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을 부모, 교사, 사회가 함께 키우자’는 철학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한때 붐을타고 폭발적으로 늘다가 요즘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추세다. 커리큘럼과 운영 매뉴얼도 자리잡고, 조용하게 뜻 있는 엄마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기존의 교사 중심 교육 활동에서 벗어나 부모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1994년 우리나라에 처음 문을 연 이후 15년이 지난 현재 전국에 62개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운영 중이다(법인에 소속되지 않은 곳은 전국 3~4개로 추산). 정부에서 ‘부모협동교육시설’로 분류해 국공립·민간 어린이집과 똑같이 보육료를 지원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영어를 포함한 특별수업, 학습지·교재 등의 영재교육이나 인위적인 조기교육을 일절 실시하지 않는다. 대신 나들이, 텃밭 가꾸기, 마당놀이 등을 통한 생태놀이와 주제에 따라 음악이나 미술 활동으로 연계하는 수업, 각 계절에 포함된 명절, 절기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운영 주체는 원장이 아닌 학부모와 교사다. 특히 학부모들의 참여는 일반 어린이집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극적이다. 각 어린이집마다 운영, 홍보, 교육, 재정, 시설 등의 소위(모임)가 있는데 모든 학부모는 이들 중 하나의 소위에 소속된다. 각 소위는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통해 학부모들의 의견이나 안건을 이사회에 전달하고 이사회에서는 이를 논의·의결한다. 교사 임금, 보육료 책정, 필요 물품 구입, 시설 관리, 교육 프로그램 제안 등 어린이집 안팎의 모든 사항을 다룬다.

학부모들은 이런 소위 활동 외에도 각 반별 모임(월 1회), 총회(연 2회), 일일교사(연 2~3회), 어린이집 청소(연 5~6회) 등에 참여해야 한다. 그중 일일교사는 직장에 월차를 내서라도 꼭 해야 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모들이 곤혹스러워하지만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떻게 어울리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 수 있어 나중에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고. 이렇게 부모들이 얼굴을 자주 맞대다 보니 자연히 친해지고 어린이집 활동 외에도 시간이 날 때 함께 어울리는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가장 큰 약점은 원한다고 모두 보낼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것. 등하교 시 차량 지원을 하지 않고 부모가 시간에 맞춰 직접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하기 때문에 집 근처에 있지 않다면 여간해선 보내기 어렵다. 다른 지역에 살다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고 이사하는 부모도 많다. 지역별 편차도 심한 편이다. 서울 마포구를 비롯해 경기도 과천, 고양, 성남처럼 3~4군데씩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도 많다. 또한 ‘운영이 잘 된다’고 입소문을 타 입학 희망자가 몇십 명씩 있는 어린이집이 있는 반면, 다음 연도 입학 희망자를 구하지 못해 동분서주하는 곳도 있을 만큼 각 어린이집별 차이가 심한편.

출자금 형태로 내야 하는 목돈 또한 만만치 않은데 각 지역의 부지 가격, 몇 명의 자녀를 보내는가, 어린이집 터를 구입하느냐 세를 얻느냐에 따라 그 금액에 차이가 있다. 현재 자녀 1명을 보내는 데 드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출자금은 300만~1000만원선. 아이 한 명을 더 보내면 50만~200만원 가량이 추가되며,터를 구입하는 영구 터전의 어린이집이 출자금 규모가 좀더 크다. 이 돈은 아이가 졸업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데 뒤이어 들어오는 학부모가 내는 출자금으로 대치하기 때문에 입학 희망자가 없을 때는 늦게 돌려 받는 경우도 있다. 출자금의 10% 가량을 의무적으로 기부하도록 정하고, 몇 번에 나누어 낼 수 있는 등 어린이집마다 출자금 운용 방법이 모두 다르다.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홈페이지(www.gongdong.or.kr)에 들어가면 공동육아의 의의와 전국 공동육아 어린이집 리스트, 설립 방법, 운영 노하우 등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 플라스틱 장난감이 없다
운영 프로그램과 환경을 보면 자연 생태 어린이집과 비슷한 점이 많다. 이곳 역시 학습교재나 플라스틱 장난감을 찾아볼 수 없다. 양은 주전자, 숟가락, 냄비 등으로 흙놀이를 하고 실내에서는 실뜨기를 하거나 나무토막, 종이 블록 등을 가지고 논다. 그 흔한 한글· 알파벳 포스터 한 장 붙어있지 않다. 공동육아의 중요한 목표가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자’이기 때문. 아이들이 책을 읽다 호기심이 생겨 물어볼 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열에 여덟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을 뗀다.

2 서로 별명을 부른다
아이들은 교사를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 별명으로 부른다. 이는 아이와 교사를 상하 수직의 관계가 아닌 대등한 인격으로 바라보게 하기 위해 정한 규칙. 아이들은 교사를 지시하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친한 어른 혹은 친구로 받아들인다. 학부모 역시 ‘○○ 엄마’, ‘○○ 아빠’ 대신 별명으로 부른다. 학부모와 교사는 물론 교사들끼리의 호칭도 모두 별명. 나이차도 있고 연차도 다르지만 교사들의 서열 또한 없다. 원장이 없는대신 ‘대표교사’가 어린이집 안팎의 일을 총괄하는데 이 역시 원로 교사가 아니라 2년에 한 번씩 차례로 돌아가면서 맡는다.

3 통학차량을 운행하지 않는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는 ‘노란 차’가 없다. 원칙적으로 통학차를 운영하지 않고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를 등·하원 시킨다. 아침저녁으로 어린이집에 들러 교사도 만나고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여러 학부모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4 유기농으로만 먹인다
첨가물과 화학약품이 들어간 먹을거리는 일절 쓰지 않는다. 각 지역의 생협에서 공급 받은 유기농식품으로 영양교사가 아침 간식, 점심, 오후 간식을 준비한다. 아이들의 생일에도 생크림 케이크 대신 떡 케이크가 상에 오른다.

5 소규모로 운영된다
전체 정원이 30명이 넘는 곳이 거의 없을 만큼 소규모로 운영한다. 대개 한 반에 6~8명씩 연령별로 2~4개 반을 운영하며, 식사를 책임지는 영양교사를 포함해 3~7명의 교사가 상주한다. 법이 정한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수는 3세 1:15, 4세 이상 1:20이지만, 이곳은 1:4~1:8 수준. 그만큼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더욱 신경쓸 수 있다.

6 보육료 수준이 높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보육료는 매년 1~2월에 확정되는 정부 기준 상한선보다 적은 금액을 책정하지만 교사 대 아이의 비율이 낮기 때문에 운영 비용이 부족한 게 현실. 이런 재정의 적자 부분을 메우기 위해 운영 주체인 조합원들로부터조합비를 별도로 받는다. 이 금액은 각 어린이집 조합의 ‘재정소위’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지역이나 아이의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종일반 기준으로 월 평균 40만~50만원선이다. 금액만 들으면 부담스럽지만 실제로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은 일반 어린이집처럼 특별수업이나 야외 활동 시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전혀 없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보장받을 수 있으니 결코 비싼 비용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운영 적자분이 생길 경우에도 모든 조합원이 똑같이 거두어 메운다.

7 입학 전에 학부모 면접이 있다
‘공동육아’가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 일반화되지 않은 만큼 이곳에 아이를 보내려는 학부모가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운영 주체로서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있는지등를 살피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교육관이 같지 않을 경우 어린이집을 함께 이끌어 나가는 일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입학을 문의하면 먼저 대표교사와 상담하고 따로 하루 날을 정해 교사, 이사진과 면담을 거친다. 여기서 공동육아의 기본 철학, 학부모의 의무, 일반 생활 등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대기 순서가 정해지고 순위에 따라 입학 기회가 주어진다. 그 밖에 각 어린이집의 성별 구성비와 연령비 조절, 장애우 충원 등이 등원 대상자 선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입학 희망자가 많을 경우 1~2년씩 대기하기도 한다.

8 교사들의 자격 조건이 다르다
대학에서 유아교육 관련학을 전공하였거나 보육교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주관하는 ‘현장학교자격과정’ 을 이수해야만 공동육아 교사로서 정식 활동할 수 있다.

AM 7:30~10:00
등원하면 정규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까지 실내에서 책을 읽거나 어린이집 앞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논다. 등원 시간이 다른 어린이집보다 다소 이른데 이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참여하는 운영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다.

AM 10:30
6·7세 반 아이들은 ‘주말에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발표하고 (월요일 기준)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를 마신다. 주별로 주제를 정해 관련 책을 읽거나 토론하고, 관련 음악이나 미술 등과 연계한 활동을 한다. 4·5세 반은 오늘 생일을 맞은 친구들을 위해 고사리 손으로 ‘생일 카드’를 만들었다.

AM 11:00
어린이집 인근의 뒷산으로 나들이를 떠나 오감으로 자연을 체험한다. 꽃, 나무, 풀 등 자연물을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맡으며 서로 이름을 알려주기로 하고,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함께 생각을 나눈다. 평소에는 약수터나 산책로, 좀더 멀리 나갈 때는 호수공원, 정발산 등 다양한 장소를 찾는다.

AM 12:00
나들이에서 돌아와 손을 씻고 점심을 먹는다. 주로 생협에서 들여오는 유기농 쌀과 식자재를 이용한다. 6~7세 반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직접 숟가락 놓고 반찬을 나르는 등 식사 준비를 돕는다.

PM 1:00
터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거나 텃밭에 나가 심어놓은 상추, 고추, 토마토 등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살피고 잡초를 뽑아준다. 이렇게 수확한 농작물은 반찬이나 간식으로 쓰인다. 어린이집에서 가족들에게 분양한 텃밭은 주말가족농장으로 활용된다.

PM 1:30
반별로 세안을 하고 차와 과일을 먹으며 낮잠 잘 준비를 한다. 잠옷으로 갈아 입고 이부자리를 까는 등 분주하다. 낮잠 시간은 오후 2~4시.

PM 4:00
잠자리를 정리하고 오후 간식을 먹는다. 간식을 먹은 다음 터전에서 자유 시간을 갖는다.

PM 5:10
오후 활동을 시작 한다. 주 1~2회는 어린이집 어린이들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활동 시간을 갖는다.

PM 6:00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오기 시작해 오후 7시에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 위 일과는 일산에 있는 ‘야호! 어린이집’의 하루입니다. 각 지역별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따라 등원·하원 시간과 세부 스케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