.06.30 10:16:34
조회 342 댓글 0 신고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3명을 꼽으라고 하면 다들 이렇게 꼽을 겁니다.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세명의 감독은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무려 20년 가까이 한국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좀 질리긴 합니다. 명감독은 명감독대로 흘러가고 새로운 물이 들어와야 하는데 요즘 뜨는 30~40대 감독이 있나요? 거의 없습니다. 마치 유재석이 20년 넘게 한국 예능 방송을 꽉 잡고 있는 것이 과연 좋은 모습일까 하는 생각처럼 3명의 감독 다음이 없다는 것이 너무 불안스럽네요.

언젠가 이 3명의 감독들은 다른 감독들처럼 젊었을 때의 총명함과 열정이 떨어지고 서서히 잊혀질 것이 확실하니까요. 그럼에도 마지막 작품이 최고의 작품이 되길 간절히 기원하고 있습니다. 

쎈 영화만 만들던 박찬욱 감독이 이런 고품위 영화를?
노신사의 유연함이 가득했던 <헤어질 결심>

정말 횛니다. 너무 쎄요. <올드보이>에서 장도리로 이를 뽑는 장면이나 <아가씨>의 마지막 엔딩 장면이나 <박쥐>나 <복수는 나의 것>이나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횛니다. 강렬한 장면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대부분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그러나 이번 주에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다릅니다.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범죄도시 2도 15세 관람가이지만 두 영화는 크게 다릅니다. <헤어질 결심>은 폭력 장면도 없고 성적 묘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많지도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박찬욱 감독 영화가 맞나? 할 정도로 적고 작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박찬욱 감독은  자신은 잔혹하고 쇼킹한 장면을 연출하면서 다른 영화의 잔혹한 장면은 잘 못 보는 소심쟁이입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드디어 박찬욱 감독이 힘빼면서 안타나 홈런을 치는 노회 한 베테랑 야구 선수가 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조형성이 비슷한 피사체를 통한 컷 전환을 넘어서 이제는 비슷한 소리로 컷 전환하는 능수능란한 컷 달인의 느낌까지 드네요. 영화 초반 바위 꼭대기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서 후배 형사가 장해준 형사(박해일 분)에게 헬기라도 타야 하냐고 묻자 헬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그 소리는 헬기 소리가 아닌 전동 로프를 타고 올라가는 소리더라고요. 순간 피식했네요. 

 

영화 전체가 컷을 넘기는 능수능락함이 가득합니다. 그렇다고 기교를 잔뜩 부리는 객기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할 때만 툭툭 넣거나 슬며시 넣어서 과하지 않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는 컷 전환들이 많습니다. 이게 바로 경륜이죠. 젊었을 때는 경험이 일천해서 기술에 매료되어서 별 기술을 다 넣으면서 자신의 테크닉을 과시하죠. 그러나 나이 들어서 그 객기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이불킥 하게 됩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곧 환갑이 되어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 과하지도 소박하지도 않는 선에서 자신의 기교를 적당하지만 진하게 보여줍니다. 

여전히 벽지애호가의 면모는 버리지 않았습니다. 벽지 하면 박찬욱 감독이죠. 벽지를 통해서 인물들이 감정과 상황을 잘 묘사하죠. 그래서 영화 전체가 명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류성희 미술감독의 힘이 여실히 발휘됩니다. 

많은 영화를 봤지만 피해자이면서도 용의자로 의심받는 여주인공을  취조하는 형사가 취조실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서 취조실이 데이트 장소로 느껴졌을 정도니까요. 영화 후반 드론 장면도 인상 깊습니다. 한쪽은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도로 건너편은 안전한 뭍. 이렇게 영화는 시종일관 아름다운 컷과 장소에 대한 미장센이 박찬욱 감독 영화라는 표식을 가득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면서 박찬욱 감독이 40대 노장 투수가 되어서 툭툭 던져서 스크라이크를 가볍게 잡는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이래서 나이 드는 것이 좋아요. 능수능란하거든요. 

용의자를 관찰하다가 사랑에 빠진 친절한 장 형사

요즘 대중 영화 스타일이 있죠. 영화 초반 15분 안에 관객을 사로 잡아야 합니다. 액션을 넣던 큰 사건이 터져야 합니다. 그것도 일단 터트리고 관객이 뭐지? 뭐지? 어리둥절할 때 미끼를 서서히 풀죠. 이 사건은 왜 일어났을까? 누가 범일일까? 하는 스릴을 넣죠. 그런데 이런 영화들은 영화관 문을 열고 나오면 다 휘발됩니다. 

 

퀴즈를 풀고 그걸 하루 종일 기억하나요? 퀴즈의 정답을 맞히거나 틀릴 때의 쾌감과 고통은 1분도 안 넘어갑니다. 그런 면에서 박찬욱 감독은 서서히 스며들게 합니다. 서서히 달아오르고 서서히 식는 뚝배기처럼 서서히 온도를 올립니다.

 

 기도수라는 60대 남자가 높은 바위산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이 사건을 맡은 부산 경찰서 팀장인 장해준(박해일 분)는 후배 경찰 오수완(고경표 분)과 이 사건을 추적합니다. 일단 아내인 중국인인 송서래(탕웨이 분)를 부릅니다. 한국말이 부족한 송서래는 미모의 유부녀로 자신을 의심하는 눈치를 피하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합니다. 간병인으로 여러 노인들을 간병합니다. 남편이 죽던 월요일에는 할머니 간호를 하고 있었고 알리바이는 증명되었습니다. 

이에 점점 송서래는 피의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특히 자신의 할아버지가 독립군 출신으로 건국훈장까지 받았고 국가 유공자 자격으로 불법체류자를 넘어서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남편 기도수가 건국훈장을 받게 도움을 주고 수십 명의 중국 밀항자 중에서도 유일하게 중국으로 추방되지 않은 이유이며 기도수와 결혼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친절한 장해준 형사(박해일 분)은 용의자인 송서래 아파트 집을 밤낮으로 감시합니다. 사람은 감시하면 자신이 우월자로 인식해서 관찰당하는 사람을 쥐락펴락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 때문인지 아니면 서래의 뛰어난 미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장해준 형사는 서서히 송서래에 빠져듭니다. 

하지만 후배 오수완 형사는 다릅니다.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전과가 있는 송서래의 연쇄 살인을 의심하죠. 살인도 담배처럼 처음이 어렵지 한 번 맞을 보면 계속하게 된다고요. 실제로 많은 연쇄 살인범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강력한 알리바이가 있는 송서래는 용의선상에서 빠지게 되고 남편 기도수는 자살로 결론 냅니다. 

장해준은 몇번 다그치면서 용의선상에 놓지 않으려고 하지만 다른 사건 처리도 있고 상사의 닦달에 자살로 사건을 종결합니다. 이에 후배 오수환 형사는 불같이 화를 내고 너무 화가 나서 송서래 아파트까지 찾아가서 깽판을 칩니다. 이에 장해준 형사는 송서래에게 사과를 합니다. 장 형사는 송서래에게 자살로 결론 났다고 통보를 한 후 사건은 종결하지만 장 형사와 송서래는 그때부터 더 깊은 관계가 됩니다. 

마침내 두 사람의 불륜이 시작되다

이 단락은 약한 초반 스포가 있으니 건너띄고 다음 단락으로 가셔도 좋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듭니다. 장 형사는 심한 불면증을 앓고 있습니다. 잠이 안와서 잠복을 한다는 장 형사의 불면증을 송서래가 재워줍니다. 송서래는 불면의 원인이 벽에 가득 붙인 미제 사건을 촬영한 사진들 때문이라면서 사진 속 미제 사건에 결정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서히 서로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자신을 감시하면서 애플 워치로 녹음한 녹음 파일을 서로 들으면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합니다. 그러나 장 형사는 마음속에서 갈등을 합니다. 송서래와 있으면 꿀잠을 잘 정도로 편하지만 피의자이자 용의자인 송서래를 의심해야 한다는 형사의 기본자세도 놓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추락 사고를 추적하다가 송서래의 결정적인 용의 단서를 찾게 됩니다. 이미 사건은 종결되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고 송서래의 자백까지 받아냅니다. 그러나 장 형사는 결정적인 증거인 스마트폰을 바다에 던지라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불륜은 더 깊어질 수 있었지만 장 형사는 지금까지 지켜온 형사로서의 품위가 붕괴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안개가 자욱한 도시이자 아내가 근무하는 핵발전소가 있는 이포로 전근을 갑니다. 그렇게 영화는 2부가 시작됩니다. 

의뭉스러운 송서래와 장 형사의 안개 같은 관계

영화 <헤어질 결심>은 1967년 김수용 감독의 연출작인 <안개>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영화입니다. 영화 주제곡으로 두 영화는 정훈희의 안개가 흘러 나옵니다. 영화 <안개>는 김승옥 소설가의 단편 소설인 '무진기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안개는 주인공이 볼 것이라고는 안개 밖에 없는 지독하게 가난한 무진이라는 곳을 떠난 후 제약회사 사장 딸인 유부녀와 결혼해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 무진에서 유부남인 주인공에게 서울로 데려다 달라고 하는 인숙을 만나게 됩니다. 안갯속의 마음처럼 사랑과 성공 속에서 갈팡질팡하고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우리들 속의 속물근성을 담은 명작 영화입니다. 

장 형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송서래를 사랑하지만 송서래를 사랑하려면 지금의 형사 지위와 가정을 포기해야 합니다. 현실과 마음 사이에서 정체모를 감정을 안개 속에 숨기면서 삽니다. 송서래를 떠나서 사는 장 형사는 매일 같이 말라갑니다. 그러다 다시 송서래를 이포에서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불륜 사이이고 이 관계를 아는 사람은 두 사람 밖에 모릅니다. 송서래는 또 다른 남편과 함께 있었습니다. 서로는 눈빛으로 여전히 식지 않은 감정을 나눕니다.

그러던 중 송서래의 남편인 애널리스트가 사망하는 사건이 터집니다. 또 남편이 죽었다? 당연히 장 형사는 송서래를 의심합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걷잡을 수 없이 진동을 하게 되고 안갯속에서 펼쳐지는 두 주인공 사이의 감정과 이야기가 엉키게 되면서 이야기의 밀도와 재미가 증가하게 됩니다. 

산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향하고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

영화는 산에서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바위산에서 추락사한 남편을 통해서 산에서 만남을 시작합니다. 핸섬하고 젠틀한 장해준 형사는 용의자 일 수도 있는 송서래에게 비싼 초밥 도시락을 대접합니다. 극진한 대접입니다. 이게 장 형사의 스타일인지 흑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분명 송서래는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삶을 살아와서인지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산에서 내려와서 산 중간에 있는 사찰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밀회를 즐깁니다. 그러나 엄혹한 현실 앞에서 둘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러나 안개가 특산품인 이포에서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바닷가로 이어집니다. 영화 마지막은 바닷가에서 끝나는데 그 모습이 아직도 마음속에 파도를 일으키고 있네요. 너무나 멋진 엔딩 장면에 역시 박찬욱 감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마치 <올드보이> 마지막 장면에서 오대수가 혀를 자르고 기억을 망각한 그 장면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탕웨이가 입고 있는 의상 색깔에 주목해라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탕웨이가 연기하는 송서래의 마음을 입고 있는 옷의 색깔로 표현했다는 겁니다. 송서래가 폭력을 행하거나 당할 때는 붉은 옷을 입고 나옵니다. 옷만 봐도 섬뜩할 정도입니다. 송서래의 마음이 장 형사를 떠날 때는 파란색으로 장 형사와 가까워지면 청록색 옷을 입습니다. 보통 우리는 산과 바다를 파랗다고 하죠. 그러데 이 파랗다는 단어 속에는 녹색도 파랗다고 하고 파란색도 파랗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신호등을 보고 파란 신호등이라고 하죠. 파란색과 녹색은 다른 색입니다. 그런데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녹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색이 바로 청록색이고 이 청록색이 두 사람의 관계와 비슷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숨겨야 할 사랑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사랑이자 첫사랑일 수 있습니다. 보는 시선에 따라서 색이 달라 보이듯 사랑도 달라 보입니다. 이는 같은 사건을 두고 공교롭다와 불쌍하다는 단어 선택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송서래를 보는 관객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연쇄 살인범이야? 사랑꾼이야? 사랑에 진심인 연쇄 살인범도 있을까? 보통 연쇄살인을 하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지 않을까 식으로 시종일관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서 갈등과 갈팡질팡을 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진심을 잘 알지 못합니다. 마치 안개속에서 손을 잡고 걷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이 의뭉스러운 관계가 영화를 끝까지 이어가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정체 모를 감정들과 서로의 진심을 서로 의심하면서 보다 보니 불안감은 더 커지고 이 불안감은 영화의 진폭을 더 크게 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송서래가 장형사를 뒤에서 안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너무 긴장하고 봤네요. 포옹이 긴장이 된다고? 영화 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그만큼 이 영화는 송서래라는 인물의 의뭉스러움과 장형사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속에서 요동을 치게 하고 이게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주게 합니다. 

 

또 하나의 소품은 안약으로 장 형사는 수시로 안약을 넣습니다. 눈 병 때문이지만 저에게는 이게 꼭 가짜 눈물을 넣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사랑이면 과감하게 가정을 깨고 가야 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습니다. 

초중반 박해일만 보이다가 영화 후반 탕웨이의 연기에 놀라다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박해일이야 두말 하면 잔소리입니다. 그러나 46세의 이 배우가 이렇게 멋진 배우였나? 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와 매너에 탐복하게 됩니다. 탕웨이가 칸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기에 오히려 박해일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야 했던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연기가 매끈매끈하네요. 

그러나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알듯 모를듯한 탕웨이의 표정과 어눌한 대사 속에서 피어나는 탕웨이의 눈빛 연기가 빛을 발합니다. 많은 조연 배우들이 등장하지만 2시간 20분 동안 두 배우가 거의 다 이끌어가고 이 두 사람의 갈등과 의심과 관심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놀라울 정도로 잘 담고 있습니다. 

용의자일 때 만날 수 있는 기이한 두 남녀

영화 <헤어질 결심>을 한 장면으로 표현한다면 위 포스터입니다. 두 사람은 불륜입니다. 따라서 만남을 이어가려면 모든 것을 걸어야 합니다. 그래서 만남을 드러내서 이어갈 수 없습니다. 유일한 합법적이고 공개적인 만남을 할 수 있는 건 서로 수갑을 차고 이동을 하고나 취조실에서 나누는 대화입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용의자와 사랑을 하는 형사. 형사의 입장에서는 용의자의 죄를 입증해서 감옥에 보내야 하지만 그 용의자를 형사가 사랑하면 증거를 오히려 삭제하고 증거를 버리라고 도망갈 길을 알려줍니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어떻게 이런 설정을 했을까 할 정도네요. 

감정을 말로 오롯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서글픔

송서래는 중국인입니다만 독립군 할아버지를 둔 개국공신이라서 한국 국적을 취득합니다. 중국인이지만 한국인이기도 합니다. 이것도 영화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사는 조선족들의 슬픈 얼굴과 닮았습니다. 조선족 분들 중에 독립 활동을 한 분들이 많죠. 이후 공산당이 집권한 중국에서 중국인으로 살게 됩니다. 

한국에 살지만 한국어가 서툴러서 일상 대화는 한국어로 하지만 자신의 깊은 감정을 말할 때는 통역앱을 통해서 말합니다. 이는 뛰어난 묘사입니다. 외국인들이 복잡한 자신의 심정을 담아서 말할 때는 모국어를 이용하죠. 그렇게 진심은 각자의 언어로 말합니다. 

 

이런 서로의 국적 차이와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나오는 장면이 통역앱의 오류 장면입니다. 고양이가 까마귀를 물어 죽이자 까마귀를 묻어주면서 고양이에게 중국말을 합니다. 그걸 몰래 녹음한 장 형사가 번역 앱으로 번역하니 그 형사의 심장을 가져달라고 번역을 합니다. 누가 봐도 살인마의 언어죠. 그런데 그 이야기를 송서래 앞에서 꺼내자 송서래는 그건 심장이 아닌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럼 사랑꾼 아닌가요? 이렇듯 우리는 같은 말을 해도 번역자의 실수이건 오해이건 제대로 전달이 안 될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오해는 영화 후반 결정적인 사건을 일으킵니다. 

 

다 보고 나면 슬픈 마음이 일렁거리게 됩니다. 일렁이는 파도 속에서 숨겨져 있던 진실들이 썰물이 빠져 나가면서 서서히 밝혀지고 그 진실 앞에서 허망함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마음이 저 멀리 떠내려가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런 영화류를 싫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심오하거나 복잡한 내러티브의 영화를 싫어하는 분들이 있죠. 그러나 이 영화 그렇게 어려운 영화가 아닙니다. 이야기도 심플합니다. 다만 두 남녀 주인공 사이의 복잡한 감정이 마음을 시종일관 요동치게 합니다. 

 

설렁설렁 시작해서 거대한 파도 앞에서 거장 박찬욱의 품격을 느끼게 하네요. 이 감독님은 나이들수록 더 진해지는 느낌이네요. 이제는 타석에서 투수석에서 힘 빼고 안타 치고 스트라이크 던지는 법을 제대로 안 느낌까지 드네요. 

뛰어난 멜로드라마입니다. 2시간 20분 짜리 명화를 감상한 느낌이네요. 모든 사람이 좋아할 만한 대중성은 좀 떨어질 수 있어서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지 않지만 멜로드라마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명작 영화네요. 추천하고 또 추천합니다. 영화 다 보고 흐르는 정훈희, 송창식의 노래 안개를 다 들을 정도로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저 멀리 떠내려가는 슬픈 사랑 이야기 때문에요. 

 

별점 : ★★★★☆
40자 평 : 너를 만나기 위해 목숨 을 건 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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