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시즌3로 돌아오면서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불후의 명곡'과 대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가수3', '불후' 공식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MBC '나는 가수다'가 시즌3로 돌아왔다. SBS '정글의 법칙'과 tvN '삼시세끼'가 버티고 있는 만만치 않은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3'(이하 '나가수3')의 진짜 경쟁자는 한때 후발 주자로 불렸던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다. 실력파 가수들이 대결을 펼친다는 비슷한 콘셉트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것인가는 이제 '불후'가 아닌 '나가수3'의 몫이 됐다. 이번 주 빅매치 상대로는 '불후'와 '나가수'를 골랐다.

◆ '나가수'에 쏠린 화제, 이게 좋은 건가요?

어떤 상품, 혹은 프로그램이 선택되는 첫 번째 단계는 '인지'다. 인지는 시청자들이 어떤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아채는 걸 의미한다. 첫 방송은 언제인지, 무슨 요일, 몇 시에 방송되는지 시청자들이 알지 못한다면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채널을 돌리다 얻어 걸리는 우연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화제성은 프로그램의 성패에 주요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1월 현재 더 '핫'한 프로그램은 '나가수3'다.

문제는 '나가수3'가 좋은 일로만 화제가 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나가수3'은 첫 녹화가 있었던 21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경연 직전 최종 라인업을 공개했다. 소찬휘 양파 스윗소로우 하동균 효린 박정현, 그리고 이수가 있었다.

'나가수3' 제작진은 첫 경연 다음 날인 22일 가수 이수의 하차를 결정했다. /더팩트DB

이 수는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를 받고 물의를 빚었기에 즉각 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일어났다. 결국 '나가수3' 제작진은 1차 경연을 마친 다음 날 일방적으로 이수의 하차를 결정했다. MBC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내린 결정이라 설명했지만 '그럴 거면 왜 불렀느냐'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이수 출연과 관련된 잡음은 '나가수3'를 화제의 중심에 서게 했지만 이것이 시청률로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볼 노릇이다.

◆ 방송도 되기 전에 식상하니 이를 어쩌나

'나는 가수다'가 1년 1개월 만에 새롭게 단장해 돌아온다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라인업에 있어서 '나가수3'는 시작 전부터 큰 실패를 맛봤다. 라인업 공개를 첫 경연 직전까지 질질 끌면서 추측만 쏟아졌고, 누가 출연한다더라는 '카더라'가 난무하며 많은 시청자들은 방송을 보기 전부터 피로감을 느껴야 했다.

제작진은 라인업이 미리 공개됐을 때 가수들이 받을 부담을 줄이고 싶다는 이유를 댔다. 출연 여부가 미리 공개됐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론의 뭇매나 기대로부터 출연진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나가수3'는 첫 녹화가 진행된 21일 전까지 라인업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정진영 기자

물론 실제 경연에서 가수들이 얼마나 최상의 컨디션을 뽐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출연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애매한 입장이 반복되며 시청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실망이 무관심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좋은 무대만큼 중요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지는 못 한 것이다.

이에 비하면 '불후'는 더 이상 섭외할 전설이 없을 거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트로트 특집, 내 고향 좋을씨고 특집 등 신선한 기획들을 내놓으며 MBC '무한도전'과 SBS '스타킹' 사이에서 선전하고 있다. 3년째 이어진 예능과 시작도 안 한 프로그램의 대결이었지만 '나가수3'는 신선함에서 '불후'를 꺾지 못 했다.

◆ '쫀쫀한' 긴장감은 '나가수3'가 우위로세

물론 '나가수3'에도 히든카드는 있다. '불후'에는 없는 '탈락 제도'가 그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가수들이 경연을 펼쳐 청중 평가단으로부터 가장 낮은 점수를 획득한 팀이 탈락하는 프로그램이다. 쟁쟁한 실력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자연히 무대에 서는 가수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고, 이는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나가수3'엔 '불후'에는 없는 탈락 제도가 있다. /MBC 제공

물론 '불후'에도 순위제는 있다. 매 라운드 대결을 펼쳐 한 팀이 승리하고, 이긴 팀은 생존해 다음 가수와 겨룬다. 하지만 패배했다고 해서 이것이 곧 탈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비록 단 1승도 거두지 못 하고 안타깝게 패했다고 해도 그 가수는 '불후'에 계속 출연할 수 있다.

'나가수3'의 탈락 룰은 이와 다르다. 한 번 떨어진 가수는 그대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 '나가수3'에 합류한 소찬휘는 지난 시즌에서 탈락을 맛봤던 가수 가운데 하나다. 일각에선 실력파 가수들을 모아놓고 그 가운데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시스템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강영선 PD가 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했듯 탈락 제도가 없는 '나는 가수다'를 '나는 가수다'라고 하긴 어렵다. 어차피 가지고 가야 하는 카드라면 이를 어떻게 쓸지가 중요하다. 확실한 건 탈락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가수3'가 긴장감에서는 한 표를 얻었다는 점이다.

한 줄 평가: 만만하게 넘기에 '불후'는 너무 큰 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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