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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같던 전쟁 속 참호, ‘절대반지’를 깨웠다
뚜르 2023.05.07 09:34:55
조회 171 댓글 4 신고

존 로널드 루엘(J.R.R) 톨킨 젊은 시절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기관총을 앞세워 참호전(Trench Warfare)을 벌이던 서부전선의 솜 전투는 1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참혹한 생지옥이었다. 1916년 7월 1일 전투 첫 날, 영국 육군에서만도 5만8000명이 죽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제2편 두 개의 탑에서 죽은 시체들이 웅덩이에 둥둥 떠 있는 죽음의 늪, 바로 그 장면이다. 

영국군으로 솜 전투에 참전한 존 톨킨 소위는 ‘죽음의 늪’을 보았다. ‘가운데땅’을 두고 서로 싸우다 죽은 호빗, 엘프, 오크, 발록, 드와프 종족의 주검들이 썩지도 않고 널브러져 늪 한쪽에 처박히거나 둥둥 떠다녔다. 시체와 눈을 마주치면 홀려서 늪에 빠져 죽게 된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겪은 생지옥을 ‘얼굴이 남은 사람들이 무서운 눈으로 쳐다봤다’고 기록했다. 

며칠이나 싸웠을까? 톨킨은 참호열(Trench Fever)에 걸려 바로 후방으로 이송됐다. 병상에서, 들쥐가 옮기는 음침한 바르토넬라(Bartonella) 균과 18개월을 싸웠다. 몇 달 뒤, 소위는 소속 대대가 전멸하고 함께 했던 전우들이 기관총 앞에 몰살당했다는 비보를 듣고 울부짖었다.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싸우면서, 중위로 전역한 톨킨은 1954년 ‘반지의 제왕’을 써냈다. 

 

 존 로널드 루엘(J.R.R) 톨킨이 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소설과 영화 모두 큰 인기를 얻었다. [사진=반지의 제왕 영화포스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톨킨은 학창시절 절친 셋과 함께 문예동아리(TCBS)를 결성했다. 자칭 4명의 불사조(Immortal Four)다. 어깨를 겯고 같이 참전했던 동네친구 넷 가운데 둘이 솜 전투의 기관총 앞에 즉사했다. 울분과 좌절에 휩싸인 톨킨은 그의 작품에서 ‘4명의 불사조’를 살려냈다. 주인공 프로도와 친구 샘, 메리, 피핀을 합친 ‘호빗 4인방’이 반지원정대로 살아난 것이다. 

전쟁의 트라우마는 오랫동안 톨킨을 괴롭혔다. 산책을 권한 아내는 꽃이 만발한 오솔길에서 가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그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남편은 어떤 미녀를 곁에 둬도 아내만큼 사랑스러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정을 떠올렸다. 반지원정대를 따뜻하게 환영하고, 특히 프로도에게 힘과 희망을 준 ‘빛나는 요정’ 갈라드리엘이다. 

‘백색의 마법사’ 간달프는 누굴까? 반지원정대를 이끌면서 ‘기교의 마법사’ 사루만과 대결하는 현자(賢者)다. 간달프는 ‘나니아 연대기’를 지은 클라이브 루이스로 보인다. 1차 대전에 장교로 참전해서 부상을 입고, 옥스퍼드 대학에 근무하면서 판타지를 저술한 궤적이 그대로 겹친다. 루이스는 톨킨이 창조한 ‘가운데땅’에 관심을 가졌고, 톨킨은 루이스에게 ‘큰 빚을 졌다’고 말했다.

고대·중세 영어를 연구한 톨킨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어는 물론, 산스크리트어와 페르시아어까지 섭렵한 언어학의 대가다. 다른 종족이 같은 영어를 쓸 수는 없다. 작품에서 그는 엘프(Elf)족이 쓰는 엘프어(Elvish)를 창조해냈다. 이른바 ‘판타지 언어’(Fantasy Conlangs)의 대부다. Conlang은 Constructed Language의 줄임말. 그는 ‘반지의 제왕’을 발표하면서 무심하게 번역하지 않도록 ‘언어별 번역지침’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톨킨은 참호에서 들쥐와 홀로 마주쳤을 것이다. 참호열로 고열과 환각에 시달리던 톨킨이 혹시 ‘들쥐의 언어’를 알아듣고 ‘반지의 제왕’을 쓰게 된 건 아닐까? 들쥐 때문에 참호열에 걸려 생고생을 했지만, 참호열 덕분에 생지옥에서 살아남았다. 그 들쥐가 프로도를 도우려 했던 착한 스미골일까, 프로도를 죽이려 했던 악한 골룸일까? 

 그런데, 그 ‘절대반지’는 지금 어디 있는 걸까? 

 

참호열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고열이 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참호열] Trench Fever, 塹壕熱

몸니가 옮기는 열성 전염병이다. 1차 대전에서 참호에 오래 머물던 병사들이 앓았던 병이라 ‘참호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갑자기 열이 높아지고, 두통이 심하고 눈알이 아프면서 등과 다리 근육이 쑤신다. 증상이 닷새 간격으로 되풀이되기 때문에 ‘5일열’(Five-day Fever)이라고도 한다. 주로 들쥐가 옮긴 이가 살갗에 상처를 내면서 감염을 일으키며, 이가 돌아다니며 사람끼리 전염시킨다. 이가 옮긴다는 점에서 발진티푸스와 비슷하고, 박테리아가 옮긴다는 점에서 콩팥증후성출혈열(유행성출혈열)과 다르다. 출혈열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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