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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연초에 개봉한 다양한 한국 영화들... [스트레스 제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간이역]
13  쭈니 2021.04.28 13:57:06
조회 120 댓글 0 신고

2020년 코로나19로 힘든 한 해를 보낸 한국 영화계는 2021년 힘차게 시작하려 했으나... 여전히 코로나19로 힘들기만 하다. 그래도 작년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올해 [미나리]의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계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흥행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꾸준히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언젠가 관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오늘은 2021년 연초에 야심 차게 극장 개봉을 했지만 조용히 잊힌 한국 영화 세 편을 모아 봤다.


[스트레스 제로] -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그림체 위에 성인 관객을 위한 풍자를 풀어 놓는다.

감독 : 이대희

더빙 : 임채헌, 유동균, 김승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인 짱돌(임채헌)은 오늘도 직장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한준수(유동균) 박사가 만든 획기적인 음료 '스트레스 킬러'를 마시며 하루를 버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괴물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불괴물로 인하여 짱돌은 직장을 잃는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퀵 서비스를 하며 근근이 버티던 짱돌. 그런데 우연히 친구인 고박사 (유동균)가 '스트레스 킬러'를 카피해서 만든 음료인 '스트레스 제로'가 불괴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박사, 타조(김승태)와 함께 불괴물을 무찌르는 히어로 팀을 결성한다. 그러나 거대한 불괴물이 서울 도심에 나타나며 짱돌과 고박사, 타조도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처음 [스트레스 제로] 예고편을 보았을 땐, 솔직히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뽀로로', '코코몽'을 제작한 302플래닛이라는 제작사의 작품이고, 불괴물을 무찌르는 히어로팀의 활약이니 분명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희가 감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대희 감독은 2012년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에서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했었다. 아마 [니모를 찾아서]와 같은 착한 애니메이션을 기대하고 자녀와 함께 [파닥파닥]을 관람한 관객들은 꽤 당황했을 것이다.

[스트레스 제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의 겉모습은 그냥 신나는 히어로의 활약담이다. 하지만 자세히 따지고 보면 이 영화 역시 [파닥파닥]과 마찬가지로 어린이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일단 주인공이 직장인이다. 만약 [스트레스 제로]가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 기획이 되었다면 직장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 사회 경험이 없는 어린이에게 직장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면 아무런 공감을 받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차라리 학업 스트레스에 지친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모를까.

결국 [스트레스 제로]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하고, 집으로 퇴근하는 일을 반복하는 흔한 대한민국의 직장인들에게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확 풀어주려는 의도를 영화는 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들만 봐도 그렇다. 짱돌은 직장인이고, 고박사는 자영업자, 그리고 타조는 배달원이다. 우리 사회 소시민을 한데 모아 놓은 캐릭터인 셈이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한준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렸을 적에 짱돌, 고박사, 타조와 함께 놀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강요로 공부만 해야 했던 한준수. 그는 커서 저명한 과학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룹 총수 천회장(김영진)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달콤한 꾀임에 넘어갔지만 그의 모습은 진정한 성공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깨달았을 때, 한준수는 분노에 휩싸이며 폭주하고 만다. 어렸을 적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차곡차곡 사회적 성공을 이루어낸 기득권자들을 향한 이대희 감독 특유의 풍자가 돋보인다.

영화는 [파닥파닥]이 그러했듯이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그림체 위에 성인 관객을 위한 풍자를 풀어 놓는다. 그 기묘한 간격이 [스트레스 제로]의 흥행을 가로막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결과 영화의 누적관객 수는 8,605명에 불과하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래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2편을 예고하며 끝이 난 만큼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물론 내 개인적인 바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 - 회사의 해고는 끝이 아니지만, 내가 나를 해고하는 순간 인생은 끝이 난다.

감독 : 이태겸

주연 : 유다인, 오정세

7년간 근무한 회사에서 하청 업체로 파견을 명령받은 정은(유다인)은 반드시 1년을 채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하청 업체 소장(김상규)은 정은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다른 직원들도 정은을 없는 사람 취급을 한다. 사실 정은이 근무한 원청에서 정은을 사표 쓰게 만들으라며 소장에게 압력을 넣었던 것. 하지만 정은은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다. 그리고 그러한 정은의 진심이 통했는데 막내(오정셰) 사원의 도움으로 정은도 점차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그러자 회사에서 감사가 나오고, 감사의 무리한 요구에 막내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실제 사건을 각색한 영화라고 한다. 영화를 보며 '어떻게 저런 일이...'라고 분노를 하지만, 사실 이러한 사건은 하청 업체에서 1년에 몇 건이나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는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곧 잊어버린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 아니기에... 아마 정은도 하청 업체로 파견을 나오지 않았다면, 그래서 하청 업체의 사고가 자신에게 닥친 현실이 아니었다면, 그녀 또한 짧게 분노하고, 싹 다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조금은 불편한 영화이다. 우리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잊고 외면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정면으로 끄집어 냈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마 이 영화가 18,399명의 관객 밖에 동원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정은이다. 하지만 정은은 그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단순한 목격자에 불과하다. 만약 그녀를 위주로 영화를 진행시키려 했다면 고아인 정은이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고,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일을 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부당 해고라는 현실을 좀 더 비중 있게 다뤘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정은의 현실에 관심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회사에서 받는 부당한 처사에 분노하지만, 사실 그녀보다 더 부당한 처사를 일상적으로 받고 있는 것은 하청 업체의 직원들이기 때문이다.

막내는 세 딸을 부양하기 위해 투 잡, 쓰리 잡을 하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위험천만한 전선탑에 올라가서도 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어디에서 볼 수 있겠냐며 낙천적인 미소를 지은다. 그런 그가 죽었다. 어쩌면 정은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은이 그냥 사표를 냈다면 원청으로부터 감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감사가 나오지 않았다면 막내가 무리한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정은은 분노한다. 하청 업체 파견이라는 자신에게 내려진 부당한 처사에 대해 이를 악물며 참고 견뎠던 정은이지만 막내의 어린 딸에게 몇 푼의 합의금을 내밀며 합의서에 사인하라고 종용하는 회사에 처사에는 참지 않고 분노했다. 그것이 사람으로서 그녀가 당연히 해야 할 감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정은의 분노를 보여주며 관객에게도 묻는다. 당신도 정은처럼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회사는 나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 물론 근로자를 위한 근로기준법이 존재하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부당 해고를 저지를 수 있다. 계약직 사원, 혹은 위험한 일을 떠맡는 하청 업체 직원들의 처우는 더 열악하다. 하지만 회사가 나를 해고한다고 해서 내가 나 자신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정은이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라고 굳게 결심하는 장면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회사의 해고는 끝이 아니지만, 내가 나를 해고하는 순간 인생은 끝이 난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간이역] - 너무 뻔뻔스럽게 작위적이다. 그런데 이게 또 약간 먹히긴 한다.

감독 : 김정민

주연 : 김동준, 김재경

암이 재발한 지아(김재경)는 항암 치료를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생의 마지막 순간은 희박한 가능성 때문에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향에서 파티셔로 성공한 첫사랑 승현(김동준)과 만난 지아. 학창 시절 자신에게 먼저 이별을 통보했던 승현이 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승현을 향해 마음이 움직인다. 사실 승현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던 것. 서로가 서로의 병을 알게 된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지아는 승현과 생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해, 그리고 승현은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지아로 가득 채우기 위해...

[간이역]은 너무 노골적이다. 물론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사랑하는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는 흔하다. 1970년 영화 [러브 스토리]는 아직도 최루성 멜로 영화의 불후의 명작으로 기억되지 않던가. 하지만 [간이역]은 여기에 한 가지 더 진부한 설정을 끼워 넣는다. 바로 알츠하이머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이미 검증이 되었다시피 사랑했던 기억을 잃어가는 주인공은 최루성 멜로에서 상품성이 높다. 그런데 [간이역]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주인공과 알츠하이머에 걸린 주인공을 짝지어 버린다. 과연 이보다 더 노골적일 수 있을까?

애초에 노골적인 설정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겠다고 선언한 [간이역]의 속셈은 배우 캐스팅에서도 드러난다. 주연 배우 두 명을 아이돌 출신으로 채워 놓은 것이다. 김동준은 9인조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보컬 출신이고, 김재경은 7인조 걸그룹 레인보우의 리더 출신이다. 물론 요즘 아이돌은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예능이면 예능, 모든 능란하다. 특히 김동준과 김재경은 연기 경험도 상당하다. 하지만 전문 배우와 비교한다면 연기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 중 한 명만 아이돌 출신을 캐스팅한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이역]은 김동준과 김재경을 캐스팅함으로써 이 영화가 배우의 연기력에 기댄 영화가 아님을 선언했다. 실제 김동준과 김재경의 연기는 그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한 명은 시한부 인생이고, 한 명은 알츠하이머인데, 그러기에 김재경은 그냥 예뻤고, 김동준은 그냥 멋있었다. 맞다. 이 영화가 배우의 연기력을 포기한 이유는 배우의 비주얼로 충분히 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나는 [간이역]을 재미없게 봐야 맞다. 최루성 멜로에서 주인공이 그냥 예쁘고, 멋지기만 한다면... 설정은 너무 작위적이고, 오히려 너무 과하게 느껴진다면... 그 영화에 어떻게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겠는가. 아마 그래서 이 영화는 1.058명이라는 경악할만한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으리라. (오늘 소개한 영화 중 최소 관객 기록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너무 뻔하고, 작위적인데, 영화 후반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길을 잃은 승현의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아! 나도 이제 갱년기인가 보다.

솔직히 [스트레스 제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와는 달리 [간이역]은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래도 큰 기대하지 않고 순정만화 같은 영화를 보고 싶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간이역]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최소한 이렇게 작위적인 설정의 영화는 나에게도 오랜만이기에 오히려 나는 신선했다. 그래도... 올해는 이렇게 뻔뻔스럽게 작위적인 영화는 더 이상 보고 싶지는 않다. [간이역]이 마지막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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