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도서/공연/영화 즐겨찾기
[톰과 제리] - 40년이라는 세월을 건너 뛰어 내게로 도착한 추억이라는 이름의 즐거움
13  쭈니 2021.03.02 15:31:21
조회 237 댓글 0 신고

감독 : 팀 스토리

주연 : 클로이 모레츠, 마이클 페나

TV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 대한 추억

어렸을 땐 TV 채널권을 두고 누나, 여동생과 한바탕 전쟁을 벌이곤 했다. 누나와 여동생은 말빨로 나를 제압하곤 했는데, 누나와 여동생의 말빨에 맨날 당하기만 했던 내가 멋지게 복수를 했던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한 '<들장미 소녀 캔디> VS <톰과 제리>' 사태이다. 그날도 언제나 그렇듯 내가 먼저 TV 앞에 앉아 TV 채널권을 독점하고 있었다. 내가 보려 했던 것은 <톰과 제리>였다. <톰과 제리가>가 시작하기도 전에 누나가 슬쩍 TV 앞에 다가오더니 채널을 돌리려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결사적으로 누나를 막았다. 그리고 누나와의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누나는 내게 씨익 웃더니 "동생아, <들장미 소녀 캔디>가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구멍가게에서 파는 사탕을 캔디라고 하겠니?"라며 선빵을 날렸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내가 그것을 수긍하는 순간 나는 패배를 받아들여야 만 한다. 하지만 순간 나에게도 번뜩이는 재치가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누나에게 맞받아쳤다. "누나, <톰과 제리가>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구멍가게에서 제리를 팔잖아." 내가 말한 제리는 당시 낱개로 팔던 젤리 사탕을 말한 것이다. 누나의 캔디 드립을 제리 드립으로 맞받아쳤고, 결국 누나는 예상하지 못한 나의 공격에 패배를 인정했다. 거의 40여 년 전인 그날의 기억이 선명한 이유는 내 스스로도 캔디 드립에 맞선 제리 드립에 뿌듯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톰과 제리>에 대한 나의 기억을 요약하자면 '유쾌함'이다. <톰과 제리>는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의 대결을 그린 만화였는데, 만화 속에서 톰은 항상 재치 넘치는 제리에게 당하기만 한다. 요즘도 그렇지만 당시 쥐는 공중위생을 위해서라도 박멸해야 하는 위해 동물로 여겨졌는데, <톰과 제리>는 그러한 편견을 무너뜨린 것이다. 편견을 무너뜨리는 것에 대한 쾌감 때문일까? 지금까지도 어렸을 적에 봤던 TV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지면서 유쾌한 기분이 든다. 바로 그러한 <톰과 제리>가 리메이크되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어찌 반갑지 않을 수가 없겠는가.

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결합

내가 [톰과 제리]를 기대한 것은 어렸을 적 추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비단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이 영화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결합이다. 요즘 애니메이션은 거의 대부분 3D 애니메이션이다. 셀 애니메이션은 이제 멸종 직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톰과 제리]와 마찬가지로 추억을 담보로 제작된 라자 고스넬 감독의 [개구쟁이 스머프]도 3D 애니메이션을 실사와 접목시키지 않았던가. 요즘 관객에겐 3D 애니메이션이 오히려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톰과 제리]는 1980년대 TV 만화영화 <톰과 제리>를 그대로 스크린 속에 재현한 듯한 셀 애니메이션을 실사와 접목시킨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1988년작 [누가 로져 래빗을 모함했나]와 NBA의 살아있는 전설 마이클 조던의 영화 데뷔작으로 유명한 1996년작 [스페이스 잼] 등이 셀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접목시킨 영화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픽사의 등장으로 3D 애니메이션이 득세하며 셀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한 영화 또한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톰과 제리]가 용감하게도 이제는 잊힌 구시대의 유물이 될 뻔한 것을 되살린 것이다.

영화를 보러 가면서 걱정이 되었다. 과연 요즘 관객이 이 낯선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요즘 관객인 아들과 함께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극장으로 향하면서 나는 혹여라도 아들이 [톰과 제리]를 어색하게 받아들일까 봐 조마심을 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영화를 보고 나서 아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톰과 제리]는 나에게 옛 추억을 소환하면서도 아들과 함께 추억을 공유하며 즐길 수 있는, 성공적인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색함을 지우는데 큰 몫을 해낸 클로이 모레츠

[톰과 제리]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의 뉴욕 입성기이다. 문제는 취향이 고급인 제리가 다른 생쥐처럼 뒷골목 지저분한 곳에 자리 잡지 않고, 최고급 호텔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 유명 셀럽의 초호화 결혼을 준비 중인 호텔 측에서는 호텔에 생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크게 낭패를 볼 것이 뻔하기에 제리 몰아내기 작전에 나선다. 그리고 이 작전을 위해 이벤트 플래너 카일라(콜로이 모레츠)와 톰이 고용되면서 일대 소란이 벌어진다.

[톰과 제리]는 두 개의 대결로 이루어져 있다.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의 대결이라는 옛 방식 그대로의 대결과 이벤트 플래너 카일라와 보수적인 호텔 지배인 테렌스(마이클 페나)의 대결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대결이다. 사실 '톰과 제리'의 대결은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톰은 제리를 뒤쫓고, 제리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톰을 골탕 먹인다. '톰과 제리'의 대결은 비슷한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30분 분량의 TV 만화를 1시간 40분의 러닝타임으로 늘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따라 오는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카일라와 테렌스의 대결은 다르다. TV 만화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영화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대결이기 때문이다. 사실 카일라와 테렌스는 '톰과 제리'를 의인화한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장 신분으로 호텔 취직에 성공한 카일라가 제리라면 카일라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테렌스는 톰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카일라와 테렌스의 대결에서 테렌스는 일방적으로 당한다. 톰이 제리에게 당하는 것처럼... 카일라와 테렌스의 대결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클로이 모레츠의 연기이다. 그녀의 연기는 마치 방금 만화에서 툭하고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과장되어 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셀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톰과 제리'와 더욱 잘 어울렸다. [킥 애스 : 영웅의 탄생] 때부터 좋아했던 배우인데, [톰과 제리]에서는 장르에 걸맞게 연기를 하는 법까지 완벽하게 터득한 것 같아 그녀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점점 커지는 스케일까지 완벽 소화

카일라의 임무는 간단하다. 호텔에서의 초호화 결혼식을 성공리에 마무리하기 위해서 제리를 몰아내는 것. 하지만 그녀의 궁극적인 목적은 호텔의 정규직 취업이다. 이를 위해 카일라는 제리와도 손을 잡는다. 단,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톰과 제리'가 얌전하게 있는다는 조건을 달고... 카일라로 인하여 호텔에서 쫓겨난 테렌스는 복수를 위해 오히려 결혼식을 망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톰과 제리'를 호텔로 불러내 말썽을 일으키게 해야 한다. [톰과 제리]의 후반부 하이라이트는 코끼리와 호랑이까지 동원된 초호화 결혼식이 '톰과 제리'로 인하여 엉망진창이 되는 순간이다.

솔직히 깜짝 놀랐다. 아무리 할리우드 기술이 발달되었다고 하지만 셀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결합하는 것은 여간 까다로운 작업이 아니다. 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움직이면 배경이 되는 실사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최소화시키는 것이 좋다. 하지만 [톰과 제리]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애초에 이 영화의 재미는 '톰과 제리'가 벌이는 난장판이 아니던가. 그런데 후반부 결혼식 장면은 단순한 난장판을 뛰어넘는다. TV 만화영화보다 스케일이 커졌음을 과시라고 하려는 듯 팀 스토리 감독은 극단적으로 결혼식장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코끼리와 호랑이까지 가세된 이 난장판 장면은 놀랍게도 생생한 현장감까지 느껴졌다.

솔직히 나는 [톰과 제리]에서 그런 것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블록버스터 영화답게 놀랄만한 스케일까지 자랑한다면 좋겠지만 셀 애니메이션과 실사와 결합이니 그저 어색하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톰과 제리]는 그러한 나의 낮은 기대감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난동을 피우자 실사 배경이 무너지는 장면은 전혀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고, 그와 더불어 블록버스터 영화 특유의 스케일까지 느껴졌으니, 영화를 보는 내내 내게 만족감을 안겨줬다.

40년 전에도 그토록 바랐던 화해가 이루어지다.

40년 전 <톰과 제리>를 보며 나는 톰이 불쌍하게 느껴졌었다. 아무리 만화 캐릭터라고 하지만 톰은 너무 잔인하게 제리에게 당한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톰이 잘못한 것도 딱히 없다. 고양이가 생쥐를 쫓는 것은 당연하니까. 그렇기에 어린 마음에 '톰과 제리'가 화해를 하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내 바람은 40년이 흘러서야 이루어졌다. '톰과 제리' 그리고 카일라와 테렌스는 싸움을 멈추고 힘을 합쳐 호텔의 명운이 달린 결혼식을 성공리에 마무리 지은다.

훈훈했다. 어차피 [톰과 제리]는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영화이다. 물론 엣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나와 같은 어른 관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전체 관람가 등급의 영화인 만큼 어린이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 의미에서 [톰과 제리]는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다. 고양이 톰과 생쥐 제리를 통해 동물 캐릭터의 귀여움을 극대화하고, 그 둘의 대결을 통해 웃음을 유발한 후, 서로 힘을 합쳐 난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어린이 관객을 위한 교훈도 남겨 준다. 이보다 더 좋은 어린이 영화가 있을 수 있을까?

다행히도 [톰과 제리]는 2월 26일 북미 개봉 당시 [크루즈 패밀리 : 뉴 에이지]를 밀어내고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톰과 제리]의 주말 성적은 1천4백만 달러는 2021년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북미 극장가가 초토화된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니다. 현재까지 2021년 토털 박스오피스 1위인 [크루즈 패밀리 : 뉴 에이지]의 2천만 달러. [톰과 제리]가 충분히 넘어설 수 있는 기록이다. 이쯤 되면 2편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내 추억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0 첫번째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나는 나와 놀아주기로 했다] 4편. 인생을 다시 살게 하는 ‘웰다잉’..  file enterskorea 24 21.04.01
[톰과 제리] 어른이 되어서보니 톰을 응원하게 되더라.. 극장판으로 나..  file MV제이와이 54 21.03.31
[고질라 VS. 콩]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극장에서 영화를 봐야 하..  file 쭈니 63 21.03.31
[장인의 장사] 1편. 새로운 장사의 길,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file enterskorea 27 21.03.31
파울 플레이 Foul Play  file 후니캣 53 21.03.31
[스탠리의 도시락] 식탐선생 vs 선생님. 선생님, 왜 저만 갖고 그러세..  file MV제이와이 25 21.03.30
[특별조치] 해리슨 포드의 실화이야기. 폼피병을 앓는 아이들을 위한.  file MV제이와이 47 21.03.30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file 색시주뇨비 22 21.03.30
아직 못 본 2020년 개봉 기대작 바겐세일 VOL3... [폰조], [엑설런트 ..  file 쭈니 32 21.03.30
[21세기 최고 CEO들의 경영철학] 1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면? 오늘 당..  file enterskorea 16 21.03.30
닌자 忍びの者 The Ninja / Band Of Assassins  file 후니캣 41 21.03.30
무조건 팔리는 카피 단어장 - 마케팅  file 핑크팬더 32 21.03.30
흡혈귀들 / 흡혈귀단 - 붉은 암호 Les Vampires / The Vampires - The..  file 후니캣 29 21.03.29
[성과를 내는 리더 수업] 1편. 현명한 의사 결정! 상책(上策)과 타이밍..  file enterskorea 27 21.03.29
[미나 문방구] 문방구판 선생 김봉두.  file MV제이와이 30 21.03.29
센스 8 - 시즌 1  file 핑크팬더 24 21.03.29
아틱 - 생존  file 핑크팬더 38 21.03.29
타이탄의 지혜들 - 인터뷰로  file 핑크팬더 45 21.03.29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한번의 눈사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  file MV제이와이 46 21.03.28
<고질라 VS. 콩>  file 색시주뇨비 79 21.03.27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