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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으로 '잘 살기' (2)
뚜르 2022.02.20 17:4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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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무엇으로 지어야 할까. 여성 건축가 4인이 생각한 집의 언어.

ATELIER CHANG 장수현

2012년 런던에서 시작한 아뗄리에 장 대표.

한국과 영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첫 직장인 HdM(헤르조그 앤 드뫼롱) 시절의 경험과 연결되는 아뗄리에 장의 철학은

스위스 건축문화는 내 건축 철학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 특히 하버드에서 멘토이기도 했던 자크 헤르조그가 항상 이야기한 ‘인간 규모의 감성(Sensibility in Human Scale)’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이 건물 앞에 섰을 때, 그 건물과의 만남으로 형성되는 개인의 감정을 디자인 초점으로 삼는 거다. 그래서 HdM은 파사드 등을 무조건 1:1의 실제 스케일을 지닌 목업으로 만들어 끊임없이 세부 디자인을 발전시킨다. 아뗄리에 장의 프로젝트 역시 일단 손으로 모든 걸 만들며 시작한다. 디지털 작업은 현실감이 떨어지고 조감도에만 치중하게 만드니까. 작은 수제 모델을 만들어 공간의 퀄리티와 디테일을 초기부터 잡는다.

실내외의 경계를 없애 외부가 실내로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오는 ‘생각 속의 집’.

두 개의 둥근 천장을 지닌 양평의 볼트 하우스는 여느 주택과 단연 구별된다. 설계 시 실제 거주할 특정 건축주가 존재하지 않는 프로젝트였다고

볼트 하우스의 건축주는 거제의 ‘생각 속의 집’을 운영 중인 대표다. 그는 내게 세 가지 모델을 요청했다. 볼트 하우스의 초안은 셋 중 가장 내 맘대로 만들어낸 디자인이다. 건축주는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기획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볼트 하우스 초안을 보고 한국에 이런 집이 없다며 밀어주었다. 특정한 건축주가 없었기에 나에게 개인적으로 살고 싶은, 조금 특이한 공간을 지닌 집을 만들 기회가 됐다. 집은 완공 후 거주를 원하는 사람에게 분양됐다.

이 집에서 가장 도전적이었던 부분은

건축가들은 건축물을 트로피나 기념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보이는 임팩트를 컨셉트의 시작점으로 한다. 볼트 하우스는 한 사람이 공간에 서 있을 때의 느낌을 중심에 두고 설계를 시작한 집이다. 그런 내부공간을 넣으면서 결과적으로 예상치 못한 외부의 볼륨감이 형성됐다. 외관을 정하고 내부의 방을 구획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에서부터 밖으로 깎아나간 동굴 같은 건물이다.

아뗄리에 장의 국내 첫 프로젝트인 거제 ‘생각 속의 집’은 ‘매듭지은 집’이라는 이름으로 설계됐다.

볼트 하우스는 건물 한 면이 모두 유리이고, 외부의 땅과 집 안의 바닥면이 같은 높이로 이어진다. 사용자가 자연 속에 발을 디디며 산다는 느낌을 분명히 줄 것 같다

1980년대 초 서빙고동의 한 아파트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파트 주변과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구역마다 울창한 숲이 비밀스럽게 우거져 있었고, 하루의 반을 그 숲에서 놀았다. 한강의 꽁꽁 언 표면 위를 걸어 다니기도 했다.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외부공간이 한 사람의 기억에 얼마나 중요한지 나중에 건축을 하며 깨달았다. 많은 건축물이 본의 아니게 사람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제에 설계한 ‘생각 속의 집’ 등을 통해 자연과 내부공간이 경계 없이 연결되는 건축을 모색해 온 이유다.

주거 건축 면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는

집이 ‘사는 곳(주거)’이기보다 ‘사는 것(투자)’이 돼버린 곳. 하지만 지금의 힘든 시대가 건축가인 나에겐 일말의 희망이 된다. 사람들이 자연과 소통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집 안의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현실적으로 고민하게 됐으니까. 아파트도 조금 달리 생각하면 파리 근교의 빌라들처럼 창의적이고 다양한 주거문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 세대의 건축가들이 도전적인 작업을 하면서 획일화된 주거문화를 바꿔나갈 기회를 거듭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아뗄리에 장의 국내 첫 프로젝트인 거제 ‘생각 속의 집’은 ‘매듭지은 집’이라는 이름으로 설계됐다.

여성 건축가라는 호명에 관한 평소의 생각

자신에게 여성 건축가라는 꼬리를 단 적은 없지만, 주위의 여성 디자이너들을 존경하며 그분들의 숨은 창의력을 같이 끌어내는 협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회사는 여자 구성원이 대다수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가? 자신만의 주택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자연 안에 앉아 있는 듯 나와 바깥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집에 살고 싶다.

양평의 볼트 하우스. 지붕과 천장, 벽과 창문, 통로가 모두 둥글다. 외부에는 집처럼 둥근 형태의 수영장도 있다.

건축으로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디자인이 많은 이에게 보급될 수 있을까. 디자인은 삶의 기본조건이자 필수품으로 모든 이에게 공급되고, 되도록 많은 사람이 그 덕에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케아와 비트라처럼 디자인은 사람의 삶에 무한한 변화를 일으킨다.

거실, 주방 등의 실내공간은 벽 없이 유연하게 연결된다.

SIE 건축 정수진

2008년 설립한 SIE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용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개인주택을 설계해 왔다. 주택 건축에 느끼는 매력이 있다면

많은 건축가가 집을 하나의 ‘소우주’라고 하는데, 인간의 정신적 영역을 담아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주거 건축은 건축가 입장에서 매우 까다롭고 신경이 곤두서는 작업이다. 하지만 기능적 면을 충족시킨 다음의 문제에 관해선 주택이야말로 건축가의 자유로운 표현이 적극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집을 설계할 때 의도적으로 실험해 온 부분이 있다면

같은 형태의 건축물도 색이나 재료, 빛의 종류가 달라지면 전혀 다른 건물로 보인다. 같은 체적의 실내공간도 넓이와 높이, 개구부의 위치가 달라지면 전혀 성격이 다른 공간으로 인지된다. 가장 큰 이유는 공간의 특성을 결정짓는 비례 체계와 빛이라고 할 수 있다. 섬세한 디테일과 빛의 만남은 공간을 한층 풍요롭게 표현할 수 있는 아주 고차원적 요소다. 그런 면에서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재료와 빛 혹은 디테일을 시도하면서 이전의 공간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하고 있다.

넓고 깨끗한 선과 면으로 공간감이 표현된 주택 ‘각설탕’은 지중해 연안에서 주재원으로 활동한 건축주를 위해 설계됐다.

수많은 주택 프로젝트를 거쳐온 SIE 작업에는 중정을 중심에 둔 경우가 많았다. 중정을 둔 다음 어떤 공간을 구성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중정형 주택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정과 집의 적절한 크기 관계다. 중정의 크기와 위치가 설정된 다음의 중요한 작업은 중심 마당을 에워싼 건축물의 사이에 끼어드는 툇마루와 복도, 벽, 보이드, 계단 등 다양한 건축적 요소인데 그 요소들이 중정 그리고 내부공간과 맞물리면 색다른 맛을 낸다.

근래 주택 프로젝트에 달리 시도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중성적 성격의 공간, 즉 내 · 외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일. 주택 2층의 자그마한 마당이나 방과 방 사이의 틈새 등 소극적 시도는 하고 있지만 확실한 성격의 중성적 공간은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기능을 담지 않고 덧붙이는 공간이라 쉽게 시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이니 기후에도 대응해야 하고 ‘중성적’이라는 성격에 관한 정의도 명쾌하게 내려야 하지만, 언젠가는 ‘중정’이라는 개념처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전북 전주의 2층 주택 ‘작은 집’. 프랑스 건축가 앙리 시리아니에게서 배운 점, 선, 면, 공간의 연속성이 돋보이는 외관이다.

최근 가장 도전적이었던 프로젝트

시공 중인 판교의 반원형 프로젝트. 말발굽처럼 생긴 땅에서 대지 경계선 자체가 하나의 정체성이 되도록 설계한 주택이다. 기존의 직선적 문법과는 상이한 부분이 많아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직각에 익숙해진 삶을 상당히 강한 곡선 공간에 채워 넣는 것이 어려웠다.

집 짓기 좋은 대지와 어려운 대지란

집의 큰 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사이트가 가진 물리적 환경이다. 나는 신도시의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잘린 정남향의 대지를 가장 설계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3대로 이뤄진 가족의 집 ‘빅마마’는 기품 있고 단아한 감각을 지닌 공간으로 구성했다.

건축가로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기억은

프랑스의 앙리 시리아니(Henri Ciriani) 선생님. 학창시절 내내 ‘건축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는 가르침을 강박관념처럼 머리에 새겨놓더니, 졸업할 즈음 그간의 배운 모든 것은 깨끗이 잊고 빈 종이에 너의 것을 새로 그리라고 하신 분.

건축적 영감을 크게 받은 곳으로 손꼽을 만한 장소

처음으로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던 프랑스의 라 투레트(La Tourette) 수도원. 넓은 들판에 반짝이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보며 자연과 빛, 건축의 만남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추사고택이나 선교장의 전통적 공간 구성은 수묵화의 여백에 공감하게 만든다.

3대로 이뤄진 가족의 집 ‘빅마마’는 기품 있고 단아한 감각을 지닌 공간으로 구성했다.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에게 중요한 감각은

건축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들의 감성을 두드릴 수 있어야 한다. 건축가가 제 능력을 넘어 자신이 가진 오감의 최대치를 표현할 때 비로소 그 장소는 사용자의 무의식적 부분에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해 믿게 하고,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소통 가능한 것이다. 단련된 예민한 감각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갖춰야 한다.

여성 건축가라는 호명에 관한 평소의 생각

‘여성’이라는 성별 구분을 하는 것이 사회적 차별이라 여겨 아주 싫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여성 건축가’로 불리는 것이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아마 남녀의 특징이나 차이를 인정하기 때문인 것 같다. 논리적 추론과 합리적 설득력, 상대방을 향한 이해와 배려 그리고 섬세한 작업 등을 필요로 하는 작업 과정을 보면 건축은 어쩌면 여성에게 좀 더 적합한 일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붉은색의 이형 벽돌을 불규칙하게 쌓아 올린 ‘이-집’의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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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보기 : https://news.v.daum.net/v/20220220000035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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