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충만함과 불안함
100 하양 2021.09.23 00:10:50
조회 976 댓글 0 신고

 

 

충만함과 불안함

 

맛 좋은 커피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돈 없던 시절,

친구는 어느 더운 여름날에

나에게 크림라떼를 사줬다.

 

이름에 걸맞게

유리잔의 아래쪽에는

황갈색의 진한 라떼가 있었고

위쪽에는 묵직하며 크림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잔을 들고

그것을 조금 마셔보았다.

 

그러자

차갑고 묵직하며 달콤한 크림과

뜨겁고 진하며 씁쓸한 커피가

입술을 지나 목구멍으로 금세 곤두박질쳤다.

 

둘의 조화에

큰 감명을 받은 나는,

세상이 빈틈없이 충만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음료를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내 안에는 충만함만큼 불안감도 피어올랐다.

 

충만함 뒤의 불행을 상상하는 것은

나의 습관이었다.

그것은 행복한 순간이

곧 끝나버릴 것이라는 불안이었다.

 

크림라떼를 마셨던 날처럼

나는 친구와 함께 즐겁게 놀고 오는 날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 앉아

다시 찾아올 강력한 통증에 대해,

다시 시작될 침대 생활에 대해 상상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몸에 달라붙은 상상력은

불안의 충실한 원동력이 되어간다.

 

- 이다울, ‘천장의 무늬-

6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중복글 관련 안내드립니다(2019.07.01)  (5)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2)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6)
시인 임감송의 장기판  file 모바일등록 new 김하운 2 12:53:39
찾아온 겨울의 진객 백조  file new 미림임영석 27 11:06:31
인생의 숙제   new 도토리 42 09:52:59
뱃사공의 기도 / 정연복   new 도토리 20 09:51:48
12월의 노래   new 도토리 46 09:50:15
나무의 성장통   new 김용수 50 08:33:55
♡ 기쁨은 장소가 없습니다  file new 청암 91 08:14:52
12월의 기도 /청초 이응윤   new 뚜르 104 08:13:42
팔베개 - 홍해리   new 뚜르 74 08:09:04
어릴 적 신발   new 뚜르 81 08:08:46
겨울 사랑  file new 예향도지현 82 07:48:57
마음속 도화지   new 네잎크로바 56 07:16:10
꽃 무릇 / 천숙녀  file new 독도시인 35 06:33:53
12월의 시  file 모바일등록 new (2) 가을날의동화 154 01:10:25
사는 일이 쓸쓸할 때  file new 하양 143 00:34:00
사랑  file new (2) 하양 90 00:31:14
기울어가는 부양  file new 하양 82 00:27:49
그럴 일은 없겠지만   new (1) 은꽃나무 63 00:24:48
굴뚝집   new 은꽃나무 43 00:24:46
겨울 채비   new 은꽃나무 71 00:24:44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