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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애니메이션 천국이라는 것도 옛말? 아쉬움이 남았던 일본 애니메이션... [굴뚝마을의 푸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아야와 마녀]
13  쭈니 2021.11.26 14: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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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 꼭 극장에서 관람하려 노력하고, 우리나라 애니메이션도 아쉬움은 많지만 그래도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하나 더 꼽으라면 당연히 지브리 애니메이션일 것이다. 며칠 동안 지브리 애니메이션만 몰아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기둥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를 선언하며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시대도 끝이 났다. 그와 동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내 관심도 시들해졌다. 이번에 본 세 편의 일본 애니메이션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나름 기대했던 영화들인데...


[굴뚝마을의 푸펠] - 현실에 대한 묵직한 풍자를 담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착한 동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감독 : 히로타 유스케

더빙 : 아시다 마나, 쿠보타 마시타카

새까만 연기로 뒤덮인 굴뚝마을에 살고 있는 외톨이 소년 루비치(아시다 마나). 그는 1년 전 실종되었던 아버지 브루노가 들려준 하늘이 별에 대한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연기로 가득한 마을에서 별의 존재를 믿는 것은 오로지 루비치 뿐. 그러던 어느 날 쓰레기산에서 태어난 쓰레기 인간 푸펠(쿠보타 마시타카)이 루비치 앞에 나타난다. 이단 심판관에게 쫓기는 푸펠을 도와준 루비치는 푸펠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마을의 검은 연기를 없애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푸펠과 함께 위험한 모험을 시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를 선언했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성이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거성이 사라지고 나면 신성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미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최근 개봉한 [용과 주근깨 공주]의 호소다 마모루가 '포스트 미야자키'를 선언했다. 하지만 다다익선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불세출의 거성이 은퇴를 했으니 좀 더 많은 신성이 나타나야 함은 당연하다. 지난 5월 국내에 개봉한 [굴뚝마을의 푸펠]을 연출한 신인 감독 히로타 유스케에 기대를 한 것은 그러한 이유였다.

[굴뚝마을의 푸펠]은 제45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제54회 시체스영화제, 제44회 일본 아카데미상에 후보에 오르는 등 신인 감독의 데뷔작치고는 꽤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후보에 올랐을 뿐, 수상과는 이어지지 않았다. (제44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애니메이션 작품상은 [극장판 귀멸이 칼날 : 무한열차편]이 수상했다고 한다.) 아직 2% 부족한가? 비록 국내 흥행 실패로 극장 관람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굴뚝마을의 푸펠]을 꽤 큰 기대를 안고 봤다.

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너무 실망스러웠다. 일단 동화책에서 방금 막 튀어나온 듯한 그림체는 좋았다. 이런 그림체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 기억이 없어서 나름 신선했다. 음악도 합격점을 주고 싶었다. 과다한 화석 연류 사용으로 인하여 지구 온난화 시대를 맞이한 현실에 대한 풍자도 합격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영화적 상상력 만큼은 기대 이하였다.

왜 굴뚝마을은 외부와 단절된 채 새까만 연기로 뒤덮여 살고 있는 것일까? [굴뚝마을의 푸펠]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니시노 아키히로가 집필한 동명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영화의 중요한 설정은 원작을 그대로 영화에 옮긴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짧은 그림 동화책이 1시간 40분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되기 위해서 히로타 유스케 감독은 새로운 설정을 추가했다. 그것은 바로 굴뚝마을을 유지시키려는 지배계층의 음모이다. 그런데 그 음모가 전혀 신선하지가 않다.

차라리 굴뚝마을의 새까만 연기가 값싸고 편리한 화석 연료를 쓰기 위해 맑은 하늘을 포기한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고 한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새롭지는 않지만 최소한 억지스럽지도 않으니까. [굴뚝마을의 푸펠]은 원작에는 없던 억지 설정으로 영화의 세계관을 확장시켰고, 폭탄 한 방으로 굴뚝마을의 검은 연기를 말끔히 제거하는 낙천적인 결말도 선택했다. 왜 굳이 모든 문제는 해결되어야만 하는 걸까? 인간의 욕심이 만든 하늘을 뒤덮은 새까만 연기가 이 영화처럼 단번에 해결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굴뚝마을의 푸펠]은 현실에 대한 묵직한 풍자를 담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착한 동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현실적인 사랑조차 해피엔딩의 강박에 가둬야만 하는 걸까?

감독 : 타무라 코타로

더빙 : 나카가와 타이시, 키요하라 카야

해양생물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츠네오(나카가와 타이시)는 멕시코 유학을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언덕길에서 굴러떨어질 뻔한 장애인 소녀 조제(키요하라 카야)를 우연히 구해주게 되고, 조제의 할머니로부터 조제의 보호사로 일하라는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꽤 높은 일당에 아르바이트 제안을 승낙하는 츠네오. 하지만 그날 이후부터 까칠한 조제의 성격 탓에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조제와 츠네오는 서서히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게 되는데.... 그러나 멕시코 유학을 앞둔 츠네오가 조제를 구하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며 두 사람의 사이는 위기를 맞이한다.

나는 멜로 영화를 좋아한다. 20대 후반까지 모태솔로였기 때문에 두 남녀가 불같이 사랑을 하는 멜로 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는 했다. 하지만 모든 멜로 영화가 말랑말랑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보고 나서는 현실적인 이별의 아픔 때문에 며칠 동안 끙끙 앓기도 했다.(거짓말처럼 [봄날은 간다]를 보고 나서 나도 영화와 똑같이 이별을 통보받았었다.) 그리고 내게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현실적 사랑의 가슴 아픔을 가르쳐준 영화가 한 편 더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이 영화에서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가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 무덤덤하게 헤어진 후, 거리를 걷다가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지금까지도 가장 가슴 아팠던 멜로 영화의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봄날은 간다]도 그렇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그렇고, 이 두 영화를 무지 좋아하지만 결코 두 번 보지는 못했다.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가슴 아픔이 20여 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지만, 그러한 가슴 아픔을 또다시 느끼고 싶지 않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 대신 [봄날은 간다]는 김윤아의 노래 '봄날은 간다'를 통해 (나의 노래방 18번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심심치 않게 리메이크되는 영화를 통해 되새김질하고 있는 중이다. 2020년 12월에 개봉한 김종관 감독의 [조제]는 한국 리메이크 영화이고, 지난 3월에 개봉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애니메이션이다.

사실 김종관 감독의 [조제]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히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 역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내 예상보다 더욱더 실망스러웠다. 순정만화와 같은 그림체도 좋았고, 배경 음악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와는 전혀 다른 결말이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자꾸 동화 <인어공주>를 언급하더라.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는 사랑하는 왕자를 위해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인어공주'의 슬픈 사랑을 담은 동화이다. 하지만 디즈니는 <인어공주>를 장편 영화화하며 해피엔딩으로 탈바꿈해놓았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인어공주>가 언급된 이유는 비극적 결말을 관객이 좋아할 만한 해피엔딩으로 탈바꿈해 놓겠다는 타무라 코타로 감독의 선전포고였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츠네오가 뜬금없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부터 불안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는 장애인과의 사랑이라는 현실의 벽으로 인하여 조제에게 이별을 선언한 츠네오의 비겁하지만 현실적인 사랑이 주제였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츠네오에게 교통사고를 당하게 하여 조제와 비슷한 처지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츠네오는 재활을 통해 예전으로 돌아갈 테지만, 조제와의 사랑을 위해 츠네오가 억지 사고를 당한 것 같은 찜찜함을 벗을 수는 없었다. 너무 아팠지만 그래도 현실적인 사랑 때문에 가장 인상 깊은 멜로 영화로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았던 영화를 타무라 코타로 감독은 억지 해피엔딩으로 변질시켜 놓았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재미있었던 영화였겠지만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던 내겐 배신감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아야와 마녀] - 거성도 어쩌지 못하는 아들의 빈약한 연출력

감독 : 미야자키 고로

더빙 : 히라사와 코코로, 테라지마 시노부, 토요카와 에츠시

동료 마녀 12명을 완전히 따돌리면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는 편지와 함께 보육원에 맡겨진 아야(히라사와 코코로)는 10살이 되던 해에 마녀 벨라 야가(테라지마 시노부)와 악마 맨드레이크(토요카와 에츠시)에게 입양된다. 벨라 야가에게 마법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아야. 그러나 벨라는 아야에게 마법은 가르쳐주지 않고 잡일만 시키며 부려 먹는다. 이에 아야는 벨라가 키우는 고양이 토마스와 함께 벨라에게 복수를 계획하는데...

2013년 [바람이 분다]를 끝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최근에는 요시노 겐자부로의 청소년 소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원작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은퇴를 번복했지만... 어찌 되었건 만 80세가 된 그의 전성기를 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스튜디오 지브리도 문을 닫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 감독의 건재하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2006년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로 데뷔를 했고, 2011년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이어 [아야와 마녀]를 세 번째 연출작으로 선택을 했다.

[아야와 마녀]는 원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복귀작으로 검토가 되었던 영화였지만 복귀작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로 변경되며 미야자키 고로 감독에게 메가폰이 넘겨졌다고 한다. 미야자지 고로 감독은 [아야와 마녀]를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을 했는데, 지금까지 전통적인 방식의 셀 애니메이션만을 고집했던 아버지와의 차별화를 위한 선택(혹은 반항)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차별화가 [아야와 마녀]에 대한 나의 실망감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내가 3D 애니메이션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3D 애니메이션의 시대를 열었던 픽사 애니메이션은 꼭 극장에서 볼 정도로 나는 3D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하지만 3D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만큼 셀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 요즘은 새롭게 제작되는 대부분의 장편 애니메이션이 3D로 제작되기 때문에 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어쩌면 미야자키 고로 감독이 [아야와 마녀]를 3D로 제작한 이유도 요즘의 시대적 추세를 따르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튜디오 지브리가 셀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통적인 강자일지 몰라도 3D 애니메이션에서는 초보자에 불과하다. 그러한 미숙함이 [아야와 마녀]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픽사, 디즈니 등 블록버스터급 규모로 제작된 3D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아야와 마녀]를 보니 완성도가 너무나도 많이 떨어져 보일 정도이다.

영화의 내용도 뒤죽박죽이다. 하긴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아버지와는 달리 이야기 전달 실력이 미숙했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세계 3대 판타지 소설인 <어스시 연대기>을 원작으로 한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에서 그의 이야기 전달 실력은 바닥을 드러냈었다. [게드전기 : 어스시의 전설]이 개봉한지도 15년이 지났건만 [아야와 마녀]에서 드러난 미야자키 고로의 연출력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사람의 마음을 (은근히)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 10살 소녀 아야가 벨라와 맨드레이크와 함께 살며 적응하는 과정이 [아야와 마녀]의 내용이다. 아야의 엄마는 왜 아야를 보육원에 맡겨야 했는지, 아야의 엄마와 벨라, 맨드레이크가 결성한 밴드 '이어위그'는 왜 해체되었는지, 벨라와 맨드레이크가 옛 동료의 딸인 아야를 입양한 것은 단지 우연이었는지, 영화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저 아야가 벨라와 맨드레이크와 함께 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에피소드만 나열할 뿐이다. 그러고는 아야의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맺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어색한 3D가 눈에 거슬렸고, 하다가 말아 버리는 이야기에 어이가 없었다.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는 것이 일본의 전통이라 하지만, 아무래도 미야자키 고로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으로는 재능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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