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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머리 독수리 -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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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피로연장

중앙에 자리 잡은 독수리 한 마리

금세 날아오를 듯 활짝 날개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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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묻어있는 커다란 날개는

단숨에 하객들을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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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소음에도

칠캣*의 피를 물려받은 제왕의 품위가 의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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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을 지휘하던 날갯짓, 칼끝에서 다듬어진 깃털이 섬세하다

칠캣의 물맛을 기억하는 투명한 피

한 줌이 내장도 없는 독수리가 날카로운 부리를 들이댄다

냉동창고에서 부화된

싸늘한 야생의 발톱으로

그는 아직 무거운 날개를 쳐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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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마지막 풍경

하객들의 웃음소리가 달아오른다

연이어 터지는 플래시에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저 얼음제왕

굽은 부리가 서서히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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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알래스카에 있는 흰머리 독수리 보존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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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문학마을』 2012년 가을호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