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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인피니티 사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MCU의 흥미로운 새 출발점
13  쭈니 2021.09.02 16:14:54
조회 53 댓글 0 신고

감독 : 데스틴 크리튼

주연 : 시무 리우, 양조위, 아콰피나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의 새로운 시작

'아이언맨'의 위대한 희생과 '캡틴 아메리카'의 아름다운 은퇴로 끝을 맺은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개봉한지도 어느덧 2년하고 4개월이 흘렀다. '아이언맨'을 너무나도 사랑하던 아들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보고 나서 충격을 받은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렇게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했던 MCU 인피니티 사가는 2019년 [어벤져스 : 엔드게임]과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으로 10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누구에겐가는 고작 SF 영화일 뿐이겠지만, MCU 인피니티 사가는 나에게는 깊은 여운을 안겨줬다. 그리고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의 새로운 출발에 대한 기대감도 품게 되었다. 과연 MCU 페이즈 4는 인피니티 사가를 뛰어넘는 새로운 영화적 재미를 나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하여 기다림은 길어졌다. 2020년 개봉 예정이었던 MCU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었고, 디즈니가 야심 차게 준비한 OTT인 디즈니 플러스에서 <완다비전>, <팔콘과 원터 솔져>, <로키 시즌 1>을 공개하며 페이즈 4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가 되지 않아 나는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드디어 페이즈 4의 첫 영화 [블랙 위도우]가 개봉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페이즈 4의 새로운 시작이라기보다는 인피니티 사가의 여운에 허덕이는 나와 같은 MCU 팬을 위한 서비스였다. 결국 이번 주에 개봉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야말로 진정한 페이즈 4의 시작인 셈이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먼저 안겨줬다. 페이즈 4의 새로운 영웅 '샹치'를 연기한 시무 리우가 이웃집 아저씨 같은 포근한 인상으로 인류를 위협하는 막강한 빌런과 싸워야 하는 슈퍼 히어로와는 어울리지 않았고, 영화의 예고편은 중국의 무협 판타지 영화와 비슷하여 이질감마저 느끼게 했다. 혹시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가 황당한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불안감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관람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개봉하는 날, [블랙 위도우] 이후 거의 2개월 만에 온 가족이 극장으로 모였다. 회사에서 칼퇴근을 감행한 나와 아내, 그리고 고3 모의고사가 끝낸 아들까지. 그렇게 우리 가족도 드디어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의 새로운 시작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샹치' 그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과연 MCU 페이즈 4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슈퍼 히어로 '샹치'는 누구인가? '샹치'는 1970년대 미국에서 이소룡 붐이 일자 마블 코믹스에서 재빨리 이소룡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낸 중국계 슈퍼 히어로이다. '샹치'가 마블 코믹스에 첫 등장하는 것이 1973년이고, 이소룡은 1973년 7월 20일 돌연 세상을 떠났으니 참 묘한 인연이다. 이소룡을 모델로 만들어낸 슈퍼 히어로인 만큼 '샹치'의 주요 능력은 어렸을 적부터 모진 훈련으로 다져진 쿵후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MCU가 어떤 곳인가? 인간계에서는 신으로 추앙받는 '토르'와 행성 하나쯤은 파괴할 능력이 있다고 하는 '헐크', '캡틴 마블'이 활약하는 곳이 아니던가. 과연 쿵후 실력 하나로 '샹치'는 이 험난한 MCU에서 버틸 수 있을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시무 리우)의 첫 등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호텔 발레파킹 기사로 일하는 장면이다. '샹치'라는 본명 대신 션으로 이름을 바꾸고, 케이티(아콰피나)라는 사고뭉치 친구와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샹치'. 두 사람이 친해진 계기가 학창 시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던 션을 케이티가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샹치'는 철저하게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살아왔음을 알 수있다. 하지만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어머니의 유품인 펜던트를 빼앗으려는 괴한들과 싸움을 벌이며 '샹치'의 능력이 드러난다. 처음엔 그저 별 볼일 없는 강도라고 생각했지만 팔 한쪽을 레이저 칼로 무장한 레이저피스트의 등장으로 싸움은 점점 위험해지고, 결국 '샹치'는 펜던트를 빼앗기고 만다.

이 장면에서 만약 '샹치'가 아닌 '아이언맨'이었다면, '스파이더맨'이었다면 악당들은 붙잡히고 싸움은 간단히 정리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특별한 초능력이 없이 맨몸으로 싸워야 하는 '샹치'였기에 대형 참사가 될 뻔한 위기를 맞이한다. 게다가 악당들은 도망치고 펜던트도 빼앗겼으니 이건 '샹치'의 완벽한 패배이다.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샹치'에게 필요한 것은 쿵후 실력이 아닌 뭔가 특별한 초인적인 능력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평범한 능력을 지닌 '샹치'가 MCU에 어울리는 슈퍼 히어로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샹치'에겐 텐 링즈가 필요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보기 전,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만다린의 등장이다. 마블 코믹스에서 '아이언맨'의 숙적으로 등장했던 만다린은 2013년 개봉했던 [아이언맨 3]에서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지만 영화 속 만다린은 알드리치 킬리언(가이 피어스)이 배우 트래버 슬래터리(벤 킹슬리)를 기용해 만든 가짜였음이 드러나며 만다린을 기다려온 마블 코믹스 팬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줬다. 하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샹치'가 만다린의 아들이라는 설정이 소개되며 다시금 기대감을 부풀려 놓았다. 게다가 진짜 만다린을 연기하는 배우가 무려 양조위라니... '샹치'보다 만다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만다린은 마블 코믹스의 설정과는 조금 다르다. 우연히 손에 넣은 텐 링즈를 통해 초인적인 힘과 불로불사의 능력을 갖게 된 웬우(양조위)는 천년이 삶을 살며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정복 활동을 벌였다. 만다린은 천년의 세월을 살아온 웬우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안기기 위해 만든 수많은 이름들 중 하나일 뿐이다. 물론 웬우와 마블 코믹스의 만다린은 비슷한 점도 있다. 마블 코믹스에서 만다린은 외계의 우주선에서 무한한 힘을 지닌 10개의 반지를 얻게 되고, 그 반지의 힘 덕분에 '아이언맨'의 숙적이 될 수 있었다. 웬우에게도 '만다린'의 10개의 반지를 연상시키는 10개의 팔찌, 즉 텐 링즈가 있다. 하지만 웬우가 텐 링즈를 어디에서 얻었는지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밝혀지지는 않는다.

'샹치'에게 뭔가 특별한 초인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그래, 답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 바로 아버지인 웬우가 가지고 있는 텐 링즈이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는 만다린의 10개의 반지와는 달리 텐 링즈는 능력은 아직 크게 드러난 것이 없다. 단지 텐 링즈를 몸에 지니면 불로불사의 몸이 된다는 것과 텐 링즈를 마치 부메랑 혹은 채찍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영화 쿠키영상에서 텐 링즈가 우주 너머에서 온 물건이며, 영화에서 나온 것보다 더 많은 비밀스러운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언급했다. 웬우에게 텐 링즈를 물려 받은 '샹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보여준 것 이상으로 앞으로의 영화에서 더욱 막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샹치'의 서사보다 웬우의 서사가 가슴을 울린다.

영화는 나름 재미있었다. MCU답게 적당히 코믹스럽기도 했다. 하긴 아콰피나가 캐스팅되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비록 [페어웰]에서의 진지한 연기로 제77회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지만 아직 그녀는 진지한 연기보다는 코믹한 연기가 더 잘 어울린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도 그러한 그녀의 면모가 어김없이 발휘된다. 하지만 아콰피나가 연기한 케이티의 역할이 단순히 코믹한 조연 캐릭터는 아닌 '샹치'의 사이드 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영화 초반은 케이티의 운전 장면에서는 1994년 쟝 드봉 감독의 영화 [스피드]의 산드라 블록이 연상되기도 했고, 영화 후반부 대규모 탈로 전투에서는 화살 하나로 결정적인 역할도 해냈다. '호크아이'의 MCU 퇴장이 유력한 현재, 화살 쏘기에서 재능을 발견한 케이티. 뭔가 의미심장하다.

[아이언맨 3]에서 우스꽝스럽게 퇴장하고, MCU 블루레이 부록인 마블 원샷 [왕을 경배하라]에서 재등장했던 가짜 만다린인 트래버와 트래버의 절친 모리스도 영화의 코믹함을 주도하면서도 '샹치' 일행을 감춰진 미지의 세계인 탈로로 안내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영화 후반 펼쳐지는 탈로의 모습은 경이롭다. 예고편으로 잠깐 봤을 땐 큰 감흥이 없었는데, 막상 극장의 대형 화면으로 펼쳐진 탈로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특히 주작, 구미호, 해태, 기린 등 중국 신화 속 동물들과 영화 후반 결정적인 순간 깨어나는 거대 드래곤의 모습은 기존의 MCU에서 볼 수 없었던 판타지적 요소이기 때문에 이질적이면서도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웬우의 서사이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주인공인 '샹치'보다 빌런인 웬우에 더 마음이 쏠리는 것은 비단 양조위가 웬우를 연기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샹치'의 서사보다 웬우의 서사를 더욱 정성스럽게 만들어 낸다. 텐 링즈를 손에 넣은 후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정복 전쟁만을 일삼던 웬우가 탈로의 입구에서 신비스러운 여인 장리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과거를 청산하려 했지만 자신의 과거 때문에 장리가 죽자 복수를 위해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양조위의 섬세한 연기와 함께 영화를 보는 내게 깊은 울림을 줬다. 특히 죽은 아내가 탈로에 갇혀 있다는 망상을 하며 아내를 구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점점 과격해지는 웬우의 모습은 비록 빌런이지만 가슴이 아팠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샹치'보다 웬우에게 더 눈에 쏠렸는데, 영화를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웬우의 존재감이 컸다. 그것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유일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이제 웬우의 그늘에서 벗어난 '샹치'의 활약을 볼 수 있기를...

'샹치'의 활약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실망스러운 영화이다. '샹치'는 트라우마로 가득한 캐릭터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을 문 뒤에 숨어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며, 아버지에게 혹독한 킬러 훈련을 받아야 했고, 훈련을 끝낸 '샹치'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죽인 자에 대한 복수를 하라는 첫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한다. 다시 말해 그는 고작 14살 때 어머니의 복수라는 미명 아래 첫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 후에는 어린 여동생을 남겨두고 아버지로부터 도망가야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숨어 살았다. '샹치'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이 모든 과거의 트라우마를 떨쳐 내고 성장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웬우의 서사는 정성스럽게 완성해내면서 '샹치'의 성장을 대강 처리해버린다. 그렇기에 탈로 전투에서 '샹치'가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장면은 굉장히 뜬금없다. 웬우의 공격으로 강 밑으로 가라앉던 '샹치'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깨어나는 것이 전부이다.

따지고 보면 탈로 전투에서 '샹치'가 한 일은 별로 없다. 강 밑에서 깨어난 드래곤이 대다수의 어둠의 존재들을 무찔렀고, 결정적인 한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케이티에게서 나왔으니까. 결국 '샹치' 입장에서 탈로 전투는 웬우에게 텐 링즈를 물려받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 어찌 되었건 텐 링즈를 물려받았으니 다음 영화에서는 슈퍼 히어로다운 활약을 펼칠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첫 공개에서부터 '샹치'를 맡은 시무 리우가 이웃집 아저씨처럼 포근하게 생겨 불안하더니, 영화에서 그러한 불안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유일한 단점이 주인공인 '샹치'였다는 점에서 뼈아프지만, 그래도 영화 자체는 재미가 있었으니 다음 영화를 기대해볼 만하다.

이제 MCU 영화에 쿠키 영상이 중요하다는 것은 거의 모두가 안다. 내가 간 극장에서도 단 한 명의 관객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 영화에는 총 두 개의 쿠키 영상이 있는데 그중에서 첫 번째 쿠키 영상은 역대급이다. 오랜만에 '헐크'와 '캡틴 마블'을 보니 눈물 나게 반갑더라. 두 번째 쿠키 영상도 좋았다. '샹치'의 여동생인 샤링(장멍)이 이끄는 텐 링즈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된다. 이제 11월에 개봉 예정인 [이터널스]와 12월에 개봉 예정인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이 남았다. 2020년에 코로나19 때문에 보지 못했던 MCU를 2021년에는 이렇게 실컷 보게 되는구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까지 보고 나면 인피니티 사가 이후 MCU의 방향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을까?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만 가지고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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