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있는 ‘킬러(killer) 본능’을 깨워야 합니다. 악착같이, 목숨 걸고 일하지 않으면 성공은커녕 견뎌내기도 힘든 곳이 월스트리트죠.”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무대 중 하나인 월스트리트에서 정상의 증권세일즈맨으로 일하며 대형 증권사 부사장을 지낸 이정숙(47·사진)씨에게 ‘킬러’라는 별명은 칭찬과도 같다. 그는 “킬러는 대단한 사람, 경이로운 사람이라는 뜻의 속어”라며 “특히 소수민족이며 여성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킬러 본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외국근무가 잦은 아버지를 따라 유럽과 미국에서 학교를 마친 그는 MBA를 졸업하고 1987년 영국계 베어링증권에 입사했다. 입사 3년 만에 연 1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특급 세일즈맨을 뜻하는 ‘빅 프로듀서’로 자리 잡았으며, 6년 만에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에서 한국주식시장의 최고 전문가로 각종 증권사들의 스카우트 표적이 됐던 그는 1993년 프랑스계인 크레디리요네증권으로 이직했다. 이후 한국지사를 설립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가 2000년 월스트리트에서 물러나 서울로 돌아왔다.



현재 세계 각국의 비영리조직 후원활동을 하며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에서 강의 중인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보낸 13년을 ‘지혜로운 킬러’(갤리온)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에는 그가 동양인 여성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생존의 ‘정글’과도 같은 월스트리트에서 어떻게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다. 처음 주니어 세일즈맨으로 입사해 아무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증권정보 안내전화에 매달렸던 일, 남성 동료들에게 업적을 뺏겼던 일, 성과제일주의에 따른 엄청난 업무 스트레스 등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그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치열한 과정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는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성공은 열정에서 출발한다”고 충고한다. 열정과 애착이 실력을 키우고, 실력이 다시 열정을 더욱 북돋우는 선순환의 과정으로 접어들게 된다는 것.

그는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대인관계와 목표관리에 충실하며, 열정과 지혜를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