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며칠전에 <고사난자>인거 같다고 걱정했던 사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리플도 달아주시고, 공감도 해주시고, 격려해주시며 마음을 많이 나눠주셨는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글을 올린 이후 다음날인 목요일에도 출혈이 계속되서 다른 병원(세번째)에 가서 다시 한 번 진료를 받았고 같은 진단을 내려주시더라고요. 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빨리 수술하는게 좋다고 하셔서 바로 결정했습니다. 수술은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오전 9시에 받게 되었어요. 마음은 이미 많이 정리되었던 터라 생각보다 차분하게 수술을 받았는데요,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심리적인 고통도 고통이지만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수술과정에 대한 글이 많이 없더라고요.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너무 아팠습니다. 뭐랄까 세상 끝의 고통을 경험했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수술 전날 자궁과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하는 약이라고 하얀색 알약 2개를 자정에 복용하고 그 이후부터 금식을 했습니다. 복통이나 출혈이 있을 수 있고 없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평소 생리통이 심했던 저는 좀 걱정이 되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새벽 2시 반부터 끔찍한 복통이 찾아왔고 따듯한 찜질이 도움이 될까 남편이 물수건을 따뜻하게 데워서 배에도 올려주고 했는데도 통증이 사그러들지 않더라고요. 금식에 물도 먹지 말라고 해서 진통제도 못먹고 끙끙거리기를 근 두시간을 넘게... 결국 너무 힘들어서 새벽에 병원에 갔어요. 병원에서는 너무 아프겠지만 지금 당장 수술을 할 수 없어서 좀 참아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너무 힘들면 주사로 진통제를 한방 맞겠냐고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통증이 좀 가라앉고 정신을 차리니까 새벽 6시가 좀 넘었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잠을 아예 못자서 집에 갔다가 시간 맞춰 다시 오겠냐는 간호사의 권유에 그냥 병원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면 잠들어서 못나올거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통증이 또 그렇게 찾아올까봐 무섭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침 9시까지 병원 구석에서 새우잠을 자는데 많은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산모가 진통에 힘들어하는 소리부터, 아기 울음소리까지. 제 정신도 없어서 그냥 시체처럼 누워있다가 잠이 들었었나봐요. 깨보니 담당원장님이 오셨고, 제왕절개로 긴급수술이 있어 제 수술을 좀 미뤄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하셔서 약 2시간을 더 기다리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남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수술실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11시? 다 되서 수술하게 되었는데요. 수술실 내부가 참 마음에 안들더라고요. 누워있을 침대가 공포감을 조성하는... 간호사는 추울까봐 이불도 덮어주고, 긴장하지 말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며 제 기분을 달래주셨어요. 근데 수술 후 마취가 풀릴때 많이 아플꺼라고, 진통제가 몸에 도는데 약 20분정도 시간이 걸리니까 아파도 참으라고 설명해주시더라고요. 최대한 아프지 않았으면.. 하면서 기왕 이렇게 된거 수술이 깨끗하게 잘 되기만을 기도했어요. 그렇게 담당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자궁 내부 잘 재정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걱정말라는 답변 후 링거액과 함께 팔을 타고 올라오는 차가운 기운과 더불어 코에 퍼지는 매캐한 냄새에 어질어질 하더니 정신을 잃었습니다.

몇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언뜻 차리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몽롱해서 기억이 안 나야하는게 맞는데 밑으로 쏟아지는 뜨끈한 느낌이 선명하게 남아요. 그 뜨끈한 느낌에 '아 피가 나는구나'라고 저도 모르게 생각을 하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깜짝 놀라고... 힘들어하면서 회복실에 가게되었는데(휠체어를 탔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있었던 그 침대로 갔더라고요. 배가 진짜 너무너무 너무 아파서 남편이 옆에 있다는걸 직감한 순간부터 배가 너무 아프다고 남편을 잡고 펑펑 울었습니다. 진짜 눈물콧물 쏟으면서 계속 울었는데 아픔도 아픔이지만 뭔가 허무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유산이 현실로 느껴졌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한참을 울었나봐요. 남편은 계속 달래주고, 너무 힘들어하니까 조산사도 왔다가시고. 정신없는 통에 같은 병실에 산모들이 있다는 생각도 못하고(거기 계셨던 산모님들께 죄송하네요) 계속 울다가 통증이 좀 가라앉고 울음도 멎었던거 같아요. 수술은 잘 됐다고 했고, 어지럼증이 심해서 약 한시간 반정도 누워있다가 퇴원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약을 복용해서 그런지 복통은 심하게 없었고, 집에와서 남편이 해주는 간호와 조리를 받으면서 쉰지 벌써 4일째네요. 가족들의 배려로 설 연휴 계속 집에서 쉬었고,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집으로 오시겠다고 했는데 괜찮다고 그냥 둘이 알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덕분에 남편 요리실력이 업그레드 됐네요. ㅎㅎ 

설연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남편 출근하고, 일터에서 문자오고(프리랜서), 현실로 돌아왔네요. 주변지인들과 가족들이 위로와 격려를 많이 해주는데 제가 되려 의연하게 말하고 주변을 안심시키는데... 저도 이상하리 만큼 마음에 크게 동요가 없다고 느끼다가도 어제는 또 갑자기 울컥 올라오는 마음에 펑펑 울었어요. 지금은 머리 속 여기저기를 뒤져서 이정도라서 괜찮다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냥 몰려오는 감정을 다 맞아내는게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아기도, 심지어 난황도 못봐서 스스로 이정도도 괜찮다고만 위로하고 있었나봐요.

소파수술이 어떤 것인지 내용은 별로 없어서 후기를 남깁니다. 당연히 이런 과정을 거치는 분들이 없기를 더욱 간절히 소망하면서, 혹시나 이런 과정을 거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많은 분들이 마음을 함께 나눠주셔서 저도 이제 털고 일어나려고 합니다. 다음에는 더 건강하고 예쁜 꼬물이를 볼 수 있겠죠? 몸을 잘 보신해서 기다려볼려고요~ 아기를 기다리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래요!

* 소파수술 후 신체의 변화(개인차 있음)

1. 붓기: 몸이 부워요. 아기 낳은 증상이랑 비슷하게 온다고 하더니 저는 몸이 부워서 하루사이에 2키로가 훅 하고 불었어요. 손가락도 팅팅~ 뭘 먹으면 붓기가 좀 가라앉을까요?

2. 복통: 이건 수술과 관련된 복통은 아닌거 같은데... 변도 하루에 한번씩 보기는 하는데 배에 가스가 심하게 차는거 같아요. 너무 안움직여서 그런걸까요? 배가 아플정도로 가스가 차고, 육안으로 보기에 아랫배가 많이 부풀어 올라있네요... 병원은 금요일에 가기로 되어 있는데 가서 내진을 받아 봐야하는건지 의문입니다.

3. 땀: 신체리듬이 깨져서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제가 원래 땀을 잘 안흘리거든요. 수술 후에 몸조리 하듯이 따뜻하게 있어야 한다고 해서 옷 따뜻하게 입고, 온수매트 팡팡 돌려놓고, 집 난방도 따뜻하게 해놨는데 너무 더워요. 남편은 되려 안덥다고 하는데 저는 진짜 식은땀처럼 계속 땀이 나네요. 친정어머니는 부채질도 하지 말고, 찬물, 찬바람은 멀리하라고 하는데 땀이 너무 나서 힘듭니다. ㅠㅠ 

4. 소파수술 후 한약(보약): 혹시 추천해주실 한의원 있으신가요? 서울이나 경기도권이면 괜찮습니다~ 

혹시 저와 같은 증상을 보이신 분들 있으시면 어떻게 하셨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