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온라인에 익숙한 만큼 일시적인 시도에 그치지 않고 고객과의 '디지털' 접촉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VR, 메타버스 등 디지털 플랫폼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객과의 소통의 창으로 급부상한 온라인 정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디지털 런웨이의 도입이다. 각종 대면 행사가 취소되면서 대형 패션업체들은 디지털 런웨이를 통해 신제품 마케팅에 돌입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이 전개하는 여성복 브랜드 '타임'은 지난 24일 'FW시즌 디지털 런웨이'를 공개했다. 타임이 디지털 런웨이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런웨이와는 다르게 영상과 음악을 좀 더 화려하게 꾸며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의 눈을 사로잡는 한편 라이브 방송을 함께 하며 이번 시즌 주요 트렌드를 소개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 역시 첫 디지털 런웨이를 진행했다. 웅장한 바로크 음악을 배경으로 크로마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선보인 이번 런웨이는 '옷'이라는 오브제에 머물지 않고, '소리'까지 영역을 넓힘으로써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LF '헤지스'의 디지털 런웨이는 업계 최초로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동시에 열렸다.

신세계가 인수한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의 경우 디지털 런웨이가 이미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렉토' '메종마레' '인스턴트 펑크' 등이 디지털 런웨이를 도입했고, 올해도 '프론트로우'를 시작으로 디지털 런웨이에서 이번 시즌 주요 아이템을 공개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여성복 브랜드 '보브'는 업계 최초로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제작한 FW 신규 컬렉션 룩북(화보)을 공개했다. 평면적인 사진 형태가 아니라 입체적인 3D 영상으로 모델이 옷을 착용한 모습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했다.

재킷, 코트, 페이크레더 점퍼, 니트웨어 등을 착용한 모델들이 눈 앞에서 생생하게 움직이면서, 휴대폰이나 태블릿PC을 통해 마치 눈앞에서 미니 패션쇼가 펼쳐진다.

패션업계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선회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패션 위크 취소 등 활동 제약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상황이 다소 나아졌으나 한 해 실적을 좌우하는 FW시즌을 앞두고 긴장감도 크다.

디지털 강화는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브가 지난 8월 공개한 FW시즌 AR룩북은 공개 2주 만에 4만뷰를 달성했다. 룩북을 통해 선보인 컬렉션은 출시 3일 만에 목표 매출의 300%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FW시즌 매출은 연간 매출을 결정짓는 만큼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디지털 런웨이나 AR룩북 등은 핵심 고객층인 MZ세대 관심을 끌어온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