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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엘라] - 디즈니가 빌런을 사랑하는 방법
13  쭈니 2021.06.01 13:07:57
조회 87 댓글 0 신고

감독 : 크레이그 질레스피

주연 : 엠마 스톤, 엠마 톰슨, 조엘 프라이, 폴 월터 하우저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은 화곡보다는 목동에서...

금요일 외근을 마친 나의 발길은 바빠졌다. 5월의 마지막 기대작인 [크루엘라]를 보기 위해서이다. 특히 [크루엘라]는 요즘 내가 한참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이 발매된 영화라서 내 마음을 더욱 바쁘게 만들었다. 이미 [소울]의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에, [크루엘라] 또한 주말까지 기다렸다가는 또다시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크루엘라]는 수요일에 개봉했으니 금요일이라면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충분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 예상은 엇나갔다. 화곡 메가박스에서 알바생이 이번 주 수요일의 문화의 날이어서 관객이 몰려 [크루엘라]의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은 매진이 되었다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럴 수가... 순간 오기가 생겼다. 그 자리에서 화곡 메가박스 예매를 취소하고, 지하철을 타고 네 정거장을 가야 하는 목동 메가박스로 예매를 변경했다. 만약 목동 메가박스에서도 오리지널 티켓이 매진이라면 마곡 메가박스에도 갈 생각이었다. 내가 왜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모으기 시작해서 이 고생을 하는지...

다행히도 목동 메가박스에서는 [크루엘라]의 오리지널 티켓이 있었다. 비록 영화를 보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집에서 가까운 화곡 메가박스와는 달리 목동 메가박스에서는 영화를 보고 나서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참을만하다. 지금도 나의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북에 덩그러니 비어 있는 [소울]의 자리를 보면 가슴이 아려 온다. (며칠 전 [소울]의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이미지를 칼라로 프린터 하여 [소울]의 빈자리에 채워 넣었다. 이렇게라도 하고 나니 조금 낫더라.) 그러니 제발 메가박스는 오리지널 티켓을 넉넉하게 발매해 주길... 그리고 다음부터는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이 발급된 영화는 아예 화곡이 아닌 목동으로 가야겠다.

빌런은 어떻게 주인공이 되었는가?

예전에 영화에서 흑과 백, 이분법적 논리는 절대적이었다. 빌런은 그냥 빌런일 뿐이다. 빌런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빌런이 더욱 악랄할수록 빌런을 처단하는 주인공은 히어로가 되고, 관객은 속 시원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고 '람보', '코만도'와 같은 근육질 히어로의 시대가 끝나면서 점점 인간적인 히어로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러면서 빌런도 그저 때려 죽어야만 하는 악당에서 벗어나 조금씩 캐릭터가 부여되었고, 급기야 히어로보다 빌런이 더 인기를 얻는 시대가 되더니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애니메이션이었다. 2010년에 개봉한 [슈퍼배드]의 광고 카피는 '올 추석은 슈퍼 악당 전성시대!'이다. [슈퍼배드]의 흥행 성공으로 신생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였던 일루미네이션은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고, 2013년 [슈퍼배드 2], 2017년 [슈퍼배드 3]로 인기몰이에 나섰고, [슈퍼배드]에서 인기를 얻었던 '미니언즈'를 내세워 두 번째 스핀오프까지 제작했다. 아마도 세계 최고의 악당을 꿈꾸는 빌런 그루와 그루의 부하인 '미니언즈'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얻을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림웍스는 2011년 [슈퍼배드]처럼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메가마인드]를 내놓았지만 아쉽게도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슈퍼배드]의 흥행 덕분일까? 디즈니는 1959년 제작했던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오로라 공주를 깊은 잠에 빠뜨린 악의 요정 '말레피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말레피센트]를 2014년에 개봉시켰고, 이 역시 흥행에 성공하였다. 이 기세를 몰아 2019년에는 [말레피센트 2]가 개봉했었다. 슈퍼 히어로 영화들도 빌런의 인기에 숟가락을 얹어 놓았는데 DCEU의 [수어사이드 스쿼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소니 마블의 [베놈], 그리고 얼마 전 디즈니가 넷플릭스에 대항하며 야심 차게 출시한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된 <로키 : 시즌 1> 등이 전부 빌런을 내세우고 있다. [크루엘라]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

'크루엘라 드 빌' 그녀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왜 디즈니는 '말레피센트'에 이어 라이브 액션의 두 번째 빌런 영화로 '크루엘라'를 선택한 것일까? '크루엘라'는 1961년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첫 선을 보인 캐릭터이다. 모피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반은 흑발, 반은 백발의 초월적인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크루엘라 드 빌'은 귀여운 달마시안 강아지들을 납치하여 모피 코트로 만들겠다는 사악한 계획으로 인하여 당시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귀여운 강아지들의 가죽을 벗겨 모피 코트를 만들겠다는 '크루엘라 드 빌'의 계획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악행이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크루엘라 드 빌'은 애니메이션 사상 최악의 악당 리스트에 항상을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크루엘라 드 빌'은 굳이 귀여운 달마시안 강아지의 가죽을 벗기려다가 봉변을 당한 것일까? 영화 [크루엘라]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에스텔라(엠마 스톤)는 어렸을 적부터 남달랐다. 태어날 때부터 반은 흑발, 반은 백발이었고, 남들에게 비위를 맞추는 대신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맞서 싸워 나갔다. 그러한 그녀의 반골 기질 덕분에 퇴학을 당하던 날, 에스텔라의 어머니는 더 이상 에스텔라에게 평범하게 행동하라는 잔소리를 멈춘다. 그녀도 알게 된 것이다. 에스텔라는 결코 평범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날 밤 에스텔라의 어머니는 죽음을 당한다. 세 마리의 사나운 달마시안 개들로부터...

충격이었다. 에스텔라는 성인이 되어 에스텔라라는 이름을 버리고 Cuel(잔인한), Eiia(여성 이름)를 합친 '크루엘라'로 이름을 바꾼다. 결국 [크루엘라]는 '크루엘라'와 달마시안의 악연을 그린 영화인데, 이렇게 풀어 나갈 줄은 몰랐다.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귀엽기만 했던 달마시안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에스텔라의 어머니에게 달려들다니... 이쯤 되면 '크루엘라'가 왜 그토록 달마시안에게 악감정을 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어찌 되었건 달마시안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이니까.

에스텔라가 '크루엘라'가 되기까지...

[101마리 달마시안]에서 '크루엘라'는 모피에 대한 과도한 집착 때문에 달마시안으로 모피 코트를 만들겠다는 광기에 빠져든 것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크루엘라]에서는 '크루엘라'와 달마시안의 뿌리 깊은 악연에 대해 관객에게 설명해 준다. 그럼으로써 '크루엘라'가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것으로 부족하다. 달마시안이 에스텔라의 어머니를 죽였지만 그것은 주인의 명령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달마시안에게 에스텔라의 어머니를 덮치도록 시킨 개 주인은 누구인가?

바로 이러한 질문과 함께 등장하는 캐릭터가 남작 부인(엠마 톰슨)이다. 이 부분에서 스포라며 따지지 말자. 바보가 아닌 이상 에스텔라의 어머니를 죽인 범인이 남작 부인이라는 것은 영화 초반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눈치챌 수 있으니까. 어머니의 죽음으로 거리의 부랑아가 된 에스텔라는 재스퍼(조엘 프라이), 호레이스(폴 월터 하우저)와 함께 도둑질을 하며 지냈고, 재스퍼의 도움으로 리버티 백화점에 입사한 후 운명적으로 남작 부인의 브랜드 디자이너가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작 부인에 대한 끔찍한 진실에 대해 알게 된다. 이제 에스텔라는 남작 부인에게 복수를 하고 '크루엘라'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여기에서도 흥미로운 것이 에스텔라의 복수가 살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스퍼는 에스텔라에게 살인만은 저지르지 말라고 충고하고, 에스텔라는 재스퍼의 충고대로 남작 부인에게 죽음보다 더 끔찍한 방식으로 복수를 완성한다. '크루엘라'가 빌런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의 주인공인 만큼 관객의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귀여운 달마시안 강아지들의 가죽을 벗기려 했던 미치광이 패션 디자이너 '크루엘라'는 어머니의 복수를 깔끔하게 완성하는 매력적인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

두 엠마가 다 했다.

재미있었다. 2시간 13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특히 엠마 스톤의 연기는 굉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에게서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의 할리 퀸(마고 로비)을 떠올렸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건 당연하다. 나 역시도 어이가 없게 [크루엘라]를 보고 나서 한참 동안 할리 퀸을 연기한 것이 마고 로비가 아닌 엠마 스톤이었다고 착각했을 정도이니까. 확실히 디즈니는 '크루엘라' 캐릭터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할리 퀸을 참조했을 것이다. 그만큼 '크루엘라'는 할리 퀸만큼이나 매력적인 악녀로 다시 태어났다.

'크루엘라'가 매력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남작 부인을 연기한 엠마 톰슨의 어마 무시한 연기도 한몫을 한다. 내 기억 속의 엠마 톰슨은 우아했다. 아마도 초창기 [하워즈 앤드], [헛소동],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 우아한 분위기의 시대극에 주로 출연했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크루엘라]에서는 180도로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다. 마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악마 같은 보스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모습이 엿보일 정도였다. [크루엘라]를 보기 전까지는 남작 부인에 엠마 톰슨보다는 글렌 클로즈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글렌 클로즈는 1996년 국내 개봉한 스티븐 헤렉 감독의 [101 달마시안]에서 '크루엘라'를 연기했었던 만큼 만약 그녀의 출연이 성사되었다면 좋은 팬 서비스가 되었을 듯.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엠마 톰슨이 아닌 남작 부인은 이제 상상이 안된다.

엠마 스톤과 엠마 톰슨의 연기 대결. 공교롭게도 두 배우의 이름이 엠마이다 보니 '두 엠마가 다 했다'라는 평가가 나올만하다. 만약 [크루엘라 2]가 만들어진다면 이번엔 엠마 왓슨도 출연해서 '세 엠마'를 볼 수 있다면 굉장히 유쾌할 듯. 이번에도 성공이다. 빌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러 영화들은 세상이 흑과 백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래, 빌런에게도 빌런만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다음엔 또 어떤 빌런이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되살아날까? 빌런에 대한 디즈니의 사랑이 이번에도 나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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