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뒤늦게 선택한 길
100 뚜르 2021.10.20 09:19:19
조회 298 댓글 2 신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게다.


이렇게 늦다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학교에 적은 두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는데,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 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하는 짓인가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 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아있는 석사 학위가 아니었다.
첫 학기 첫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이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반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한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 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파인북 '오늘 명언 좋은글'>

8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중복글 관련 안내드립니다(2019.07.01)  (5)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2)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6)
나 다시 태어난다면  file 모바일등록 new 가을날의동화 28 00:50:37
일 잘하는 사내  file new 하양 13 00:31:25
행복유예선언  file new 하양 16 00:30:28
커피 이야기  file new 하양 8 00:29:37
당신의 오늘 하루는 어땠습니까?  file new 은꽃나무 12 00:01:11
행복은 우리가 마시는 산소 같은 것입니다   new 은꽃나무 14 00:01:07
눈 위에 남긴 발자국   new 은꽃나무 13 00:01:04
할 수 있는 한   new 그도세상김용.. 12 22.01.20
향기 나는 부부가 되는 길   new 그도세상김용.. 10 22.01.20
겨울나그네   new 대장장이 49 22.01.20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new 산과들에 61 22.01.20
봄의 말   new 산과들에 48 22.01.20
슬픔   new 산과들에 40 22.01.20
1년 마지막 절기 대한(大寒)  file new 미림임영석 70 22.01.20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new 대장장이 90 22.01.20
마음이 마음에게   new 대장장이 93 22.01.20
마음속에 슬픔은 언제나~  file new 미림임영석 79 22.01.20
두드려야 희망이 있습니다   new (1) 김용수 103 22.01.20
♡ 희망의 힘  file new (1) 청암 131 22.01.20
어린 마음   new 네잎크로바 77 22.01.20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