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승리의 원인을 묻는 질문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결과는 5-0인 데다, 내용도 완벽했다. 그러나 그는 자만하지도, 상대를 깎아내리지도 않았다. “브라질의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했다.

브라질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친선전에서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이상 레알 마드리드), 마테우스 쿠냐(울버햄턴), 이스테방(첼시)을 전방에 세운 ‘4톱’ 전술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개인기와 스피드, 그리고 유기적인 움직임이 어우러지며 한국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전반 13분 이스테방의 선제골로 기세를 올린 브라질은 전반 41분 호드리구의 추가골로 격차를 벌렸다. 후반에도 분위기는 변함없었다. 이스테방의 멀티골(후반 2분)과 호드리구의 추가골(후반 4분)이 이어졌고, 후반 32분 비니시우스의 마무리 골로 완벽한 승리를 장식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 후 “공을 가지고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선수들이 개인 능력을 잘 보여줬다. 기대했던 것이 잘 이뤄졌다. 좋은 승리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다양한 득점 루트가 나와 기뻤다. 이런 경기력이 월드컵 본선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감독의 역할은 팀을 만드는 것이다. 오늘은 그런 팀 플레이가 잘 나와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과 브라질의 차이가 개인기량인가, 전술 차이인가’라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대신 “브라질이 높은 레벨에 있기 때문”이라며 팀 전체의 수준 차이를 언급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한국 선수 중 손흥민(LAFC)을 가장 인상 깊게 꼽았다. “손흥민은 한국에 매우 중요한 선수”라며 짧지만 확실한 칭찬을 남겼다.

5월 브라질 사령탑으로 부임한 안첼로티는 현재 북중미월드컵 본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30년 월드컵 원년부터 한 번도 본선 진출이 끊긴 적 없는 브라질의 전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북중미월드컵 남미예선에선 5위(8승4무6패·승점 28)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상암｜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사등록시간: 2025-10-10 22:4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