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名器)  /이건청


바이올린 한 대가
180억원에 팔렸다고 한다.
1721년 산, 스트라디바리우스.
그리고 과르네리는
세계에 120여 대밖에 남지않은 명기중의 명기.

그런데, 이런 희귀 명품 바이올린이나 첼로도
악기마다 소리 특질이 다르다고 한다.
오랜 기간, 정상 연주가들을 거치며
악기의 음질이 어찌 공그러졌는지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

악기의 팔 다리, 겨드랑이며 성감까지를 반려로
함께 한 생애를 살던
정상의 바이올리니스트나 첼리스트가 죽고
죽은 연주자의 몸과 혼에 부딪치며
최적화된 악기들이 남게 된다는 것.

겨우 겨우 세상에 남겨진 악기 몇 개가
죽은 사람들이 남기고 간 황홀들을
면면히 풀어
300년이 지나도록 파아란 울림을 살려내는 악기도 있다는데
세상이 이런 악기를 일러 명기라 부른다 한다.

ㅡ『시인시대』(2021,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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