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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홍의 클로즈업] 윤여정, 사상 첫 아카데미 연기상 '전설' 쓸까
39 더팩트 2021.04.19 05:00:04
조회 28 댓글 0 신고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수상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영화 '죽여주는 여자' 언론시사회 당시. /더팩트 DB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 수상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영화 '죽여주는 여자' 언론시사회 당시. /더팩트 DB

오스카 시상식, ABC 방송 통해 전 세계 225개국에 생중계

[더팩트|강일홍 기자] 2007년 개봉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Secret Sunshine)은 남편이 죽자 아들 준을 데리고 밀양이란 소도시로 내려온 신애(전도연)의 이야기 입니다. 남편의 외도 등 상처를 잊고 낯선 곳에서 새삶을 시작하고 싶었던 신애, 밀양에 처음 내려오던 날 카센터 아저씨 종찬(송강호)과의 우연한 만남이 뭔가 긍정의 돌파구를 주는가 싶더니 아들이 유괴돼 살해당하는 청천병력 같은 일을 겪습니다.

영화 속 밀양(密陽)은 햇빛이 잘 드는 곳이지만 신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함께할 인물은 어느 누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밀양 사람을 대표하는 남자 종찬조차도 신애의 끔찍한 절규를 바라보며 끝내 다가서지 못합니다. 가감 없는 송강호의 진솔한 연기는 이미 정평이 났지만, 교회(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인간적 좌절을 담아낸 전도연 연기는 그야말로 소름돋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가슴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영화 '밀양'은 관객수 160만 명(영진위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으로, 1000만 관객이 즐비한 한국영화 역대 영화 흥행 순위에는 명함을 내밀 수 없지만 전도연에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국내 배우로서는 최초의 수상인 만큼 한국 영화의 위상을 전 세계에 우뚝 세우는 계기가 됩니다. 그해 대종상,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 영평상 등 국내 각종 영화상에서 9관왕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합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대해 \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대해 "잔인할 만큼 솔직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석"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은 윤여정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토크에 참석하던 당시. /더팩트 DB

해외 언론, "윤여정이 한국 배우 전설 만들 것" 긍정 평가

'사상 최고의 수상 소감이었다. 윤여정은 전설이다.' 배우 윤여정이 지난 1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 열린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직후 미국 연예 매체 '벌처'가 내놓은 평가였는데요. "무척 고상한 체(Snobbish)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인들에게 명배우로 인정받은 것이어서 무척 기쁘고 영광스럽다." 윤여정이 들려준 수상 소감은 한마디로 쿨하고 명쾌했습니다.

해외 유수 언론은 윤여정이 불과 1분 여의 짧은 영어 수상소감에 짙은 풍자와 위트를 담아낸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도 윤여정의 수상 소감에 대해 "잔인할 만큼 솔직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석"이라고 평했고, 보수적인 영국 BBC조차도 "윤여정이 의도한 것처럼 높은 기준과 까다로운 취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습니다. 덕분에 한국 영화팬들도 모처럼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맛봤습니다.

올해로 일흔세 살 배우 윤여정은 언어표현의 솔직함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가 한 말 중에 어록으로 남을 만한 코멘트는 많습니다. '60세 돼도 인생은 몰라, 나도 처음 살아보니까. 나 67살이야'(tvN '꽃보다 누나' 출연 당시), '인생에서 모두가 필요하듯 주연 조연 단역 다 소중하고 필요하다. 배우로서 삶은 때로는 주연이고 조연이고 단역일 때가 있다. 인생이란 긴 과정에서 순서처럼 오는 것 같다'(연말 방송대상)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면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 쾌거에 이어 한국배우 최초 아카데이상 '연기상 수상'이라는 신기원을 이루게 된다. 왼쪽부터 봉준호 전도연. /더팩트 DB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면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 쾌거에 이어 한국배우 최초 아카데이상 '연기상 수상'이라는 신기원을 이루게 된다. 왼쪽부터 봉준호 전도연. /더팩트 DB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뛰어넘는 '값진 선물' 기대

그의 말을 젊은층도 좋아하는 건 훈계보다 자연스럽게 와닿는 공감 때문입니다. 지난달 미국 ABC 방송의 유명 프로그램인 '굿모닝 아메리카'에서는 미국의 간판 여배우 메릴 스트리프와 비교하는 질문을 받기도 했는데요. 윤여정은 "저를 '한국의 메릴 스트리프'라고 했는데, 메릴 스트리프는 정작 그 말을 들으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되받았습니다. 자신을 향한 칭찬조차도 겸손하고 당당하게 응수한 것이죠.

윤여정이 지난 13일 아카데미 시상식(Academy Awards) 참석을 위해 조용히 출국했습니다. 시상식은 오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LA 에서 진행됩니다. 윤여정은 최근 영국아카데미상과 미국 배우조합상을 포함해 30여개의 상을 휩쓸며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수상이 유력해졌는데요. 배우가 아카데미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 차제만으로 영광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현지 참석 여부를 두고 고민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장면은 ABC 방송을 통해 전 세계 225개국에 생중계 되는데요.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면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 쾌거(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에 이어 한국 배우 최초 연기상 수상이라는 신기원을 이루게 됩니다. 과연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뛰어넘는 값진 선물이 돼줄까요? 이번에야말로 윤여정의 쿨한 수상 소감을 꼭 듣기를 기대합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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