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인 에이모스 카인이 죽자 신문, 텔레비전 방송국 그리고 유선 뉴스방송으로 구성된 그의 사업체는 유일한 상속자인 아들에게 넘어간다. 경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카인은 아버지가 벌어둔 돈을 탕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곧 그는 세 주요 업체들의 대표들에게 현재 그 도시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립스틱 살인범을 잡는 사람에게 경영 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공언한다.

프리츠 랑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범죄 드라마의 걸작. 범죄 현장보다는 범죄를 취재하는 거대한 미디어 그룹 내에서 벌어지는 계략과 암투가 숨 가쁘게 펼쳐진다.”

프리츠 랑의 영화 중 본 것도 있고, 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 영화만큼은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어쩐지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제목과 범죄와 언론에 대한 영화라는 점 때문에 관심이 갔던 영화였다.

보게 된 다음은?

봤으니 만족한다는 말로 끝내야 할 것 같다. 기대보다는 아쉬운 완성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아주 훌륭하단 말을 할 순 없어도 나름 괜찮은 영화라는 말은 하게 된다. 그래도 아쉽긴 아쉽다.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다가 봤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예상과는 많이 다른 이야기 구성이기 때문인지 그렇게 큰 만족은 누릴 수 없었다.

랑이 너무 욕심이 컸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언론의 속성이, 잘못이, 편협성이, 선정성이 어떤 식으로 문제를 만들기도, 키우기도, 해결하기도 하는지 다루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언론 내부에서 어떤 암투와 경쟁이 끝없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거기에 얹어서 언론사 내부에서 벌어지는 애정, 불륜, 유혹과 배신 그리고 소문 등 별의별 잡다한 것까지 들춰내고 있고 내부정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나 추잡하고 욕망으로 가득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려고 한다. 거기에 살인사건으로 시작해서 연쇄살인으로 번져가는 과정이 어떤 식인지를 따져보다가도 범죄를 부풀리고 과장하기도 한다. 범인을 어떻게 잡아내려 하는지 그리고 그런 잔혹한 범죄자를 도발하다가도 그들의 심리에 대한 분석을 따로 다루기도 한다. 선정성과 정교한 분석이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그런 점에서 무척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영화다.

이처럼 너무 많은 것을 한 영화에서 다룬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각각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지만 그걸 균형 있게 다루긴 쉽지 않을 것이고, 랑 또한 잘 해내고 있긴 하지만 여러모로 아쉽다는 생각이 더 들게 된다. 어떤 식으로도 이걸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 안에 풀어낼 수 있진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끝자락에 영화에서 다뤄진 (거의) 모든 사건을 한 공간 속에 몰아넣는 솜씨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살인, 불륜, 경쟁, 암투와 유혹 등등 온갖 곳들을 하나의 장소에 들여놓는 재주는 그 누구도 쉽게 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런 완성도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언론의 부추김을

유혹

불륜

추적

액션

연애

내부정치

살인

범죄자의 심리

경찰과 언론의 단합

경쾌한 마무리

여러 가지가 뒤섞여 있으면서 그걸 잘 정리하곤 있지만, 그래도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난잡하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래서인지 집중이 안 되고 여러 이야기가 각기 따로 다뤄지고 있다는 생각도 하고. 그걸 어떻게든 한 영화에 묶어내고 느슨하게라도 연결되도록 만드는 프리츠 랑의 역량을 확인하기도 한다.

성공작이라 말할 순 없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완결성 있는 영화로 만들어내려는 고민과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실패에서 배우는 영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