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지난 일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공식석상에 빈티지 샵에서 구매한 2만원짜리 드레스를 입은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안젤리나 졸리가 밝히기(그녀가 밝혔는지 밝혀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전까지는 그 드레스가 명품 드레스인 줄 알았다는 것. 여배우들이야 공식 석상에서 유명 디자이너의 명품 드레스로 아름다움을 뽐내기 마련인데 안젤리나 졸리는 그 날은 왜 그랬는지 20만원도 아닌 2만원짜리 드레스로 다른 여배우들과 차별화를 두며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효리 역시 연예인들이 착용하는 브랜드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브랜드의 아이템을 착용함으로써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녀가 갖고 나온 아이템이 모두 명품인 줄 알았는데 10만원도 안 되는(물론 안젤리나 졸리에 비하면 그렇게 파격적이진 않으나) 아이템이란 것을 안 순간, 있어 보이는 스타일링이 꼭 명품을 들었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물론 이효리 정도의 당당한 태도이기에 그런 착시?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있겠지만 그런 태도가 이효리만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은가? 누구나 스스로에게 당당할 권리는 가지고 있다. 이효리던, 신봉선이던.

명품을 든다는 것이 나쁘다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명품 하나를 드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조화로운 룩이 나를 훨씬 더 빛나게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화로운 룩의 아리송함보다는 명품 하나를 들었을 때 '앗 저거 명품'이네 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스타일링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이유는 전자는 어렵고 주관적이지만 후자는 명쾌하고 객관적이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어디 조화로운 룩이 명품에는 적용이 안 될 쏘냐. 명품을 들었지만 명품인 줄 모르는 것은 명품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의 탓보다 명품을 명품같지 않게 스타일링한 본인의 탓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거늘. 남이 명품이건 아니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람은 상관없겠지만 명품을 들면서 그렇게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그렇게 흔한가. 그렇게 우리는 우리에게 어떤 스타일의 옷이 더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명품 하나를 더 득템하는데 신경을 쏟는다. 하지만 스타일이란 건 결국 명품 하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여러 아이템이 모여 총체적인 균형을 이룰 때 나오는 멋스러움이라 명품 하나로는 내 스타일을 표현하기에 갈증이 난다. 목이 타서 물을 마셔줘야 하는데 마시는 것이 물이 아니라 탄산이다. 그래서 또 다른 명품을 구매하게 되지만 목마름의 원인은 거기에 있지 않기에 튄 레코드판처럼 구매는 반복된다.

의뢰인과 스타일코칭을 할 때 백화점도 가고 아울렛을 가기도 한다. 백화점이 그 시즌에 맞고 트렌디한 옷들이 더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백화점에 있는 옷들이 꼭 다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오늘 역시 남자 겨울 코트는 오래 입을 거고 예쁜 것을 사기 위해 백화점 위주로 보았지만 원하는 스타일의 코트를 찾지 못했다. 다 너무 정장 느낌이라 약간의 캐주얼함이 가미된 코트가 필요했는데 아울렛에서 그런 코트를 발견한 것이다. 저렴하면서도 의뢰인과 잘 어울리는 옷은 금상첨화이다. 당연히 품질도 기본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스타일에서 사람이 주가 되어야지, 옷이나 가방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몸에 걸치는 모든 아이템은 엄연히 사람을 빛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본연의 가치를 발휘할 때 아이템 자체의 존재도 인정받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빛날 수 있는 존재다. 다만 어떻게 빛나야 하는지를 모를 뿐이다. 스타일을 통해 빛나고 싶다면 내가 어떤 옷을 입을 때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어깨가 쫙 펴지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리가 스타일에 자신이 없는 것은 비싼 옷이나 명품을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옷을 입었을 때 빛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란 것을 곧 깨닫게 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