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 김별

5월 들어서도 분주하고 무료한 날은 이어져

산에 가서 나무의 가르침을 받기도 하고

강가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배우기도 하지만

오늘은 스승의 날,

즐거운 하루를 보내려

김밥 싸서 

아이들과 소풍을 간다. 

나는 때로

회초리와 큰소리와 욕심으로 

쉽게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지만

요것들은 단지 맑은 눈망울로 

금방 나의 어리석음을 부끄럽게 해 주기 때문이다.

세월은 나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느리게 하고 

지치게 하고

조급하게도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고 놀란 아침에도

요것들은

노래하고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 달리는 법을 알게 해 준다

나는 담배나 술 

사랑에 매달려도 위로 받을 수 없어 슬퍼하기 일쑤지만

요 예쁜 것들은

과자 한 봉지

동전 하나에도 천사처럼 행복하고

비가 그친 후 고인 작은 빗물웅덩이에도

무지개가 숨겨져 있음을

깨끗한 운동화와 옷을 버리면서까지 가르쳐 준다

오랜만에 메어보는 근사한 넥타이보다

한 달 열심히 일하고 번 돈보다 

더 소중하고 값진 것을 

손가락 약속

말 한마디

이빨 빠진 웃음으로

오늘도 아이들이 

선생님이 되어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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