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꽃 봉오리다
유경 2006.04.12 22: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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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좋은 것도 가까이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알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머니가 매일 해주시는 더운 밥도 군대에 가서 훈련받을 때라야 얼마나 맛있는 ‘요리’였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말 한마디 때문에 툭하면 싸우던 친구도 멀리 떨어지거나 오래 헤어져 만나지 못하면 옛 고향처럼 그리워지게 됩니다.

이즈음이 놓치면 후회하기 딱 좋은 시절입니다. 맑은 햇살과 싱그러운 바람은 스치면 사라지고 마는 한순간입니다. 사무실에 묻혀 식당에 갇혀 지내고 사람들 속에 숨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이 좋은 날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흘려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꽃가루 날리는 것이 귀찮다 싶더니 갑자기 어느날 열기가 밀려오고 어느새 여름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시절이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것은 좋기도 해서지만 워낙 짧기 때문입니다. ‘어디 놀러 한번 가야지’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금방 계절이 바뀌고 맙니다. 그러니 지금 바로 이 계절을 즐겨보세요. 그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좋은 날이 빨리 지나가니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즐겨야 한다는 것은 모두 잘 압니다. 문제는 평범하고도 지루한 날들입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런 심심한 나날 말입니다. 이런 평범한 날들이 계속되면 사람들은 휴일이나 빨리 왔으면, 휴가시즌이나 됐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지루한 날은 그래도 참을 만 하겠지요. ‘삶이 그대를 속이면’ 힘들고 지쳐 더 괴로울 겁니다. 산더미 같은 업무 때문에 밤샘야근을 해야 할 때, 기껏 해 놓은 일을 고집불통 상사가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억지를 부리면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

그래서인지 코미디가 아니면 대부분 영화의 주인공들이 지친 표정을 하고 나옵니다. 삶의 무게가 그처럼 무거운 거지요.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노총각 주인공이 어머니에게 푸념하며 전화를 합니다. “엄마, 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그때 어머니는 무어라고 말합니까. “너는 이제 시작인데 뭘.”

벌써 5월. 당신은 어떤 일들을 이루셨는지요. 많은 성취를 이룬 분도, 스스로에게 실망한 분들도 있으시겠지요. 어느 경우라도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세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지금 그 순간이 당신에게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며칠전 아침 출근길에 차가 너무나 막혀서 집에서 나온 지 1시간30분이 지났는데도 회사 근처에도 못가 신경질이 나던 날이 있었습니다. 차는 움직이지 않고 서로들 짜증스러운지 이곳저곳에서 클랙슨 소리가 잦았습니다. 오래 앉아있어 그런지 양복은 다 구겨지고 매캐한 매연까지 괴로워 얼굴도 일그러졌습니다.

앞창을 열고 한팔을 빼고 기다리다 문득 차가 확확 빠지는 건너편 길 쪽을 보았습니다. 큼지막하게 멋을 부린 필기체로 쓴 어느 회사의 홍보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시 구절이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가만 읽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세월이 지나 어느 날, 차 몰고 출근할 일도 없을 때, 러시아워에 뒷동산에 올라가 있을 때 이런 날이 얼마나 그리워질까. 확 슬퍼지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못한다.

그런 절박함으로 사는 인생은 자신감에 넘칠 것입니다. 남들의 눈도, 세상의 법칙도 별로 중요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더, 자기 자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식을 가질 때 사람들은 글자 그대로 개성있게 살 수 있는 것이지요.

그날 아침 저를 한동안 길에서 멈추게 한 그 시의 전문을 실어봅니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출처: 한경닷컴

글: 권영설 한국경제신문 가치혁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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