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가슴 / 김별

아름답던 시절의 맹세는

사람 목숨을 두려움 없이 벼랑 끝에 서게 하는가

불같던 시절

여인은 사랑에 목숨을 걸리라 했다

이루지 못하면 죽으리라 했다

그러나 결국 이루지 못한 사랑을 두고

꽃같이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을 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멋진 사나이의 품에서

어머니는 짝젖이었다

한 쪽 유두가 함몰되어

한 쪽 가슴으로

하나를 버리고 다섯 형제를 키웠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실컷 젖을 못 먹인 것을 

가슴 아파했고

형제들의 약한 몸을 당신의 책임으로

내내 미안 해 했지만

마른 대추같이 쭈그러진 가슴을 보며 

이제 알겠다

여자는 

한 쪽 가슴으로도 넉넉한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

여자가 가슴이 두 개인 것은

한 쪽 가슴이 무너지더라도

온전한 한 쪽 가슴을 남겨 놓기 위해서다

아! 그렇거늘 

잔인한 그 가슴에

다시 얼굴을 묻고 싶은 것은

내 가슴에 그를 묻은 까닭이냐

그 허물어져버린 가슴에 

나를 온전히 묻지 못한 까닭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