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마음이 두렵습니다
소심한 넘 2004.09.24 11:39:22
조회 1,009 댓글 2 신고
아.. 어떻게 시작을 해야하는지..
늘 그런것 같습니다.
제경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내 스스로도 그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말하죠.
난 항상 늦다고 말예요.
그런데 웃긴건 그런 이유로 사람들을 늘 놓쳐요. 그러고는 혼자 아파하죠.
지금까지 만나던 사람들은 내가 좋아할때쯤이면 날 떠나더라구요.
전 그걸 사람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내게 쉽게 다가와서 쉽게 날 떠나버린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그동안 그 사람들이 내게 와서 받은 상처들, 혹은 실망감들이 쌓여서 나를 질려해 하는 것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제대로 사귀어 본 경험도 없고.. 아주 오랫동안 혼자 지내왔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무관심해지더군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의 사소한 것들,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들, 그들에 대해 내가 기억해주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 말입니다.
아.. 이런.. 서론이 길었군요.

제가 요즘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니, 만나고 있었다고 해야하나요?
지난 3월 소개로 그녀를 만났고,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감정이 생기는 거예요.
날 향해 웃어주는 그녀, 밝게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점점 전 빠져들었죠.
그런데 그러면서도 두려웠습니다.
늘 그랬듯이 이사람도 언젠가는 날 떠날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말이죠.
아마도 그래서였을 겁니다.
그녀가 날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나 역시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기억들 때문에 쉽사리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죠.
항상 설레는 마음을 숨기려 노력했어요. 그 감정을 들키면 그녀가 떠날까봐 말입니다.
그러던중 지난달 초 그녀가 제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가끔 제가 어렵다고 말예요.
아주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 긴 시간들을 만나왔는데 정작 저에 대해 아는게 그리 많지 않다면서 말입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뭔가 잘못되었구나.하는..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고 말입니다.
고민이 되더군요. 밤에 잠을 못이룰 정도로.. 회사에서도 일이 잡히지 않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제 마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당신을 좋아한다고, 내가 닫아 놓은 이 빗장을 열도록 노력하겠다고, 그러니 우린 쉽게 다가와서 쉽게 떠나는, 서로에게 그런 악연이 되지는 말자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어떤 변화를 느껴요. 제가..
내 마음은 약간 열었을 뿐인데 안에서 꾹꾹 눌러져 있었나봐요.
그게 살짝 열었더니 펑하고 터져버려서 흘러넘치고 그로인해 때때로 내 자신을 상처입히고 그리고 그녀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고...
그녀에게 바라는 것들(성적인 것들이 아닌 조금만 더 내게 관심을 가져줘 하는..)이 점점 늘어가고..
그렇게 한달정도가 지났고, 이제는 이 마음이 두렵습니다.
그녀가,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는 이 마음이 두렵습니다.
게다가 처음만난 이후로 늘 계속해오던 아침 문자의 답장도 뜸해지고, 전화도 뜸해지고, 제가 전화를 할때마다 그녀의 목소리가 차갑게 느껴지고 그러는 겁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마음이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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