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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함께 살았을 때는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 철이 들었을 무렵 이미 전쟁이 터졌었고 식량난으로 늘 배가 고팠다.

7, 8년 늦게 태어난 덕분에 전쟁터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같은 부락에는 열일곱 나이에 자원해서 군대에 간 이도 있었고 징병검사에 떨어지기 위해 간장 한 통을 마시거나 눈 혹은 귀가 신통찮은 척하고 징병을 면한 이도 있었다.

종전을 맞이했을 때는 열두 살이었다. 전쟁에 져서 슬프거나 비참한 느낌보다 먹고살고 먹이고 살리는 일을 생각해야 했다. 아이 하나 키우기도 힘든데 동생들이 줄줄이 일곱이나 있었다. 당시 하마도리에는 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라든가 도호쿠전력의 화력발전소 같은 건 없었고 히타치전자와 델몬트 공장도 없었다. 규모가 큰 농가는 농사만으로 먹고살 수 있었지만, 우리 집 논은 아주 작았기에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이와키에 있는 오나하마항에서 더부살이하며 일했다.

더부살이라 해봤자 기숙사나 숙소가 있는 게 아니라 대형 어선에서 기거하는 생활이었다. 4월에서 9월까지는 가다랑어, 9월에서 11월까지는 꽁치 ―, 고등어, 정어리, 참지, 가자미도 잡혔다. 배 위에서는 거의 이와 함께 살다시피 했다.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이가 떨어졌고 솔기에도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날이 조금 풀리면 등에서 스멀스멀 움직이는 게 느껴져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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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하마에서의 타향살이는 2년 만에 그만두었다. 아버지가 기타미기타 바닷가에서 함박조개를 캐기 시작해서 도와드리게 되었다. 작은 나무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바지락을 잡을 때 쓰는 쇠써레를 바닷속에 가라앉힌 다음, 와이어도 없는 시절이어서 밧줄을 이용해 손으로 당기고는 발로 누르기를 반복하면서 매일매일 아버지와 함박조개를 잡았다. 우리 부락 사람들에다가 다른 부락 사람들까지 합류해서 끊임없이 캤기 때문에 함박조개가 번식할 틈이 없어 조개는 4, 5년 만에 바닥나버렸다.

맏아들인 고이치가 태어난 해, 야사와마을에서 홋카이도로 돈 벌러 간 작은아버지를 따라 홋카이도 기리탓푸 옆 하마나카라는 어촌에 가서 다시마를 수확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오월 연휴에 모내기를 한 뒤 노마오이 전에는 거름을 주고 김매기를 마친다―. 소마에서는 밭일이든 집수리든 빚갚기든 모두 ‘노마오이 전까지’ 끝내야 한다. ‘노마오이 청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행사를 한 해의 마무리 시점으로 삼는다.

홋카이도까지는 꼬박 이틀 걸렸다. 가시마에서 도키와선을 타고 센다이까지 간 다음에 센다이에서 도호쿠본선을 타고 아오모리까지, 다시 세이칸연락선을 타고 하코다테에 도착했을 때는 아침이 밝아 있었다. 하코다테에서 하코다테본선을 타고 도카치산맥과 가리카치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기관차 두 대로 끌어도 경사가 급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고, 그 속도는 열차에서 내려 오줌을 누고 와도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남미 칠레에서 규모 9.5, 진도 6의 대지진이 일어난 해였다. 기리탓푸에서도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열한 명 있었다고 한다. 전봇대 위에 담요 같은 것이 엉켜 있는 걸 보고 놀란 내가 한발 앞서 입주했던 작은아버지에게 “설마 저런 데까지 쓰나미가 온 거예요?”라고 묻자, “맞아, 6미터나 됐다 하대. 기리탓푸는 1952년에 일어난 도카치오키지진 때에도 큰 쓰나미가 왔는데 그 때문에 홋카이도 본토에서 떨어져 나가 지금 같은 섬이 됐다 안 하나. 원래는 육지와 이어져 있던 데다 다리를 놨는데, 이번 쓰나미로 그 다리도 떠내려갔단다”라고 했다. 우리는 몸이 바짝 굳어진 채로 바다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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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온통 다시마로 가득했다. 길면 15미터 정도 되니 장대 끝에 매단 잡목에 걸어 배까지 끌고 와서 손으로 뽑았다. 해변으로 돌아가면 다시마를 마차로 인양하고 한 줄기씩 모래밭에 널었다. 모래밭이 다시마로 까맣게 덮일 때까지 널고 또 널고―. 그 작업을 두 달 동안 하다가 시월 초에 벼를 베러 집에 가는 생활을 3년쯤 했다.

허리를 다쳐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하게 된 아버지와 나는, 가쓰오와 마사오가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 요코와 고이치한테도 앞으로 돈이 더 들어갈 거라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도쿄에 가기로 결심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1년 전, 1963년 12월 27일, 연말이 다가오는 추운 아침이었다. 아직 어두컴컴한 시간에 집을 나와 가시마역으로 가서 5시 33분 도키와선 첫차를 탔다. 우에노역에는 정오가 지났을 무렵에 도착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터널을 지난 탓에 얼굴은 증기기관차의 매연으로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그것이 부끄러워 승강장을 걸어가면서 열차 창문에 몇 번이나 얼굴을 비추며 모자의 챙을 올렸다 내렸다 한 기억이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저/<강방화> 역

소미미디어, 2021년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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