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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내 이야기라고 할 공감만랩 영화 미나리
9  가을그림자 2021.03.12 14:59:35
조회 266 댓글 1 신고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의 충격이 1년이 지난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데이빗이 볼을 꼬집어서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고 싶을 정도로 지금도 얼떨떨합니다. 그리고 이 기쁨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을 때 조금씩 좋은 입소문이 났던 영화가 <미나리>였습니다. 영화 <미나리>의 존재를 안 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타기 전이었죠.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 <미나리>는 '브레드 피트'가 만든 영화사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미국 영화지만 한국어가 대사의 50%가 넘는다는 이상한 기준으로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습니다. 좀 아쉽지만 그럼에도 외국어 영화상 받았다는 자체가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인정하는 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미나리>를 봤습니다.

 

단순한 스토리! 그러나 누구나 공감하는 스토리를 담은 <미나리>

배경은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하던 80년대입니다. 재미 교포인 제이콥(스티븐 연 분)과 모니카(한예리 분)는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면서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이 당시 제가 아는 친구도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당시 미국은 지상 천국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막강한 최강국이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고단한 삶을 접고 두 사람은 미국으로 이민을 갑니다. 특별한 기술이 없었던 제이콥과 모니카는 병아리 감별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앤(노엘 조 분), 데이빗(앨런S, 김 분)을 낳습니다. 

제이콥은 꿈이 있습니다. 10년 동안 병아리 꽁무니만 보는 일 말고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름진 땅이 가득한 아칸소 주로 이사를 합니다. 이런 제이콥을 아내인 모니카는 못마땅해합니다. 

집이 집이라기 보다는 트레일러입니다. 모니카는 데이빗이 앓고 있는 심장병을 고칠 수 있고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는 시내를 원합니다. 그러나 남편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 일을 그만두고 나만의 사업인 농장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제이콥은 매년 3만 명의 한국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는데 이 한국 이민자들이 그리워할 한국 채소를 심어서 팔 계획을 세웁니다. 

 

그러나 제이콥의 바람과 달리 지하수는 너무 빨리 고갈대고 돈을 내고 써야 하는 수도를 끌어 쓰다가 빛만 늘어갑니다. 모니카는 아들 데이빗을 보살피기 위해서 엄마를 미국으로 부릅니다. 

할머니(윤여정 분)를 처음 본 데이빗은 자꾸 피하려고 합니다. 할머니와 함께 같은 방에서 자야 하는 데이빗은 할머니가 밉습니다. 영어도 못하고 쿠키도 못 만들고 한국 냄새가 난다고 싫어합니다. 그러든 말든 할머니는 붙임성이 좋게 데이빗과 친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데이빗은 이불에 쉬를 하는 자신을 놀리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오줌을 먹게 합니다. 데이빗은 이 일로 크게 혼납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데이빗이 어리고 사과를 했으면 됐다면서 얘를 때리지 말라고 하죠. 할머니는 오래 살고 싶다는 데이빗에 세상에서 가장 강한 아이라고 칭찬을 해줍니다. 점점 데이빗은 할머니에게 마음을 엽니다. 

제이콥은 한인 식당에 농산물 생산 납품를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이에 모니카와의 갈등이 깊어집니다. 이런 상황에 할머니이자 엄마가 병에 걸립니다. 점점 두 사람은 지치고 지쳐갑니다. 그러나 좋은 소식이 연달아 들렸지만 농산물을 쌓아 놓은 헛간이 불에 타버리는 불행이 터집니다. 

 

영화 <미나리>는 이야기가 단순합니다. 흔한 기교조차 없습니다. 보통 이런 미국 이민자 가족이 처음엔 불행했지만 나중엔 창대한 행복을 맞게 된다는 식의 스토리를 담습니다. 전 창고가 타는 모습에 할머니가 심은 미나리가 잘 자라서 대박이 나나? 제이콥이 성공해서 모두 웃으면서 끝나나 했는데 그런 흔한 3류 드라마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이 영화의 매력이 크게 반감되었을 겁니다. 

 

영화는 다만 암시 그러나 아주 중요한 한 장면을 통해서 이 가족의 미래를 살짝 보여주면서 끝이 납니다. 그 모습이 너무 세련되어 보였습니다. 

스토리가 무척 단순해서 지루하다는 소리도 듣고 봐서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봤는데 영화 <미나리> 지루한 구석이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스토리 자체만 보면 단순하지만 이 단순함을 지우는 게 윤여정을 필두로 한 5명의 아니 6명의 배우입니다. 

 

여기에 이야기 자체도 매력적입니다. 단순한 이야기 흔한 80년대 이민 가정의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가 아주 심하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보다 보면 이게 미국 아칸소 주에 사는 미국 교포 가족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80년대 한국의 이야기도 보이고 무엇보다 윤여정을 통해서 할머니의 품이 가득 떠올랐습니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티격태격을 하면서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가족으로 뭉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가족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 영화 <미나리>의 가장 강력한 매력이자 힘은 깊은 공감대입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이민자들은 물론, 80년대를 살아온 미국인 그리고 반목을 통해서 더 강해지는 가족의 삶을 경험해 본 많은 미국인, 한국인을 넘어서 전 세계인들에게 '저건 내 이야기야'라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미나리>의 단순한 이야기가 오히려 깊은 공감대를 담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윤여정과 5명의 배우들

 

왜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주조연상 후보에 거론됨을 넘어서 수상을 예상하는지 알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연기 잘하는 배우로 유명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작정을 했는지 초반부터 연기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보면서 돌아가신 할머니가 살아 돌아오신 줄 알았습니다. 윤여정과 딸로 나오는 한예리가 서로 걱정해주는 모습은 우리 집 풍경 아니 전 세계 엄마와 딸의 모습을 보는 느낌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는 데이빗과 할머니 사이의 서사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처음 본 외할머니를 데이빗이 처음에는 피하지만 점점 가족이 되는 과정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눈물의 정체를 전 이렇게 정의하고 싶네요 '가족'

 

아주 훌륭하고 아름다고 사랑스러운 '가족 영화'를 만드는데 윤여정이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활력 넘치는 할머니, 자상한 할머니의 연기를 윤여정은 보여줍니다. 스티븐 연, 한예리도 천상 흔한 부부로 보일 정도로 연기를 잘합니다. 남자분들이라면 한예리가 얄밉게 보일 테고 여자분들이라면 자신의 꿈만 좇는 스티브 연이 밉게 보일 정도로 두 사람의 뛰어난 연기가 그 둘을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젊은 부부를 넘어 내 아버지 어머니 또는 나로 보이게 합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두 아역 배우입니다. 특히 데이빗의 연기를 보다 보면 한 번 안아주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너무 귀엽고 똘똘합니다. 영화 <미나리>가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고 영화에 적응해서 지루한 구간에 접어들 때 윤여정이 등장해서 하드 캐리 할 정도로 초반 윤여정은 햇살 같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80년대를 회상하게 하는 뛰어난 묘사력

미술팀이 아주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보면서 저런것 까지 재현했구나 할 정도로 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옷장 바닥에 종이를 까는 장면에서 순간 80년도로 순간 이동한 줄 알았습니다. 미술팀이 아주 꼼꼼하게 80년대를 고증했고 그 덕분에 쉽게 80년대 내 추억과 접목할 수 있었습니다.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 묻다!

주요 서사는 아니지만 영화 <미나리>는 종교에 관한 장면이나 이야기와 태도가 나옵니다. 제이콥은 종교를 믿지 않습니다. 자존감을 넘어서 자만심이 심해서 미국인을 멍청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콥을 도와주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 폴(윌 패튼 분)은 트랙터를 제이콥에게 판매하면서 한국전쟁 참전 용사라고 소개하면서 자신도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폴은 퇴마사인지 퇴마 의식을 하는 모습 때문에 제이콥이 좀 거리를 둡니다. 그러나 일을 아주 잘해서 같이 농장을 일굽니다. 폴은 기독교인이지만 일요일에 교회에 가지 않고 거대한 십자가를 끌고 고행을 합니다. 그 모습에 이해할 수 없다고 웃어버리는 제이콥을 통해서 폴은 독특한 사람으로 치부합니다. 

제이콥은 모니카가 아칸소 시골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안타까웠는지 미국인이 운영하는 교회에 나갑니다. 그러나 모니카도 제이콥도 사교 모임 같은 교회를 바로 끊습니다. 반면 아이들은 교회에 매주 나갑니다. 목적이 종교 그 자체가 아닌 사교임을 스스로 알고 교회의 무쓸모(?)를 깨닫습니다. 그렇다고 또 다른 종교의 얼굴인 퇴마 또는 미래를 위한 기복 신앙의 얼굴을 하고 있는 폴을 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종교 따위라고 깔보는 제이콥. 이런 제이콥이 영화 후반에 반성을 하고 인정을 하는 모습은 이 영회의 2개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입니다. 영화 <미나리>에서 감독은 종교가 사교가 목적인지 아니면 비록 정장을 차려입지 않았지만 종교인의 삶을 사는 폴을 통해서 종교의 본질을 묻고 있습니다. 돈이 목적인지 사람들의 행복, 자기반성 또는 내 미래를 위해 기원하는 기복 신앙인지를 묻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영화 대사 중에 왜 여긴 한인 교회가 없냐는 말에 한인 교회가 싫어서 온 사람들이라는 말은 현재 우리 한국 기독교를 돌아보게 합니다.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의 힘을 보여주다.

영화 초반 아칸소 시골에 도착한 제이콥은 농장을 가꿀 우물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나뭇가지로 수맥을 찾는 사람을 고용했지만 300달러라는 큰 돈을 달래는 소리에 멍청한 미국인에게 안 당한다면서 스스로 우물을 찾아냅니다. 이런 제이콥의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다 틀리다는 꼰대리즘은 자신감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당찬 젊은 아빠의 패기이지만 세상은 제이콥에 통제 못할 정도로 큽니다. 

 

영화에서 2명이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데 한명은 아빠 제이콥이고 또 한 명은 아들 데이빗입니다. 아빠는 미국인들을 깔보고 아들은 할머니를 멀리합니다. 보통 이런 이민자들를 다룬 영화들의 흔한 클리세가 미국인들의 텃세인데 이 영화는 그런 설정은 전혀 없습니다. 모두 이 가족에게 은총을 보내줍니다. 특히 동네에서는 정신 나간 고행자로 생각하는 폴은 이 가족에게 모든 것을 다 줄 정도로 친절하게 이 가족에게 대합니다. 

 

폴이 하나님 또는 미국인들의 표상이 아닐까 할 정도로 미국의 상징으로 나옵니다. 제이콥은 미국에 살지만 스스로는 한국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멍청하다고 말했지만 이런 제이콥이 큰 고통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꺾고 가족과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장면은 아름답고 감동스럽기만 합니다. 이게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뛰어난 포용력과 가족의 포용력이 많은 부분 비슷하게 느껴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좋은 가족 영화 <미나리> 누구나 가족을 돌아보게 하다 

현란한 편집과 스토리의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나리>는 단순하지만 묵직한 힘이 느껴지는 돌직구 같은 영화입니다. 반목하던 가정과 데면데면 관계가 가족이라는 강한 울타리로 묶이면서 모든 고통을 함께 공유하면서 더 강한 가족이 된다는 이야기가 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강력추천하는 영화 <미나리>입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결과 나왔으면 하네요.

 

별점 : ★★☆
40자 평 : 그시절 우리를 견디게 한 거대한 울타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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