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김용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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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장날 소풍 가듯

난생처음 어머닐 따라가서

우무 한 그릇 후루룩 들이켰다

별별 물건 가득 널려있고

시끌벅적 세상구경에

왕복 사십리 길 다리 아픈 줄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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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식 날

목화 심어 손수 지으신 검정 두루마기

나 혼자만 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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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적삼 치마 사이 등허리 한 토막

혼자서 콩밭 매느라 구릿빛 띠를 둘렀다

바가지로 냉수를 끼얹으며 땀띠 난 등목을 해드렸다

시원해 하시던 젖꼭지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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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훈련 마치고

주전자에 약병아리 삶아서 면회 오셨다

집안어른이 후방으로빼준다는데...

아니요 그냥 전방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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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조 잡는 작전 후 첫 휴가

어머니가 위와 췌장 말기암으로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고 누워계신 걸

혼자 우겨서 6개월 보장한다는 수술 후

휴가 꼬박 미음 쒀 간호하며 어머니께는

명대로 오래 사실 거라고 차마 이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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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퇴원인데 못 보고 귀대하여

담배 한 보루 인사계님께 사드리고

약값 벌러 월남 파병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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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도 잘하고 뽕따러 다니신다더니

11개월 만에 53세 부고가

맹호부대 퀴논 전선으로 날아왔다

자식 전장에 놓고 눈 못 감고

뜬 채로 가셨겠지

야외극장에 혼자 앉아 어머니 생각하며

캔맥주 한 박스 다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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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해 자식 낳고 사는 내내

가위눌리고 삐쩍 말라 눈뜨기조차 힘들었다

일마다 틀어지고 꿈길엔 떠도는 꽃이 밟혔다

천도 제를 드린 후 비로소 저승에 드셨는지

는뜨기 잠자리 편하고 일마다 술술 풀렸다

부디 밝은 세상 좋은 인연 다시 태어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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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풀꽃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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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시집(대숲에 내리는 달빛) 중에서

출처 : 수지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