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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귀신 모바일등록
3 전북현대요셉 2022.05.10 0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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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하얀 마스크를 쓴 무토 사유리는 아름다운 도쿄 야경의 사람들로 뒤덮인 번화가를 한참 동안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집을 가기 위해 길을 걷던 그녀는 어느 골목길을 지나치려 하다가 골목길 내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남자들의 요란한 목소리를 듣고 걱정스러워서 생각했다.
'무슨 일이지? 어디 싸움이라도 나는 걸까?'
남자들은 한 남자를 붙들어 잡고 마구 때리는 것이었다. 놀란 그녀는 허겁지겁 휴대폰을 켜서 얼른 110번을 눌렀다. 그러자 휴대폰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 경찰입니다."
"저기요, 큰일 났어요! 지금 어떤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얼른 주소를 대강 파악해서 경찰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경찰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출동하겠습니다."
이에 무토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휴대폰을 닫았다. 불쌍한 남자가 얻어맞는 것을 보면서 그녀가 갈등했다.
'어떡하지? 내가 나서기엔 너무 무서워. 하지만, 저대로 놔두면 가엾은 남자 분이 죽게 될지도 몰라!'
그래서 무토는 입을 악물고 일행의 무리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화가 난 일행들이 소리쳤다.
"넌 뭐야? 이 개자식아! 저리 꺼지지 못해?"
"이건 또 무슨 미친 년이야! 확 칼로 찔러 버릴 테니까 요물 같은 종자 같으니라고!"
무토는 사람들의 거친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친 남자를 끌어안으면서 간곡하게 말했다.
"제발 이러지들 말아요! 이러다 진짜로 죽겠어요!"
일행들은 주먹을 치켜들고 그녀를 노려보면서 약이 올라 씩씩거리기만 했다. 가장 건장한 남자가 한숨을 몰아쉬고 손짓하자 일행 모두는 다친 남자와 무토를 아니꼽게 쏘아보고 거리를 빠져나가 버렸다.
크게 안도한 그녀는 남자의 상태를 살피고 그만 흐느꼈다. 남성은 온 얼굴이 피로 얼룩졌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에 무토가 울면서 외쳤다.
"정신 차리세요! 네? 제발 죽지 말아요! 흑흑...!"
그녀는 허겁지겁 구조대를 불렀다. 그리고 의식을 잃어가는 남성에게 간절하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때 그 남성이 힘을 쏟아내면서 겨우 중얼거렸다.
무토는 열심히 귀를 기울였지만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너무 안타까운 그녀는 그만 눈을 질끈 감으면서 말했다.
"경찰은 언제 오는 거야! 지금쯤 왔어야 했을 듯한데!"
그리고 그녀는 남자의 손을 잡아 주었다. 남자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그만 의식을 잃어 버렸다.
"흑흑흑...!"
그녀는 남자의 양손을 움켜잡고 한참 동안 하염없이 눈물을 터뜨렸다.
잠시 후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났다. 대충 마스크를 걸친 무토는 생기 없는 얼굴을 하고 아무 말 없이 길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이때 몇몇 여자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토는 생각 없이 이를 흘리다가 어떻게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밤에 정확히 거기 가면 얼굴이 피로 물든 남자가 나타난데."
"에, 정말이야? 마키, 그게 말이 돼? 요즘 21세기에 귀신이 어디 있냐?"
"진짜라니까 그러네? 내 오빠가 정말로 봤다니까? 그것도 살기를 가뜩 띤 얼굴로 말이야."
"그런 거 다 미신이야. 철 지난 만우절 장난은 그만 쳐 호호. 사망사건 뉴스도 안 나왔는데 겨우 그 따위 것으로 뭘 걱정하고 그래."
여자들이 옥신각신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본 그녀는 당시 남자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떠올리자 더욱 괴로워했다.

경찰서에 찾아온 지난번 그 건장한 남자가 경찰 앞에서 답답한 표정을 짓자 사이토 형사가 대답했다.
"그거 전부 소설입니다. 아마 다른 쓰레기 기자들이 돈벌이 하려고 지어낸 것이겠지."
"진짜라니까요! 분명히 어제 저를 노려본 그 미친 놈을 봤었어요!"
남자의 말에 사이토 형사와 주위 경찰들은 전부 한심한 표정을 지으면서 남자를 아니꼽게 바라보았다. 사이토 형사가 답답해서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아, 그래서 그게 뭐 무슨 귀신이라도 된다는 겁니까? 참내, 이런 선진화된 현대 일본에 무슨 귀신이 나타난다는 거야? 술 좀 그만 쳐 먹어! 공상 만화는 그러니까 적당히 좀 보고!"
"아니 맞다니까요! 제가 맹세라도 해 드릴까요?"
그러자 헛웃음을 지은 사이토가 일어나서 대답했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네? 저는... 이토라고 합니다."
"어이, 이토 상. 자, 그래서 당신이 말한 것을 한번 복습하는 셈 치고 하나씩 짚어 봅시다. 귀신을 만났는데 그 귀신은 남자이고 얼굴에 피를 뒤집어 쓰고 있었더라. 그리고 그 귀신과 마주쳤는데 귀신이 당신을 그냥 살려줬다. 뭐 그런 소리 아닙니까?"
그 말에 경찰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사이토는 낭패감을 느꼈다. 사이토는 이토를 깔보듯이 보더니 옆의 경찰관에게 말했다.
"그냥 대충 조사서 하나 작성시켜서 얼른 내보내. 아, 진짜. 오늘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파칭코라도 하러 갈까 했는데 이게 또 무슨 방해질이야? 어?"
잠시 후 어두운 표정으로 경찰서를 나온 이토는 무토와 눈이 마주쳤다. 무토는 살짝 두려워했고 이토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녀의 눈길을 피하고 얼른 길을 떴다.

"오빠, 그만 좀 마셔. 술이 너무 지나치다."
마키가 말하자 이토가 술을 한잔 마시고 대답했다.
"귀신을 만나서 이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인데 그냥 술이나 실컷 마시고 파칭코나 실컷 하기라도 하다가 죽어야지. 푸하하."
그 말에 마키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었다.
"혹시 그 귀신, 누군가에게 맞아 죽어서 저렇게 피가 난 얼굴로 나타난 것 아닐까?"
여동생의 말을 들은 이토는 순간 찔려서 속으로 크게 겁을 집어먹었다. 그러나 이내 차분하게 그녀에게 대답했다.
"으음, 글쎄. 뭐 그럴 수도 있겠네."
둘은 술집에서 나왔다. 마키가 오빠에게 말했다.
"너무 파칭코 오래 하지 말고 집에 들어와서 잠도 푹 자고 그래."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까. 하하."

어느 정도 걷던 이토는 다시 무토를 만났다. 하얀 십자가 목걸이를 걸던 무토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저, 아저씨.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이토는 당혹스러워했다. 아무 말도 못하던 그에게 그녀가 다시 말했다.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래요. 잠시만 시간을 내주세요."
이토는 마지못해 그녀를 따라 골목길로 이동했다. 어느덧 해가 져서 골목길은 금세 어두워져 갔다.
"지난번 폭행 사건은 왜 있었던 거예요?"
그러자 이토는 언짢아하면서 차갑게 말했다.
"그걸 왜 내가 알려줘야 하는 것이지? 그 녀석이 죽은 게 나 때문이라는 거야?"
"제발 부탁할게요. 아저씨. 그 사건에 대해서 알아야 그 불쌍한 분을 성불시켜 드릴 수가 있잖아요."
적잖은 시간 동안 이토는 괴로워했다. 그리고 무토를 빤히 바라보고 그녀에게 동문서답을 했다.
"숏컷을 했네. 초록색 겉옷에 하얀 옷은 왜 입은 거야?"
그러자 그 말에 무토가 살짝 당황해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혀셔 말했다.
"아, 그냥 헤어스타일은 어떤 아가씨와 닮아보였을 뿐이에요. 별거 없어요."
잠시 후 이토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냥 그 녀석이 맞을 만한 짓을 해서 맞은 것 뿐이야. 물론 진짜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 바보가 워낙 약골이라 몇 대 때렸는데 버티지 못하고 그냥 죽어버린 것이고."
"설령 혼날 짓을 했더라도 폭력과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자 이토가 가소로워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뭐야? 어린 년이 뭘 안다고 내 일에 간섭이야? 네가 무슨 나보다 싸움이라도 잘하기라도 하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말에 무토는 겁을 먹기는 커녕 오히려 살짝 웃음을 머금는 것이었다. 이에 지레 겁을 집어먹은 이토는 당혹스러워 하더니 이내 풀이 죽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그, 그래. 뭐 어쨌든 죽이기까지 한 것은 내 잘못이 맞기는 하지."
그러자 무토가 그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정말이세요? 그럼, 오늘 밤 그 남자를 만나면 유감을 표시해 볼 생각이 있으세요?"
"뭐야? 나보고 오늘 밤 죽으라는 소리야? 난 그렇게 못해! 두목인 내가 부하 따위에게 머리를 조아리라니,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 그 수명을 오늘 단축시키라는 말이냐?"
"제가 같이 가면 되잖아요. 그 남자분을 지켜드렸던 제가 있다면 아저씨를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무토는 두 손을 모은 채로 이토를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부탁할게요, 아저씨. 잘못할 수는 있지만 그 잘못을 뉘우쳐야 진짜 양심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녀의 애절한 눈빛을 마주 본 이토는 어색해하면서 꽤 오랫동안 자책감에 괴로워했다.

어느새 밤이 되었다. 무토가 앞장서고 이토가 두려워하며 그 뒤를 따랐다. 검은 모자를 갖춰 쓴 그가 말했다.
"내가 유감을 빌면 그 남자가 과연 나를 받아줄까?"
"제가 잘 말해 드릴게요.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만 간절하게 보여주시면 돼요."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이토가 말했다.
"죽은 그 남자는 내 말단 야쿠자 직원인데 이름은 유토라고 해."
"네? 유토요? 제 남자친구 오빠와도 이름이 같네요."
"그래? 그 남자애는 또 누구인데?"
"제 첫사랑과도 같은 처지의 남자라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제 손을 처음으로 잡아준 첫사랑은 제가 교회를 다닐 수 있게 해줬지만 제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에게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결국 화가 난 아버지가 불쌍한 제 첫사랑을 죽였고, 그뒤로 괴로워하던 저는 유토를 만나서 알게 되었어요."
"잠깐만. 정신병자라고? 그런 미친 애를 뭐하러 사귀어?"
"그러지 마세요. 장신병자라고 다 나쁜 사람들인 것만도 아니고, 사유가 어쨌든 같은 사람이니까 혐오해야 할 이유는 없어요. 저에게는 정신병자가 아닌 저와 같은 사람이에요. 아무튼 유토가 학교 학생들에게 왕따당하고 방황하는 것이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저는 그 애를 받아주고 제 남자친구로 만들게 되었어요."
"온갖 착한 척은 다 하고 다니네. 아무튼 유토는 일을 평소에 매우 못해서 툭하면 구박받기 십상이었는데, 그 애가 죽던 어느 날 밤 어떤 경찰관의 아는 여자가 유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나는 살짝 꺼림칙해 했지만 부하들이 당장 유토를 벌해야 한다고 아우성을 질렀고, 그렇게 그 녀석을 끌고 나와서 죽인다고 협박을 하고 두드려 패기는 했지만, 진짜 죽을 거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못했어."
그렇게 말하면서 이토가 무거운 한숨을 쉬자 무토는 너무 슬퍼져서 눈물을 살짝 머금었다. 이토는 그걸 보고 살짝 안타까워 하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유토라는 녀석 들어본 것 같아. 거기는 자기 아버지가 신주쿠 경찰서장에게 밉보였고 이에 경찰서장이 자기 아내와 짜고 쳐서 그 애비를 감옥에 보냈고 결국 애비는 화병으로 죽고, 아들녀석은 친구들에게 성범죄자에 정신병자로 몰려서 엄청나게 괴롭힘 당했다고 들었지."
"제, 제 남자친구를 아세요?"
그 말에 무토가 기뻐하며 흐느끼자 이토는 살짝 의아해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이름은 또 뭔데?"
"저는, 무토 사유리라고 해요."
이에 이토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밌어하면서 대답했다.
"그 녀석 참 좋은 여자친구 만나서 인생 제대로 대박 터뜨렸군 그래."
그러자 무토는 민망하게 미소지었다. 이토가 다시 말을 이으려고 할 때 앞에서 한 남자가 나타났다. 일행은 그걸 보고 너무 두려워 벌벌 떨었다.
온 얼굴에 피로 얼룩진 그 남자 귀신이 나타난 것이었다.

"여보세요?"
"저, 형사님! 진짜 큰일 났습니다! 그 귀신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러자 파칭코를 하던 사이토가 불쾌해하면서 대답했다.
"뭐야? 또 그 지겨운 소리야? 헛소리 집어 치우고 빨리 하던 일이나 해!"
"진짜라니까요! 경찰서 다녀갔던 그 남자가 만나고 있다고 신고가..."
경찰의 말에 사이토는 그만 화를 참지 못 하고 고성을 아주 사납게 질렀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마라! 이 무능한 얼간이 새끼야!"
그리고 기계를 사납게 주먹으로 쾅쾅 내리쳐 댔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수군수군거렸다.
전화를 끊은 그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가 짜증을 내며 밖으로 나온 사이토가 중얼거렸다.
"오늘 밤은 무섭기는 하니 친구 집에 가서 자야겠다."
그리고 차를 몰고 외곽을 빠져나갔다. 가로등도 없는 한적한 곳에 차가 이르자 사이토가 불쾌해하면서 또 중얼거렸다.
"에이, 그러고 보니 마음이 급해서 하필 여기로 와 버렸네. 평소에 잘만 돌아서 가다가 또 오니까 너무 무서운데."
그러다가 자동차 불빛 너머 앞 길가에 한 사람 같은 것이 저 멀리 보이자 사이토는 깜짝 놀라 속도를 천천히 늦추면서 짜증을 냈다.
"아니. 저 미친 년은 또 대체 뭐야? 지금 이 시간에 무슨 혼자서 이런 길가를 막 돌아다니고 그러는 건데?"
그는 여자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다시 속도를 올리려고 했다. 그러다가 여자의 얼굴을 본 사이토가 의아해하면서 생각했다.
"뭐지? 어디서 본 얼굴 같은데?"
호기심이 일자 그는 차를 몰고 천천히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와 눈이 마주치자 사이토는 살짝 놀랐다.

"으으, 귀신이야. 무토, 어서 도망치자. 차라리 다음에 오는 게 낫지 않아?"
"괜찮아요. 저도 무섭기는 하지만 제 뒤에 붙어 있으시면 두려워하실 것 없어요. 저건 귀신이 아니니까요."
"그, 그래. 그렇구나. 어, 뭐?"
그녀의 말에 이토는 영문 몰라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만 놀라서 소리질렀다.
"뭐야? 저게 귀신이 아니었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분명히 죽었다고 알았는데..."
무토는 피로 얼룩진 얼굴의 남자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저씨, 귀신 아니죠? 정말 죄송해요. 제가 더 빨리 왔다면 다치지는 않았을텐데... 흑흑! 여기 이 아저씨 뉘우치러 오셨으니까 제발 용서해 주세요."
그러자 어두운 표정의 그 귀신, 아니 남자가 대답하는 것이었다.
"나도 알아요. 두목님 잘못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절 죽도록 내버려 둬서 서운하기는 했어요."
이에 이토가 놀라서 무토에게 말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얘가 살아있었다고? 그걸 무토 네가 어떻게 알았었어?"
"사망사고 뉴스가 안 떴으니까요. 저는 구급대원들을 따라 병원에 갔는데 마스크를 쓴 간호사 분들은 무슨 예방을 해야 한다면서 저를 들여보내 주지 않았고, 게다가 저도 그 아저씨 분이 하도 아무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보니까 아저씨가 돌아가신 줄로만 알아보리고 며칠 방황하다가 여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되었어요."
"그게 내 여동생 마키야. 귀신 이야기를 내가 들려줘서 다른 친구들한테도 자랑한다고 떠들고 다녔거든. 유토, 얼굴의 피는 어떻게 된 거였니?"
"모두를 속인 것 같아 너무나 죄송해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면서 죽은 사람으로 여겨지고 일터에 안 나가야 괴롭힘도 안 당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었거든요. 붉은 액체는 제가 도축장에서 아는 형에게 부탁해서 얻어온 염소 피에요."
한동안 모두 말이 없었다. 오래 망설이던 이토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유토에게 말했다.
"내가 잘못했다, 유토. 정말 미안해."
"괜찮아요. 전 다 나았고 여기 고마우신 아가씨 분 생각해서 다 잊어 드릴게요."
무토는 이에 감격스러워 하면서 유토를 자기 품에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몸을 풀고 유토가 무토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 예쁘세요. 특히 목걸이를 그 예쁜 목에 걸고 있으니까요."
"진짜요? 고마워요! 오빠도 멋있으세요."
그러면서 무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한테 그때 뭐라고 속삭이셨던 거였어요?"
"아, 그게... 그냥 저는 잘못 없고, 사실 경찰에서..."
그러면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하자 이토가 괴로워하면서 말했다.
"모든 죄를 사죄하는 진실한 마음으로 내가 대신 다 알려 주마. 사이토 형사는 파칭코를 좋아하고 이런 괴담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니, 지금쯤 파칭코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중일 거야."
그런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들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일행은 그 모습을 보고 너무나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여자는 손에 쥔 것을 그들 앞에 휙 던졌다.
바닥에는 사이토 형사의 잘린 머리가 굴러오는 것이었다.
"꺄악!"
무토는 너무나 무서워서 벌벌 떨고 얼른 일행을 자기 품에 안았다. 그리고 여자의 살기 어린 표정을 보고 급기야 이빨까지 떨었다.

온 몸과 얼굴이 검붉은 피로 잔뜩 물들고 그림자가 없는
진짜 귀신이었다.

4일 전.
"사이토 형사님, 안녕하십니까."
입구에 사이토 부부가 들어서자 이토와 모든 야쿠자 부하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토는 사이토 부부를 정중하게 자기 방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그에게 큰 손가방을 두 손으로 정중하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형사님."
이에 사이토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얼마나 되는지 물어봐도 되나."
"1백만 엔은 넘을 것입니다."
이 말에 사이토가 웃자 이토와 사이토 아내 역시 같이 호탕하게 하하 웃었다. 이때 재채기 소리가 들리자 둘은 놀랐다. 이토가 얼른 나가보자 이를 문으로 엿보고 있던 유토가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이토는 낭패감을 느끼고 온 얼굴이 굳어졌고, 순간 사이토는 있는 대로 화가 나서 유토의 뺨을 세차게 후려갈겼다.
"으악!"
유토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사이토가 소리쳤다.
"네가 뭔데 감히 나와 이토 동생이 만나는 자리를 엿보고 지랄이야! 이런 죽일 놈의 새끼가! 야, 이토! 이 녀석 뭐하는 놈이야!"
요란한 소리에 부하들이 뛰어나왔다. 이토는 고개를 연신 숙이며 애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둔한 놈이라 저렇게 무식한 짓만 골라 가면서 하는 것이라... 진짜 제 잘못입니다. 부디 한 번만..."
"지금 이게 사과로 끝낼 일이야? 안 되겠어. 저 녀석 끌어다가 반드시 죽여 버리도록 해."
그러자 유토는 겁을 집어먹었다. 이토와 부하들이 당황했고 이토가 손을 빌면서 사정했다.
"아니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살인까지 하라니요! 저는 절대로 그런 짓만은..."
"죽이라면 죽여!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아? 내 손으로 너부터 죽여 줄까?"
그리고 권총을 꺼내들어 이토에게 내밀자 이토는 벌벌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토는 매우 노여워하면서 명령했다.
"반드시 오늘 밤 이내로 죽여버리도록 해. 알겠어? 나 잘못되면 너와 네 일터도 다 끝장이야!"
"아, 알겠습니다."
이토는 괴로워하며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부하들이 강제로 유토를 끌어내었고 유토가 울고불고 하면서 간곡하게 소리쳤다.
"두목님! 제가 잘못했어요! 목숨만은 살려 주세요! 용서해 주세요! 네?"
유토가 끌려냐가자 사이토는 짜증을 내면서 포도주를 들이켰고 이토는 뒤돌아서서 크게 자책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날 밤.
사이토는 자기 아내인 가토와 함께 파칭코 가게로 들어섰다. 파칭코를 하던 사이토를 보던 가토가 말했다.
"저기, 그런다고 진짜로 죽이라고 하면 어떡해요. 그 아이가 불쌍하잖아요."
"불쌍할 것 없어. 그 놈이 죽어야 내가 살아. 알겠어?"
이에 가토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휴대폰을 열었다. 그러면서 사이토에게 물었다.
"내일 나 오랜만에 어머니 집에 다녀와야겠어요."
"그래? 하긴 만난지 오래 되기는 했지. 가시와에 산다고 했어?"
"네. 기차 타고 빠르게 다녀와야죠. 특급 열차인 히타치를 탈 거예요."
"그냥 가지 마. 당신도 못 믿겠어."
그러자 가토가 앙칼지게 받아쳤다.
"뭐라고요? 제정신이에요?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어머니도 못 만나러 가게 하면 어떻게 해요?"
"가지 말라면 가지 마! 남편을 뭘로 보는 거야? 하여간 여자라는 것들은 쓸데없는 인정만 많아서 탈이야!"
이 말에 속이 상한 가토가 열이 올라서 사람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게 소리질렀다.
"아무리 내가 남편을 사랑해 왔다지만 그러는 당신은 나한테 해온 것이 뭐가 있어요? 맨날 목욕도 당신이 먼저 하게 양보도 하고 옷도 당신이 입으라는 것만 항상 입어 왔어요. 그랬는데 그 놈의 권력에 눈이 멀어 그 어린 애를 죽이라고 하더니, 뭐 이참에 나도 죽여볼 생각이에요?"
"뭐야?"
사이토는 화가 나서 주먹을 치켜들려다가 사람들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손을 내리면서 한참 멍하니 서있다가 대답했다.
"에이, 몰라. 그럼 가면서 생각해 볼 거야. 진짜 믿을 만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때 보내주도록 하지."
그리고 신경질을 내면서 먼저 밖으로 나가 버렸다. 가토는 그런 뒷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밖으로 따라 나갔다.
가토가 차에 타자 곧 사이토는 차를 몰기 시작했다. 가로등 없는 외딴 곳으로 차가 움직이자 가토가 의아해하면서 말했다.
"근데 당신. 왜 하필 이런 곳으로 차를 모는 거예요?"
"아, 이런. 생각 없이 차를 몰다보니 이따위 곳으로 와 버렸네. 별 수 없지. 어차피 지름길이니 오히려 잘됐다."
가토는 등을 돌려 암흑뿐인 바깥만 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차가 멈춰서고 이에 가토가 놀라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이었다.

묵직한 외마디 소리와 함께 권총으로 얼굴을 세게 얻어맞은 가토는 얼굴에 피를 흘렸다.
사이토는 아내를 차 밖으로 끌어낸 다음 몽둥이를 꺼내서 치고 치고 또 쳤다. 온 몸과 얼굴이 피로 물든 가토는 힘없이 숨을 거두어 갔다.
흥분한 사이토는 시체를 끌어다가 으슥한 야산 한 군데에 갖다 던졌다. 그리고 식칼을 꺼내어 마구 난도질을 했다.
"헉, 헉... 봉지도 없지 그러고 보니까... 에라 모르겠다."
시체를 방치한 사이토는 칼을 깜빡한 채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얼른 차를 몰아 자리를 떠 버렸다.

조금 전.
여자의 얼굴을 본 사이토는 놀라다가 그만 중얼거렸다.
"이, 이건 아내? 당신이 이 시간에 혼자 왜 여기 있어?"
차에서 내린 사이토는 멍한 가토의 얼굴을 보고 어리둥절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 순간, 사이토는 엄청 무서워 하면서 그만 작게 소리를 내었다.
"아, 아내는 분명 그 때 죽었었는데... 왜 지금 여기에 아내가 살아 있었던 것이지...?"
그러자 여자는 곧 온 몸과 얼굴이 피투성이로 변했다. 그런 가토의 모습을 보자 사이토는 너무 무서워서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탕!"
사이토는 권총을 쐈지만 가토는 아무 끄떡도 없었다. 이에 사이토가 벌벌 떠는 순간, 여자는 달려들어 그 식칼로 가토를 마구 찌르고 또 찔렀다.
"으, 으윽... 으아아악아..."
형사는 엄청난 고통을 느끼면서 비명을 질러보려 했지만 극심한 고통에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 했다. 여자는 엄청나게 무서운 살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사이토 형사의 몸과 얼굴을 칼로 찌르고, 찌르고, 또 마구 찌르면서 그렇게 사이토는 얼굴과 몸에서 피를 내뿜으면서 고통스럽게 죽어 갔다.

"도망쳐요!"
무토가 소리치자 일행은 망설였다. 이에 그녀가 다급하고 절실하게 뒤돌아보자 일행은 미안해하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귀신은 천천히 식칼을 들고 다가왔다. 무토는 무서워서 벽에까지 밀려 몸을 기대었고 그런 그녀의 목에 귀신은 칼을 들이대었다.
너무 무서워서 그만 균형을 잃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무토는 피가 묻은 시퍼런 칼날이 자기 목에 닿는 것을 느끼면서 눈을 꼭 감고 벌벌 떨었다. 불쌍한 그녀는 공포감에 질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자기 목젖에 차디찬 칼날이 닿자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러자 움직이는 목젖을 따라 칼도 살짝 움직였다.
여자 귀신은 피가 벌겋게 묻은 두 손을 무토의 목에 천천히 갖다 대었다. 그녀는 울면서 흑흑 흐느꼈고, 귀신은 양손으로 무토의 목을 점점 강하게 조르기 시작했다.
"커억, 컥... 크흑..."
목이 졸리는 고통이 계속되자 무토는 괴로워서 눈을 살짝 떴다. 무서운 눈빛의 그 여자 귀신이 자기를 노려보는 것을 본 그녀는 정신이 희미해지자 자기 눈에 식칼이 다시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여자 귀신은 다시 그녀의 목에 칼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 목젖에 갖다댄 칼을 움직이려는 그 순간...
무토는 목젖에 대어진 칼에 자기 목이 베어지는 듯한, 마치 그런 고통 비슷한 느낌이 가득히 드는 기분과 몽환 속에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괜찮아?"
그 소리에 정신이 든 무토가 눈을 뜨자 자신은 병실에 누워 있었고, 자신을 부른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남자친구인 시바타 유토였다.
옆에는 또다른 유토와 이토 등 자기 일행들도 와서 걱정에서 기쁨으로 바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토는 시바타를 보자 너무 기뻐서 울먹이면서 말했다.
"나 병문안 와 준 거야? 고마워! 난 안 죽었으니까 절대 걱정하지 마!"
그러면서 무토는 시바타를 끌어안고 그의 입술에 뽀뽀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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