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편한 것부터"…부서 칸막이 넘은 서울시 '네고왕'
더팩트 2023.06.02 0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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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행정 최우수 제안 구금모·유초롱 주무관
손목닥터 9988·서울둘레길 콜라보


구금모 푸른도시여가국 공원여가정책과 주무관(오른쪽)과 유초롱 시민건강국 스마트건강과 주무관(왼쪽)이31일 오후 서울시청 카페에서 부서 간 협업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구금모 푸른도시여가국 공원여가정책과 주무관(오른쪽)과 유초롱 시민건강국 스마트건강과 주무관(왼쪽)이31일 오후 서울시청 카페에서 부서 간 협업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장혜승 기자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칸막이 넘기 어렵지 않던데요."(유초롱 주무관)

"기존 사업을 조금만 틀어서 활용하면 된다고 설득했죠."(구금모 주무관)

부서간 칸막이를 넘은 서울시 '네고(네고시에이션·협의)왕'의 비결은 단순했다.

변화가 상대적으로 더딘 공직 사회에서 부서 간 칸막이는 허물기 어려운 장벽이다. 그만큼 시민을 위한 행정서비스에도 장애물이다.

"아주 작은 발상의 전환이 바로 창의행정의 시작"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올 초부터 직원들에게 창의행정을 강조해온 이유다.

지난달 29일 서울시가 공개한 창의행정 우수사례 12건 가운데 최우수로 선정된 '손목닥터 9988X서울둘레길' 사업. 기술 분야와 행정 분야의 조직이 부서 칸막이를 넘어 이끌어 낸 창의행정 사례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카페에서 창의행정 사례의 주인공인 구금모(42) 푸른도시여가국 공원여가정책과 주무관과 유초롱(38) 시민건강국 스마트건강과 주무관을 만났다.

'손목닥터 9988X서울둘레길'은 스마트폰에 서울형 헬스케어 '손목닥터9988' 앱을 깔고 서울둘레길을 완주하면 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사업이다. 평소 서울둘레길에 애정이 많던 구 주무관과 시민들의 건강에 관심이 많던 유 주무관이 만나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물었다.

서울형 헬스케어 '손목닥터9988' 애플리케이션 실행 화면. /유초롱 주무관 제공
서울형 헬스케어 '손목닥터9988' 애플리케이션 실행 화면. /유초롱 주무관 제공

구 주무관은 공원여가정책과에 발령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처음 발령받고 서울둘레길을 알게 됐다. 담당부서에서 어떤 인센티브를 주면 참가자들을 모집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손목닥터 9988 앱'에 관심이 있던 그는 두 사업을 콜라보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을 많이 투입하지 않고 기존 사업을 활용한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였다.

손목닥터 앱의 활용도를 높이는 데 고민이 많았던 유 주무관도 서울둘레길의 건강관리 동기부여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손목닥터9988 앱 사용자들은 체중이나 허리둘레 등 각자의 건강 목표를 설정하고 걷기 활동, 식단 조절 등 활동을 하면서 목표 달성 여부를 점검할 수 있다"며 "마침 서울둘레길 행사가 있길래 담당자와 연락하다 보니 손목닥터 앱에는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는 기능이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걷기에 관심 많은 앱 사용자들에게 서울둘레길처럼 걷기 좋은 길을 소개하면 시민들의 즐거움을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발전했다.

한 번 두 사람의 생각이 통한 뒤부터는 사업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부서에서 일명 '네고왕'으로 통하는 구 주무관이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하자 시민건강국은 막힘 없이 협조했다.

구 주무관은 "서울둘레길이라는 하드웨어에 손목닥터 앱이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만큼 시민건강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큰 노력을 안해도 기존 사업을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서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네고왕의 설득 비법을 소개했다.

서울둘레길 모습. /이동률 기자
서울둘레길 모습. /이동률 기자

유 주무관은 "칸막이 넘기가 어렵진 않더라"며 "(서울둘레길과 손목닥터 앱 사이에)건강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고 기존 사업이 조금만 변화하면 되는 일이어서 부서에서 다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보탰다.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창의행정’은 무엇인지 묻자 단순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구 주무관은 "일상생활에서 내가 불편한 점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이 불편하다고 수십 번 얘기해도 와닿지 않는다. 내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걸 개선하는 게 창의행정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유 주무관은 "전에는 창의행정이 획기적이고 새로운 거라고만 느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다른 유관부서와 협조해서 작은 변화로도 창의행정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다양하게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려 한다"고 답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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