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을 넘어온 백제의 예술미가 경북 봉화 청량산에서 대중과 만난다. 국보급 유물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문화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와 지역문화 활성화라는 두 가지 공공적 가치를 함께 안고 있다.

- 모두가 함께하는 180일의 여정, 백제를 품은 청량산

경북 봉화의 청량산박물관이 오는 5월 22일부터 7월 27일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180일의 여정, 국보순회전 – 백제명품, 백제문양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주최하고 국립경주박물관 및 청량산박물관이 공동 주관하는 전국 공모형 순회 전시 사업이다.

청량산박물관은 지난해 공모를 통해 전국 8개 전시기관 중 하나로 선정됐다. 경북 지역에서는 봉화군과 의성군이 유일하게 포함되어 상반기 전시를 열게 됐다.

이 사업은 국보·보물급 중요 유물들을 수도권 밖 지역에서도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으로, 지역 간 문화 접근성 격차를 해소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벽돌’, 백제의 미학을 말하다

이번 전시의 중심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백제 사비시대 문양 벽돌 6점이다. 산수, 도깨비, 용, 봉황 등 상징적 무늬가 새겨진 이 벽돌들은 단순한 건축 자재를 넘어 백제인의 종교관과 미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산수문양전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세계관을 반영하며, 조선시대 선비들이 이상향으로 삼았던 청량산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와 깊은 상징적 연결을 이룬다.

이 벽돌들은 일제강점기인 1937년 충남 부여에서 발견됐으며, 이후 긴급 구제 발굴과 추가 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약 220여 점이 남아 있다. 단순히 건축 자재를 넘어 백제 문화의 예술성과 철학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이 유물들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 벽돌”이라는 찬사도 받고 있다.



- 전시와 함께 살아 숨쉬는 지역문화 플랫폼

2004년 개관한 청량산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살아 있는 지역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 외에도 농경문화전시관, 인물역사관, 어린이 체험실 등 다양한 전시공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AR, 모션맵핑, VR 체험 등 첨단 디지털 전시기법을 도입해 관람객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 전시 개막식 및 체험행사도 풍성

전시 첫날인 5월 22일 오후 2시에는 전시 개막을 기념하는 공식 개막식이 개최된다. ‘봉화아리랑 창’과 지역 통기타팀의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관악 5중주 공연, 기념사 및 축사, 테이프 커팅, 전시 관람이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 기간 동안 박물관 내 체험공간에서는 관람객이 백제 문양을 응용한 벽돌 디자인 체험을 할 수 있고, 야외 행사장에서는 어린이 대상의 ‘물로 쓰는 붓글씨’, ‘산길모험 보드게임’ 등 다양한 체험 부스도 운영된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이번 국보순회전을 통해 문화유산의 공공적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군민들의 문화 향유권이 한층 확대되길 기대한다”며 “국립박물관과의 협력을 통해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청량산박물관의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와 체험 관련 문의는 청량산박물관(054-679-6671~2)으로 하면 된다.

봉화 ㅣ나영조 스포츠동아 기자 localdk@donga.com

기사등록시간: 2025-05-16 16:3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