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빈곤층 이야기
골리앗 2006.07.07 23:06:30
중산층에서 신빈곤층으로 떨어진 40대 초반 자영업자 L씨의 이야기다. 그는 한때 시세 3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어엿한 중산층으로 ‘잘 나가던’ 보통사람이었다. 하지만 불과 4년 만에 깡통을 차고 삶의 벼랑에 서있는 인생유전이 뭇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L씨는 수도권 신도시의 한 유명 쇼핑몰에서 신사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4년 전 신사복 매장을 직영하던 본사가 장사가 안되자 수익금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직원이던 L씨와 계약을 맺었다. 매장 운영권을 넘겨받은 그는 졸지에 사장이 된 것이다. 초기에는 본사에 수익금을 내고도 매달 200만원 정도는 벌었지만 거센 불황바람에 갈수록 수입은 줄어들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생각한 게 부업이다. 집을 은행담보로 잡히고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PC방을 차렸다. 생활비라도 보탤 요량으로 경험 없는 일에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처음 몇달간은 직원 월급, 관리비내고도 그런대로 수입이 쏠쏠했지만 장사는 갈수록 태산이었다. 6개월쯤 지나자 직원 급여는 물론 관리비가 밀릴 정도로 장사가 죽을 쑨 것이다. 차라리 문닫는 게 남는 장사였다.
졸지에 벼랑에 선 ‘보통사람’
건물주의 독촉은 심해지고 결국 개업 1년6개월 만에 가게를 접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지 않아 재임대를 놓으려 했지만 불황 한파로 거들떠보는 사람조차 없었다. 보증금은 밀린 관리비와 주식투자로 거의 날리고 컴퓨터는 폐품 값에 넘겼다. 결국 2년 만에 집까지 말아먹은 것이다. 집 팔아 남은 기천만원 중 일부는 생활비로 쓰고 빚 갚으니 수중에 남은 재산은 전세금 5000여만원뿐. 인생 수업료를 냈다고 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컸다.
L씨는 임대차 기간이 끝난 최근 또다시 홍역을 치렀다. 전셋값이 2년새 2000만원이나 폭등한 것이다. 이제는 신용도 바닥났고 담보 잡힐 집도 없는 그는 눈물을 머금고 아파트를 줄여 불편한 ‘오지’로 이사갔다. 요즘 생활비는 카드 돌려막기로 겨우 버틴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직전의 처지인 그는 희망 없는 신사복 매장도 접을까 생각 중이다.
L씨는 서민 경제의 최일선이 어떤 식으로 무너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산층이나 자영업자, 은퇴자들이 어설프게 사업에 손댔다가 실패하는 전형적인 모습이어서 더욱 공감이 간다. 그의 몰락 원인은 ‘경기 침체+사업 판단 미스+경험 부족’의 합작품이다.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고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하지만 홍수가 나도, 가뭄이 들어도 나라님을 탓하는 나라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을 지지했던 그는 불황 바람이 거세고 전셋값까지 폭등하자 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
막무가내식 정책 손봐야
요즘 L씨는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옛말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돈벌이로 사실상 절대빈곤층이나 다름없는 처지이지만 아직 젊고 전세 목돈이 남아있고 직업이 있는 덕에 정부의 작은 도움도 받지 못한다. 누구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꼴이다. 재기할 유일한 방법은 다시 취업해 월급쟁이가 되거나 경기가 좋아져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다시 취직할 길이 막연한 그로서는, 그렇다고 금세 경기가 좋아질 턱도 없으니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L씨 같은 신빈곤층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 고립무원의 L씨 앞에서 정치권이 분배를 얘기한들, 복지를 얘기한들 허망할 뿐이다. 서민 경제 회복을 기치로 내건 정부·여당이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는 자명해졌고 이미 그 답은 나와있다. 당장 보통사람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막무가내식 정책들부터 손 좀 봐야 한다.
L씨는 수도권 신도시의 한 유명 쇼핑몰에서 신사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4년 전 신사복 매장을 직영하던 본사가 장사가 안되자 수익금을 나눠 갖는 조건으로 직원이던 L씨와 계약을 맺었다. 매장 운영권을 넘겨받은 그는 졸지에 사장이 된 것이다. 초기에는 본사에 수익금을 내고도 매달 200만원 정도는 벌었지만 거센 불황바람에 갈수록 수입은 줄어들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생각한 게 부업이다. 집을 은행담보로 잡히고 1억5000만원을 대출받아 PC방을 차렸다. 생활비라도 보탤 요량으로 경험 없는 일에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처음 몇달간은 직원 월급, 관리비내고도 그런대로 수입이 쏠쏠했지만 장사는 갈수록 태산이었다. 6개월쯤 지나자 직원 급여는 물론 관리비가 밀릴 정도로 장사가 죽을 쑨 것이다. 차라리 문닫는 게 남는 장사였다.
졸지에 벼랑에 선 ‘보통사람’
건물주의 독촉은 심해지고 결국 개업 1년6개월 만에 가게를 접었다. 임대차 기간이 끝나지 않아 재임대를 놓으려 했지만 불황 한파로 거들떠보는 사람조차 없었다. 보증금은 밀린 관리비와 주식투자로 거의 날리고 컴퓨터는 폐품 값에 넘겼다. 결국 2년 만에 집까지 말아먹은 것이다. 집 팔아 남은 기천만원 중 일부는 생활비로 쓰고 빚 갚으니 수중에 남은 재산은 전세금 5000여만원뿐. 인생 수업료를 냈다고 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컸다.
L씨는 임대차 기간이 끝난 최근 또다시 홍역을 치렀다. 전셋값이 2년새 2000만원이나 폭등한 것이다. 이제는 신용도 바닥났고 담보 잡힐 집도 없는 그는 눈물을 머금고 아파트를 줄여 불편한 ‘오지’로 이사갔다. 요즘 생활비는 카드 돌려막기로 겨우 버틴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 직전의 처지인 그는 희망 없는 신사복 매장도 접을까 생각 중이다.
L씨는 서민 경제의 최일선이 어떤 식으로 무너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산층이나 자영업자, 은퇴자들이 어설프게 사업에 손댔다가 실패하는 전형적인 모습이어서 더욱 공감이 간다. 그의 몰락 원인은 ‘경기 침체+사업 판단 미스+경험 부족’의 합작품이다. 전적으로 그의 책임이고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하지만 홍수가 나도, 가뭄이 들어도 나라님을 탓하는 나라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을 지지했던 그는 불황 바람이 거세고 전셋값까지 폭등하자 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
막무가내식 정책 손봐야
요즘 L씨는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옛말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돈벌이로 사실상 절대빈곤층이나 다름없는 처지이지만 아직 젊고 전세 목돈이 남아있고 직업이 있는 덕에 정부의 작은 도움도 받지 못한다. 누구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꼴이다. 재기할 유일한 방법은 다시 취업해 월급쟁이가 되거나 경기가 좋아져 장사가 잘되는 것이다. 다시 취직할 길이 막연한 그로서는, 그렇다고 금세 경기가 좋아질 턱도 없으니 막다른 골목에 내몰려 있는 셈이다.
L씨 같은 신빈곤층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서민 경제를 살리겠다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지금 고립무원의 L씨 앞에서 정치권이 분배를 얘기한들, 복지를 얘기한들 허망할 뿐이다. 서민 경제 회복을 기치로 내건 정부·여당이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는 자명해졌고 이미 그 답은 나와있다. 당장 보통사람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막무가내식 정책들부터 손 좀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