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스타일적 자존감은 안녕하신가요?

스타일코칭을 진행하면서 항상 궁금한 게 있었다. 과연 스타일의 변화가 사람들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킬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타일의 변화를 하게 되면(물론 좋은 쪽으로) 표정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스타일의 변화가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긍정적인 영향이란 기존에 몰랐던 더 나은 나의 모습 혹은 달라진 나의 모습에서 오는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스타일에서 단지 자신감이 다일까? 이런 물음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혔는데 이건 마치 청소년들이 TV앞에서 빅뱅의 G-드래곤이나 탑을 넋 놓고 보다가 “저렇게 되고 싶다”고 환상을 품게 되는 아우라나 간지가 자신감으로만 갖춰지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넘어갔다.

자신감은 ‘내가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고 자존감은 ‘내가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조차 나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한다. 끝이 없는 허들 경기를 치르는 것과 같은 사회 속에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즉 자신감은 상당히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아우라의 대부분은 자신감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쓸 일이 많은 어떻게 보면 나답게 입는 것이 제한적인 사회 속에서 스타일=자신감 이라는 정의가 잘 들어맞는 것도 맞는 말이다. 여기서 생각해보자. 이 사회 속에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 많을까? 자존감 있는 사람이 많을까? 우리 나라 명문대를 졸업한 그녀는 꽤 괜찮은 조직에서 경력을 쌓고 있고 동안에다 피부미인이다. 이 정도면 자신감은 물론 자존감도 높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미모를 대한민국 최고의 미녀로 꼽히는 김태희와 비교하며 자신을 낮춘다. 그녀의 능력은 꽤 출중하고 그에 따른 그녀의 자신감도 높을지언정 그녀의 자존감은 그렇게 높은 것 같지는 않다. 한편 평범한 대학을 졸업한 그녀는 평범한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했다. 자기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해야 발전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그녀는 대한민국 여성들의 평균 체중보다 통통한 60kg(키는 160cm)며 배도 좀 나왔다. 하지만 자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사랑하는 그녀는 항상 당당하다. 자신감은 앞의 그녀와 비슷할 수 있겠지만 자존감은 아마 후자인 그녀가 더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스타일은 외적인 모습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자신감을 높여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이 천적을 만났을 때 몸을 부풀려 자신의 약함을 가리는 것처럼 자존감이 뒷받침되지 않은 자신감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스타일을 통해서 외적인 모습을 변화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삶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결국 스타일이란 것이 내 삶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스타일을 갖추고 싶은 사람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옷을 잘 입는 법이나 온갖 스타일링 비법이 아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다.

당신의 직장, 일터, 동료. 옷을 잘 입는 사람도 있고 못 입는 사람도 있다.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부러운 건 옷을 잘 입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어떤 옷이 잘 어울리는지 알고 있다라는 것 때문이다. 그건 내가 어떤 옷을 좋아하고 어떻게 입어야 나를 잘 드러낼 수 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옷을 ‘나에게 맞게’ 입는 것은 단지 옷을 ‘잘’ 입는 것과 구분되어야 한다.

다시 빅뱅의 G-드래곤과 탑으로 넘어가자. 그래서 그들은 옷을 ‘잘’ 입는 것일까? ‘나에게 맞게’ 입는 것일까? 정답은 두 가지 모두이다. 둘 다 자기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지 잘 알고 있다. 물론 연예인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을 받았을지언정 다른 멤버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그들의 스타일에는 그들만의 색깔이 있다.

자존감이 결핍된 자신감은 있는 것 같다. 언제가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유리창과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존감 있는 사람에게 자신감의 결핍이란 성장하기 위한 원동력일 뿐 나를 다그치거나 나약하고 작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 안의 잠재력과 아름다움을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존감을 갖춘 사람이 스타일로 자신을 더 드러낼 수 있다면 성공하리라 본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자존감이 갖춰졌을 때 자신감은 동반 상승하며 그 사람의 밝은 분위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뿐더러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스타일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또 나를 드러내야만 하는 사회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남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스타일보다는 내, 외적으로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 졌을 때 스타일적 자존감은 빛을 발휘하며 ‘잘’입지 않아도 그 분위기만으로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