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남자들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하는 건가요?

남자들이 모두 그렇다고 일반화를 하려는게 아니라, 정말 제 남편의 속이 궁금합니다.

작년 한해동안 남편이 제 속을 하도 썩였는데, 연말에 서로 다 풀었습니다.

그런데 1월초쯤 또 여자있는 술집에 갔더라구요. 남편이 방탕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닐만큼 순진한 사람

이라는 건 알고있지만 아예 그거에 물들어서 똑같이 방탕해질까봐 걱정도 되고

돈도 너무 생각없이 펑펑 쓰고. 그래서 제가 요즘에 무게잡고 남편과 말도 하지 않고

저도 똑같이 밖에 오래있다가 늦게 들어가기도 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딸이 외국에 있다가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도 제가 틱틱대니까 " 왜그래~ 우리 딸도 왔는데 여전히 꽁해있고. 그러지말고 우리 맥주한잔 할래? " 라고 하는데,  

자기 잘못이 뭐인지도 모르면서 저러는건지 아니면 알고 있는건데 그냥 은근슬쩍 딸을 빌미로 덮어보려는 건지, 아니면 제가 이러는걸 투정이라고 생각하는건지... 도무지 남편 속을 알 수가 없어요. 

딸에게는 아빠가 그동안 엄마를 속상하게 한게 있어서 시간을 두고 기다려보자고 했다는데

정작 본인은 저에게 " 내가 잘못한걸로 치자 쳐! " 라고 저번주에 본인이 화내면서 그랬으면서 저렇게 기다리고만 있다니까 너무 화가 나네요.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고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하면 저도 그냥 마지못해서라도 넘어갈텐데.

남편에게는 지금 제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고, 본인은 인내심으로 가득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변화가 불가능한 남편에게 진정한 사과 한번이라도 제대로 받아보고 싶은거, 그게 다거든요.  

아무리 남편이 회사일로 작년 한해동안 힘들었고 그동안 술과 과소비 문제로 속썩이긴 했어도

여자문제로 속썩였던 적은 없었던 남편이라, 그동안 다 봐줬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시작되어온 남편이 술집을 가는 행동도 그렇고 딸이 작년 한해동안 없었던 것도

그렇고 너무 저를 외롭게 만들어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배신감과 상실감에 잠을 설친 적이 많았습니다. 서로 갱년기라 50대인 우리가 서로 예민하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너무 힘들게 하네요. 저도 이제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나 봅니다.

제가 계속 이렇게 무게를 잡고 딸한테 아빠를 맡기고 있어야 할까요,

그런데 이렇게 한다고 남편이 뉘우치기는 할까요. 그동안에 보여온 남편의 태도로 봐서는

남편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항상 자기만큼 좋은 아빠/남편이 어디있냐고, 딸한테

이 다음에 자기같은 남자나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고...  

밖에 나가선 남한테 그렇게 잘하고 똑똑하다고 인정받는 사람인데 왜 집에서만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한심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건지 모르겠어요. 딸과 저는 도저히 이런 아빠,남편을 이해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도 정이 너무 들어버린 이상, 남편과 이혼이나 별거를 할 수도 없고,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남편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남편이 바뀌기 힘들다는거 압니다, 그래서 어느정도 제가 포기하려는 마음도 당연히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조금이라도 더 포기하기엔 제가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집에서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만 하면서 살아왔으니 이제라도 어디 좀 놀러가면서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일단 집에서는 남편과의 관계를 어떻게 좋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저 혼자만 이해심을 넓히면 되는 걸까요? 이것만이 방법일까요?

남편에게 깨우침이라는 걸 주고 싶은데 저 혼자서는 남편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비슷한 경험 있으시면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