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일까? 이젠 집에 어린이도 없는데 어린이날만 되면 가슴이 설렌다. 이젠 주민등록증 발급까지된 다 큰 아들에게 아내는 어린이날 선물로 모자를 선물했다. 그래서 "나는?"라며 아내에게 선물을 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얻어낸 것이 어린이날에 극장에서 [더 스파이]를 보기였다.(나는 [크루즈 패밀리 : 뉴에이지]가 보고 싶었지만...) 하지만 막상 어린이날이 되니 아내는 귀찮다며 소파에서 빈둥거리기만 한다. "영화 보러 가기로 했잖아."라고 징징거려봤자 소용이 없다. 결국 소파에서 내 허벅지를 베고 자고 있는 아내를 두고 나 혼자 넷플릭스에 접속하여 어린이날 특선 애니메이션 두 편을 봤다. 거의 4시간 동안 아내의 베개 노릇을 한 내 허벅지의 감각은 점점 마비가 되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날 본 두 편의 애니메이션은 나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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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관리국과 비밀 요원들] - 동화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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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알렉세이 트시칠린

더빙 : 니콜라스 코다, 실바나 조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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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생일을 앞두고 납치되었다. 왕의 생일날까지 구출하지 못하면 왕국은 대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결국 마법 관리국의 계모 국장은 최고의 요원 그레텔(실바나 조이스)에게 구출 작전을 맡긴다. 하지만 별 성과가 없자 최후의 수단으로 그레텔의 오빠이자, 현직 사기꾼 헨젤(니콜라스 코다)을 그레텔의 파트너로 끌어들인다. 사이가 좋지 않은 헨젤과 그레텔은 서로 티격태격하며 납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다가 왕을 납치한 범인이 마녀 일바이라라는 사실을 밝혀 낸다. 일바이라는 왕을 현혹시켜 왕과 결혼을 한 후 왕국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이제 헨젤과 그레텔은 힘을 합쳐 왕과 일바이라의 결혼을 막아야 한다.

[마법 관리국과 비밀 요원들]은 독일의 형제 작가인 그림 형제의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어린 남매 '헨젤과 그레텔'이 과자로 만들어진 마녀의 집에 갔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 마녀를 죽인 후 겨우 도망쳐 나온다는 내용이다. 이 동화는 여러 차례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2007년에 만들어진 임필성 감독, 천정명 주연의 영화 [헨젤과 그레텔]처럼 대부분 공포 영화였다.

하지만 2013년에 국내에서 개봉한 토미 위르콜라 감독, 제레미 레너, 젬마 아터튼 주연의 [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은 동화 속의 '헨젤과 그레텔'이 성인이 되어 마녀 사냥꾼으로 활약을 한다는 설정을 통해 매력적으로 동화를 비틀었었다. [마법 관리국과 비밀 요원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는 마법 관리국의 '헨젤과 그레텔'의 활약이 어떻게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어린 남매가 겪는 잔혹 동화로 변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뭐 솔직히 영화의 전개만 놓고 본다면 어린이 애니메이션답게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 처음부터 왕을 납치한 일바이라의 음모가 무엇인지 드러냈고, '헨젤과 그레텔'이 그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 또한 굉장히 단순하다. 왜 마법 관리국 최고의 요원인 그레텔이 헨젤이 합류하기 전에는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못했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헨젤과 그레텔'이 갑자기 어린이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다거나, '헨젤과 그레텔'을 위협하던 과자로 만들어진 개가 마법으로 귀여운 강아지가 된 이후 '헨젤과 그레텔'을 주인처럼 따른다는 설정 등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도 꽤 눈에 띈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보다 [마법 관리국과 비밀 요원들]은 흥미로운 부분이 더 많다. 특히 동화와 신화를 패러디한 부분이 재미있었다. 서커스단에 납치되었던 '인어 공주'가 '헨젤과 그레텔'을 도와준다거나,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인간을 잡아먹는 마녀 바바야가가 등장하기도 하고, 영화의 마지막엔 '빨간 망토'를 소재로 2편을 예고하는 등 영화는 자유자재로 각종 동화와 신화를 갖고 논다.

어린이 애니메이션답게 훈훈한 감동도 가지고 있다. 왜 동생인 그레텔은 마법 관리국 최고의 요원이 되었지만 오빠인 헨젤은 뻔뻔한 사기꾼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가족 간의 우애를 강조한다. 만약 매일 치고받고 싸우는 형제, 자매, 남매를 둔 부모라면 함께 옹기종기 앉아 [마법 관리국과 비밀 요원들]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훈훈한 교훈이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매력이 아니던가.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초등학교 저학년용 아동들에게 딱 알맞은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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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 혼자 보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 꼭 온 가족이 함께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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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마이클 리안다, 제프 로우

더빙 : 에비 제이콥슨, 대니 맥브라이드, 마야 루돌프, 올리비아 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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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을 꿈꾸는 케이티 미첼(에비 제이콥슨)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 릭(대니 맥브라이드)과 평소와 마찬가지로 싸우고 만다. 이대로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면 케이티와의 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아내 린다(마야 루돌프)의 충고를 받아들인 릭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자동차 여행을 기획한다. 한편 세계적인 IT 회사의 CEO인 마크 바우먼(에릭 안드레)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새로운 버전의 개인 비서 로봇을 만들고 초기 버전 인공지능인 팔(올리바아 콜맨)은 쓰레기 취급한다. 이에 화가 난 팔은 개인 비서 로봇을 자신의 군대로 하여 인간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다. 팔의 반란에 인간은 모두 감금되면서 한심하면서도 엉뚱한 미첼 가족만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되는데...

[마법 관리국과 비밀 요원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면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그보다는 관람 연령이 조금 높다. 이제 더 이상 부모의 보호가 필요 없다고 믿는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특히 영화 속 케이티와 릭처럼 대화가 단절된 부모 자식 간이라면 이 영화를 더욱 추천한다. 관계란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쪽이 함께 서로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관계가 성립되면서 대화가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케이티와 릭의 관계는 반면교사이다. 케이티는 릭이 불만이다.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자국씩 천천히 앞으로 내딛고 있지만 닉은 응원은커녕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릭에게도 변명은 있다. 실패의 아픔을 겪은 릭은 케이티가 그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영화감독이라는 불확실한 길을 선택한 케이티가 걱정이 되었을 뿐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릭이 진심으로 케이티의 꿈을 응원했다면, 케이티가 릭의 진심 어린 걱정을 이해했다면, 서로에게 화를 내며 돌아설 이유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미첼 가족의 자동차 여행과 그러한 사이에 터져 버린 인류의 위기는 케이티와 릭의 관계 회복에 좋은 특효약이 된다. 가족이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며 더욱 돈독해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우습게도 미첼 가족의 엉뚱함이 로봇 군단의 공격에 효과적인 방어책이 된다. 미첼 가족의 엉뚱한 행동은 인공지능으로는 예측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개인지, 돼지인지 분간이 안되는 미첼 가족의 반려견조차 미첼 가족의 히든카드가 된다.

미첼 가족이 팔의 음모를 무찌르고 인류를 구하는 과정은 어린이 애니메이션답지 않게 스릴이 넘친다. 영화는 1시간 49분이라는 애니메이션치고는 꽤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긴 러닝타임 동안 웃음과 긴장감을 단 한순간도 놓지도 않고 가득 채워 놓았다. 영화 후반부 케이티가 닉의 사랑을 깨닫는 장면에서는 살짝 감동이 밀려 오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정말 실컷 웃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스럽다. 미첼 가족의 엉뚱함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흠뻑 빠진 것 같다. 특히 공룡 마니아인 미첼 가족의 막내 애런이 인상 깊었다. 나의 아들도 영화 속의 애런처럼 공룡 마니아였기에 애런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나의 아들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 닉이 케이티를 대학으로 떠나보낸 것처럼, 나의 아들을 사회에 떠나보내야 할 것이다.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도 너무 다른 나와 아들. 케이티와 닉처럼 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서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현실에서는 이 영화에서처럼 인류의 위기가 닥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뭉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치지는 않을 테니까.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은 진심으로 아들과 나중에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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