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짱 도루묵이네."

며칠전 시장을 보던 아내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차에 우리 서로가 내뱉은 말인데

공교롭게도 이 말이 동시에 나왔다.



아내와 나는 나이 차이가 일반 부부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런데 결혼 후에 서로의 의식은 비슷해 지는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궁합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직도 다른 점이 많다.

나는 야채와 생선을 좋아하는 반면에

아내는 육류와 튀김종류를 좋아한다.

그리고 유별나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나는 고전적(?)인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고

아내는 퓨전적(?)인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신혼 초의 일이었다.

3월 이른 봄이 막 시작 되던 때였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된장국에 냉이를 넣고 저녁 만찬(?)으로 준비했다.

그런데 국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짠 편이었다.

평소에 바른 말 하기를 습관으로 하고 있는 나는 아내에게 상처(?)의 말을 남기고 말았다.

"야아~~~~! 이 된장국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그런데 조금 짠 것 같지 않아?"

아내의 동의를 구하려는 나의 발언은 끝내 아내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아내는 그냥 맛있으면 됐지, 토는 왜 다냐는 것이었고,

나는 짠 것은 짜다고 해야만 다음에는 자기가 약간 싱겁게 간을 볼 것이고

그래야만 짠 음식을 평생 먹지 않고 간이 맞는 음식을 먹게 될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우리의 식성보다는 아이들의 식성에 맞도록 식단을 짜는 편이지만,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추억이 있는 음식이다.

즉, 어머니의 손맛으로 만들어 내는 고전적인 음식이 그것이다.

손두부, 보리 비빔밥, 청국장, 양미리 조림, 비지찌개, 호박범벅, 도루묵......

도루묵!

그날 나는 도루묵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아내는 도루묵을 사러 시장을 다 헤집고 다녔으나 도루묵은 없었다.

글쎄, 요즈음은 도루묵은 안 먹나?

그래서 아내와 내가 동시에 내 뱉은 말은

"말짱 도루묵이네."였다.



이제는 조용히 한해를 돌아보는 세모다.

올 한해의 끝자락이 제발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도루묵이 간절히 당기는 데 어찌 해결할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