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사랑방 - 함순례
100 뚜르 2021.11.25 08:42:31
조회 202 댓글 3 신고

사랑방 - 함순례

울 아부지 서른, 울 엄니 스물 셋 꽃아씨, 아부지 투덕한 살집만 믿고 신접살림 차렸다는디, 기둥 세우고, 짚과 흙 찰박찰박 벽 다져, 오로지 두 양반 손을 집칸 올렸다는디, 부쳐먹을 땅뙈기가 없는 기라

내사 남아도는 게 힘이여 붉은 동빛 박지르며 집을 나서면 이윽이윽 해가 지고, 어둠별 묻히고야 삽작을 밀고 들어섰다는디, 한 해 두 해 불어나는 전답, 울 엄니 아부지 얼굴만 봐도 배가 불렀다는디……

늘어나는 것이 어디 그뿐이랴 울 엄니 이태가 멀다 실제 배가 불렀다는디, 갈이질에, 새끼들 가동질에, 하루 해가 지는지 가는지 하 정신 없었다는디, 울 아부지 저녁밥 안치는 엄니 그대로 부엌바닥에 자빠뜨린 거라

그 징헌 꽃이 셋째 딸년 나였더란다 첫국밥 수저질이 느슨할 밖에……임자 암 걱정 말어 울 아부지 구레나루 쓰윽 훑었다는디, 스무 날을 넘기자 사랑방 올린다고 밤새 불을 써 놓고 퉁탕퉁탕 엄니 잠을 깨웠드란다 모름지기 사내 자슥 셋은 되야 혀 그때 되믄 계집애들이랑 분별하여 방을 줘야 않겄어!

그렇게 맨몸으로 생을 일궜던 울 아부지, 성 안 차는 아들 두 놈 부려놓고 이젠 여기 없네.

- 시집『뜨거운 발』(애지, 2006)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5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중복글 관련 안내드립니다(2019.07.01)  (5)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3)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6)
그대의 바다에서  file 모바일등록 new (1) 가을날의동화 21 01:30:33
삶을 사랑하자  file new 은꽃나무 19 00:53:44
그만 내려놓으시오   new 은꽃나무 18 00:53:40
산보길   new 은꽃나무 14 00:53:36
인생의 작은 교훈들  file new (1) 하양 19 00:19:58
다섯 가지 질문  file new (1) 하양 12 00:18:47
본질이 먼저다  file new (1) 하양 17 00:13:04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new 산과들에 71 22.05.24
설야   new 산과들에 53 22.05.24
고독하다는 것은   new (1) 산과들에 57 22.05.24
여름 왔다고 알림이 메꽃  file new 미림임영석 103 22.05.24
죽은 잎사귀의 반전   new 뚜르 146 22.05.24
나무 그늘   new (3) 뚜르 136 22.05.24
사과밭 - 이병초   new (1) 뚜르 101 22.05.24
♡ 황금 열매들의 노래  file new (2) 청암 126 22.05.24
남편이라는 나무   new 네잎크로바 84 22.05.24
자고 싶은 선풍기  file new (1) 예향도지현 85 22.05.24
고목에도 꽃이 핀다  file 모바일등록 new (1) 김별 121 22.05.24
닳다  file 모바일등록 new (2) 가을날의동화 170 22.05.24
흘러내림   도토리 85 22.05.24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