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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체이탈자] - 독특한 소재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뻔하고 억지스러운 스토리 전개
13  쭈니 2021.11.25 17: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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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윤재근

주연 : 윤계상, 박용우, 임지연, 박지환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

이번 주 나의 기대작은 단연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 마법의 세계]였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아들이 [엔칸토 : 마법의 세계]에 관심을 보여서 관람을 주말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미 [이터널스]를 혼자 봤다는 이유로 아들에게 신나게 까였기에 또다시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물론 주말에 아들과 [엔칸토 : 마법의 세계]를 보러 간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지만, 아들과 극장에서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부모의 숙명 아니겠는가. (어휴~)

이번 주에는 [엔칸토 : 마법의 세계]를 제외하고도 볼만한 영화가 한 편 더 있긴 하다. 바로 [유체이탈자]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 영화에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2011년 1월에 개봉했던 김윤진, 박해일 주연의 최루성 드라마 [심장이 뛴다] 이후 무려 10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윤재근 감독의 연출력이 미덥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국가정보원 요원 강이안(윤계상)이 감춰진 진실을 쫓는다는 설정도 분명 흥미롭긴 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판타지한 소재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판타지한 설정을 액션 장르 속에 잘 녹아들게 만들려면 꼼꼼한 스토리 전개가 필요한데 [유체이탈자]의 예고편에는 그저 B급 액션의 향기만 풍겨 나왔다. 이런 영화는 극장이 아닌 거실 TV로 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할리우드 리메이크 확정'이라는 광고 카피가 내 마음을 돌려놓았다. 요즘 아무리 K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라고는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유체이탈자]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면 최소한 B급 액션 그 이상의 뭔가가 있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어차피 이번 주 기대작인 [엔칸토 : 마법의 세계]를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 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유체이탈자]가 할리우드가 리메이크를 확정할 정도의 영화인지 내 눈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그 결과... 영화를 보기 전 내가 우려했던 부분만 확인하고 말았다. [유체이탈자]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한 할리우드는 기본 설정만 남겨 놓고 영화의 세세한 부분들은 대대적으로 손봐야 할 것 같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깨어난 남자

교통사고 현장에서 심한 부상을 당한 남자(윤계상)가 병원으로 옮겨진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그 남자는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진다. 나는 누구이며,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남자는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12시간마다 자신의 몸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렇듯 [유체이탈자]는 분명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다. 12시간마다 몸이 바뀌는 남자. 단순하게 몸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남자의 영혼이 12시간마다 타인의 몸 안으로 빙의 되는 것이다. 과연 어쩌다가 그렇게 된 것일까? 그와 그가 빙의되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까?

[유체이탈자]는 영화의 시작부터 12시간마다 타인의 몸에 빙의되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하지만 주인공은 아무것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 결국 관객에게 제시된 것은 판타지한 설정과 그러한 판타지한 설정에 대한 백지 답안지 뿐이다. 이제 관객은 영화를 보며 백지 답안지를 채워 나가야 한다. 너무 막막하다고? 막막한 관객을 위해 가장 중요한 답이 공개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강이안이라는 것이다. 윤재근 감독은 친절하게도 관객에게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은 윤계상으로 처리하고, 거울에 비친 주인공의 모습만 강이안이 빙의된 남자로 처리한다. 그럼으로써 주인공의 이름이 강이안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며 답안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만큼은 채워 준다.

막막하기는 강이안도 마찬가지. 그래서 그에게 동료도 붙여 준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최초로 강이안을 발견한 노숙자(박지환)는 강이안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 그리고 강이안의 아내인 문진아(임지연)도 영화 초반부터 강이안 앞에 나타난다. 비록 문진아는 강이안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짜고짜 공격을 가하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강이안의 든든한 동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자! 답안지를 채워나가 보자. (이후 스포 포함)

쉬운 문제부터 풀어보자.

강이안에게는 제시된 문제가 너무 많다. 그럴 땐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 [유체이탈자]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강이안이 어쩌다가 12시간마다 빙의를 하게 되었는가?'라는 것이다. 어려운 문제를 풀겠다고 끙끙거리다가는 문제 전체를 망칠 수도 있다. 빙의 문제는 일단 제쳐두자. 그러고 나면 두 번째 문제가 곧바로 제시된다. 그것은 바로 강이안이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 교통사고 현장에서 정신을 차린 강이안은 지철호(이운산)의 몸 안에서 깨어 난다. 그리고 12시간 후 지철호의 몸에서 이부장(유승목)의 몸으로 옮겨 간다. 그리고 지철호가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끌려가는 것을 목격한다. 12시간 후 이번에는 박실장(박용우)의 몸에 빙의되는데, 현장에서는 지철호가 고문을 당하고 있다.

지철호, 이부장, 박실장에게 옮겨가며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그들이 모두 강이안을 쫓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철호가 박실장 패거리에 납치되어 고문을 당한 이유는 강이안이 지철호의 몸에 빙의되어 한 행동 때문임이 분명하다. 박실장의 몸으로 문진아를 찾아 성당에 갔을 때 문진아가 다짜고짜 공격을 하며 강이안이 어디 있는지 캐묻는다. 그러한 장면들로 유추해 보면 박실장은 강이안을 쫓고 있고, 문진아는 강이안을 찾고 있다. 문진아는 박실장이 강이안을 어딘가에 감금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박실장도 강이안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12시간 후 강이안이 빙의된 것은 김포의 공장에 있던 유대리(이성욱)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하다. 강이안이 12시간마다 누군가의 몸에 빙의된다는 점을 제외하면 [유체이탈자]의 스토리 는 의외로 간결하다. 영화에서는 신종 마약인 에테르 엑스가 언급된다. 그렇다면 '내가 악역이오'라고 얼굴에 써 붙인 박실장은 에테르 엑스를 빼돌릴 계획을 세운 것이 분명해 보이며, 그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강이안, 문진아, 유대리가 제거 대상이 된 것이다. 에테르 엑스의 부작용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있었는데, 과다 복용할 경우 기억 상실과 유체이탈에 대한 착각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잠깐... 이거 강이안이 겪고 있는 증상과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유체이탈자]의 문제는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모든 것이 마약의 부작용이라고?

아무리 어려워 보이는 문제도 실마리만 잡히면 술술 풀어진다. [유체이탈자]가 그러하다. 영화의 초반까지만 해도 너무 막막했다. 하지만 강이안은 빙의를 통해 문제의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몸 안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어려워 보였던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어진다. 가장 난이도가 높은, 그래서 가장 중요한 하나의 문제만 제외하고 말이다. 그 문제는 바로 강이안이 어떻게 빙의를 할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물론 신종 마약 에테르 엑스의 부작용이라는 해답이 영화 중반에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빙의라는 것이 그저 마약의 부작용이라며 얼렁뚱땅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납득할만한 뭔가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윤재근 감독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한 채 영화를 서둘러 끝내 버린다.

영화의 후반부까지 너는 꽤 재미있게 영화를 즐길 수가 있었다. 12시간마다 몸을 옮겨가며 빙의를 하는 강이안과 함께 처음엔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문제들이 술술 풀려가는 쾌감을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가수보다는 배우가 더 잘 어울리는 윤계상과 [인간중독], [간신]에서 얻은 섹시 배우의 틀을 깨고 나온 임지연의 청순가련, 액션 연기도 좋았다. 여기에 박지환이 딱딱한 영화의 분위기에 간간이 웃음도 안겨주니 후반부까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빠져들 수가 있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백상사(서현우)의 몸에 빙의된 강이안이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는 자신의 육체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부터는 그동안 느꼈던 영화의 재미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백상사의 몸에 빙의된 강이안이 병상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몸을 만지자 강이안의 기억이 되돌아오는데, 그 장면은 마치 시험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는 학생들에게 선생이 틀린 답을 알려주며 답안지에 이대로 쓰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이 모든 것이 그저 마약의 부작용이라고? 그 이상의 뭔가는 없다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실은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문제였음을 깨닫게 되자 허탈함이 밀려오면서, 문제 풀기에 급급하느라 놓쳤던 [유체이탈자]의 허술했던 장면들까지 뒤늦게 떠올랐다.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허술한 부분을 모두 짚어 보자.

장면 1. 교통사고로 인하여 병원으로 이송된 강이안은 어깨에 총상을 입었고, 이를 조사하던 경찰은 조서를 써야 한다며 난감해 한다. 아무리 우리나라 경찰이 개날라리라고 하더라도 총상을 입은 환자를 기억상실증이라며 그냥 풀어 주지는 않는다. 만약 국가정보원의 압력 때문이었다면 지철호는 병원을 나오자마자 박실장에게 붙잡혔어야 했다.

장면 2. 자신이 12시간마다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이안은 노숙자를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한다. 강이안은 빙의된 자신의 상황을 노숙자에게 설명을 하는데 그 장면은 마치 개그 콘서트의 한 장면처럼 느껴질 정도로 코믹한 말장난이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뒤늦게 개그감을 발휘하는 강이안이라니...

장면 3. 유대리의 몸에 빙의한 강이안은 노숙자가 팔아 버린 블랙박스의 메모리칩을 되찾으려 한다. 하지만 업소에서 돈을 요구하자 유대리의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그 때문에 박실장은 강이안의 행방을 알게 되고, 강이안과 노숙자는 위기에 빠진다. 나 원 참...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다. 쫓기는 상황에서는 신용카드를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저런 허당끼로 지금까지 어떻게 국가정보원 에이스로 활약한 것인지...

장면 4. 박실장에 의해 차에 갇혀 강에 빠져 죽을 위기에 처한 강이안은 12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백상사를 먼저 구해준다. 자신이 백상사에게 빙의될 것이라 판단한 것. 강이안의 빙의는 강이안이 에테르 엑스를 맞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된다. 그런데 유일하게 빙의가 안된 사람이 있다. 바로 문진아이다. 왜 문진아에게만 빙의가 되지 않았을까? 빙의도 남녀 차별하나?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한 강이안은 왜 다음 빙의 상대가 백상사일 것이라 확신했을까?

장면 5. 박실장은 마약 중독자이다. 그래서 자신의 상사인 이부장을 기분 나쁘다고 쏴 죽이고, 에테르 엑스 거래 현장에서도 물주와 일본인 바이어도 쏴 죽인다. 이렇게 앞뒤 가릴 것 없이 자기 편이던, 남의 편이던, 마구 쏴 죽이던 박실장은 유독 문진아에게만 살아남을 빌미를 준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액션 영화는 주인공은 주저 없이 악당을 죽이지만, 악당은 주인공을 죽일 때 주저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도 박실장은 백상사를 죽일 때 굳이 차에 가둬 강에 밀어 넣는다. 그냥 총으로 쏴 죽이고 강바닥에 처넣으면 될 일인데... 문진아를 죽이려 할 때도 말만 더럽게 많다.

장면 6. 백상사에 빙의된 강이안이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는 강이안을 만지자 기억이 되돌아온다. 세상에 마약의 부작용이 빙의라는 것도 놀라운데, 본체를 만지면 부작용 중 하나였던 기억 상실 문제가 해결된다는 설정은 더욱 어이가 없다. 뭐 이런 마약이 다 있어?

물론 잘 알고 있다. 이런 유의 영화에서 까칠하게 따진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음을... 하지만 [유체이탈자]에서 가장 중요한, 그래서 기대했던 문제가 사실은 엉터리였음을 깨닫게 되자 까칠한 나의 성격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부디 이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할리우드에서는 좀 더 치밀한 각본으로 이 영화를 다 갈아엎어 버리고 새롭게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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