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조명희


섬 속의 섬이라 했고
키가 가장 작은 섬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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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지붕에서 산 사람은 무덤도 낮아
하늘 아래 목숨 내놓는 일 또한 여여하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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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섬의 옆구리에 우리를 내려놓듯
옆 사람이 내게 먼저 닿아 신발을 벗는다

맨발로 바닷가를 걷다가
앞에 보이는 섬 하나를 가리키며
나도 저런 섬이 될 수 있을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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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앉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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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에서 도깨비바늘을 떼 주던 사람이
손바닥을 펴 오래 쥐었던 섬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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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에 든다는 것은
가슴에 돌멩이 하나 매다는 일이라 쉽게 바라볼 수 없었다

해안가의 돌멩이들이
벌겋게 솟구치던 때를 기억하는지 잠시 붉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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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무덤 하나가
지는 해를 데리고 들어갔다

무릎걸음이 생기는 가파도였다


ㅡ 『시사사』(2022,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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