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예찬 ​/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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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걸을수록 나 자신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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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조절, 심장 기능 강화,

사색, 스트레스 해소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걷기란 갖다 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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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만 오천 보 정도 이동해서

한강공원에 나를 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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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목격하기 전에

팔다리를 잘라서 땅에 묻고

나머지는 돌에 매달아 강물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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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풍덩 소리를 내며 가라앉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붙어 있었고

나는 잔소리에 시달려서 한숨도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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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란 나를 한 발짝씩

떠밀고 들어가서 죽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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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함께 걸을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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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함께 걷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더 가까워지리란 믿음이 있거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점에서 걷기를 예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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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에는 밤 산책을 나가서

더 멀리 더 오래 혼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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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월간 《現代文學》(202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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