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눈이 뜨이며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햇살 가득한 방안의 달콤한 내음이었다. 눈을 지긋히 감는다면,
더욱 단내가 날 듯한 그 따뜻함. 항상 이 추억의 언저리를 헤매이며 이렇게
소년은 아침을 맞이하길 좋아했다.

툇마루 아래엔 고개를 들 줄 모르는 누렁이(이름을 잊어버렸다. 미안해..),
연신 꼬리만을 흔들며, 그래도 아직 주인님의 종이라는 듯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 누렁이를 무척이나 좋아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털이 좋았고, 소년의 얼굴이며 손을 핥는 그 모습도 예뻤다.
작은 체격의 소년에겐 듬직한 친구였으리라. 볏짐 타는 냄새가 은은하던 여름 날,
소년과 누렁이는 이별을 맞아야 했다. 어느 날이던가, 마을의 닭이 한 마리씩
죽어 나갔고, 범행은 쉽게 밝혀졌다. 우리집 강아지 누렁이, 무척이나 커다란 체구에
입 안 가득한 침이 흘러 내리도록 힘들어하며 아파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몸 가누기도
힘들어하던 그 때도 연신 내게 발을 내밀며, 상냥한 친구가 되어주던..

소년에겐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강아지를 먹는다는 것, 강아지를 포대에 넣어 몽둥이로 두들겨 죽인다는 것.
그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면서도 연신 두둘겨 대던 어른들을 소년은 이해하지 못한다.

소년에겐 그 날의 기억이 잊혀지지를 바란다.
항상 소년에게 남아 있는 누렁이는 연신 발을 내밀며, 길어 내어 놓은 혓바닥과
따뜻한 입김이을 간직한 소중한 친구였음을 기억한다.

* 세월이 흘러 내 나이도 어느덧 어른이라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내 자신에게 자문한다.

그 시절의 어른과 난 다를까 하는. 희미하게 잊혀져버린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소년의 친구를. 내 친구 누렁이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