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박소담, 아프고 나서야 알게 된 '쉼과 비움'
더팩트 2023.02.05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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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유두암 수술 후 약 1년 만에 반가운 복귀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회복에 집중했던 박소담이 건강하게 돌아와 영화 '유령'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CJ ENM 제공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회복에 집중했던 박소담이 건강하게 돌아와 영화 '유령'으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CJ ENM 제공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박소담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그의 복귀작이 된 '유령'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여성 서사 중심의 액션극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고, 이를 이끈 박소담은 새로운 얼굴로 호평을 끌어냈다. 그야말로 반갑고 성공적인 복귀였다.

박소담은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으로 오랜만에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2021년 정기 건강검진 과정에서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은 그는 더 늦었으면 목소리를 잃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였고,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수술을 받고 건강 회복에 전념했다.

그로부터 약 1년 만에 건강하게 돌아온 박소담은 '유령'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어렵게 촬영을 끝낸 작품이 스크린에 걸린 걸 본 그가 흘린 눈물에는 제 3자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뒤섞여있었다.

이후 <더팩트>와 만난 박소담은 눈물의 의미부터 오로지 '쉼'에만 집중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그는 "말을 많이 하거나 높은 소리를 내는 건 어려워요. 어떤 작품이 와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제 목표죠. 오늘도 아침 일찍 필라테스를 하고 정신을 맑게 하고 왔어요"라고 씩씩하게 말해 취재진을 뭉클하게 했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다.

박소담은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총독부 2인자 정무총감의 비서까지 올라간 유리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CJ ENM 제공
박소담은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총독부 2인자 정무총감의 비서까지 올라간 유리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CJ ENM 제공

2021년 5월 크랭크업한 '유령'은 코로나19로 개봉을 미루다가 약 2년 만에 스크린에 걸렸다. 박소담은 촬영하는 동안 체력적인 한계와 우울함, 피로감에 계속 휩싸였고 결국 이유 모를 무기력함에 잠식됐다. 처음에는 이를 단순히 '번아웃'으로 여겼지만, 전혀 회복되지 않는 건강 상태에 두려움을 느끼게 됐다.

이 가운데 '유령' 팀은 박소담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최악의 상태일 때 곁을 지켜준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완성된 '유령'을 보면서 2년 전의 자신과 마주한 그는 "선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어요"라고 회상했다.

"박차경(이하늬 분)의 '살아. 죽어야 할 때 그때 죽어'라는 대사를 들으니까 2년 전의 저로 되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정말 힘들었는데 하늬 선배님이 절 살려준 느낌이 들었죠. 선배님들은 제가 힘내서 유리코를 연기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셨어요. 영화를 보니까 이런 게 다 느껴지면서 감정 조절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을 흘렸던 거 같아요. 저 혼자 다시 한번 영화를 보고 싶어요."

박소담과 '유령'의 인연은 이해영 감독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2015년 개봉한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었고, 이해영 감독은 '소담아. 미친 텐션을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유리코 역을 제안했다.

유리코는 조선인임에도 불구하고 총독부 2인자 정무총감의 비서까지 올라간 인물로,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호텔에 갇힌 이후에도 결코 지치지 않는 에너지로 호텔 안팎을 휘젓고 다니며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박소담은 \
박소담은 "제가 지치지 않고 더 힘내서 연기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신 선배님들"이라고 '유령' 팀을 향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CJ ENM 제공

박소담이 연기한 유리코는 '유령'에서 가장 큰 반전을 품은 '키'였다. '유령'을 찾기 위한 밀실 추리극이 펼쳐지던 중 유리코라는 가면을 벗어던진 안강옥이 등장하는 순간, 작품은 총독 암살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유령'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 중심에 선 박소담은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강도 높은 총격 액션을 소화하며 한계 없는 연기 변신을 펼쳤다.

"지금은 유리코로 인사드리지만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강옥이었어요. 유리코는 가면이에요.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모습으로 진짜 모습을 감싸고 있죠. 10대부터 겪었던 아픔과 고문의 흔적은 캐릭터가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 긴 서사를 응축하고 있어요. 이 갑옷을 하나하나 벗어 던지면서 안강옥이 맨발로 뛰어드는 순간 정말 시원했어요. 배우로서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옷을 입고 여러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건 너무 큰 복이죠."

2013년 단편영화 '더도 말고 덜도 말고'로 데뷔한 박소담은 2015년 '검은 사제들'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는 '충무로 공무원'이라고 불릴 만큼, 앞만 보고 바쁘게 달려왔다. 그러던 중 켜진 건강 상태의 적신호는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 계기가 됐다.

"아프지 않았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잘 아팠다는 생각이 들어요. 32살에 처음으로 쉬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거든요. 두 달 동안 누워있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등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왔어요. 저는 사람으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큰 편이라 혼자서 여행을 가는 게 두려웠는데, 32살의 박소담은 스스로 느끼는 걸 즉각적으로 실천하고 표현하기로 했어요. 여행을 가면 '지금은 뭘 하고 싶니? 어디를 가고 싶니?' 등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잖아요. 이 과정을 겪으면서 온앤오프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유령'으로 새해를 뜻깊게 연 박소담은 \
'유령'으로 새해를 뜻깊게 연 박소담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CJ ENM 제공

쉬는 동안 자신을 많이 들여다본 박소담은 채우는 것만큼 비워내는 것의 중요성을 몸소 느꼈다. '열일'한 그는 그동안 새로운 현장에서 새로운 스태프들과 호흡하며 그로부터 받는 에너지를 채워넣기 급급했다. 이 가운데 온전히 자신에게만 집중한 시간을 가진 박소담은 "제가 오래오래 대중들과 만나려면 비우는 법이 필요한 거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동안 저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감사한 건 꾹꾹 담아 넣기 바빴어요. 오롯이 다 비워낼 수 없겠죠. 하지만 많은 분들께 저의 에너지를 나눠주는 것도 비우는 과정 중 하나인 거 같아요. 요즘에도 저의 상태를 많이 들여다고보고 있어요.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체력적으로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해요. 말 그대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2023년의 시작을 '유령'으로 기분 좋게 연 박소담은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주저 없이 도전하며 다채로운 행보를 보여줄 예정이다. 시상식 사회부터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까지, 인간 박소담의 면면을 대중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줄 각오를 내비쳤다.

"제가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된 지금 시기에 '유령'이 개봉해서 너무 감사해요. 선배님들과 함께 관객들을 직접 만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있어요. 앞으로 저는 배우로서 언제 어디서든 주어진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또 브이로그 등을 찍으면서 인간 박소담도 보여드리면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한 해를 보낼게요."

jiyoon-1031@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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