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 세월 살았나 보다

이사할 때마다

털털거리는 차에 몸을 싣고

모두가 아늑한 공간에서

제 나름의 휴식기에 들어갔는데도

그것도 못 하고 사시사철

유난히 더위 타는 주인의

철철 흐르는 땀 말려주어야 했으니

이제 노쇠현상이 두드러져

퇴행성관절염도 걸리고

마디마디 쑤시고 아파도

그것을 업 인양하며 살았는데

세월의 풍상 겪으며 지식이 쌓였는지

벼 이삭도 아닌데 자꾸만 숙어지는 고개

아, 세월 무상이여!

청춘의 열정으로 몸을 바쳤는데

이젠 몸을 좀 누이고 자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