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였지만 여자는 간 곳 없고

  한숨 머문 깔딱 고개 서

  애망한 인생 뒤안길 바라다보니

  간당 갈망에 이어 온 삶이라

  가슴 한 켠이 휑하여라

  어느 날에는 팔 다리가

  여느 적엔 어깨허리가

  끊어질 듯 부서질 듯이

  시름없는 고통으로 이어지니

  켜켜이 쌓인 게 아픔이라

  문밖에서 서러움만 오도카니

  자식이 알까 서방이 알아줄까

  세상 뉘라서 알아줄까

  가슴골 골짜기서 터진 봇물

  목구멍으로 차올라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어

  그제사 자아를 찾아 헤매이니

  황혼 녘 인생 들판에

  이내 갈 길 어디 메인가

  꽃으로 피었으되 잎으로 사라질

  허무로 물든 쓸쓸함이여

  여자의 길은 멀고도 멀어

  창가의 바람을 베고 누웠지만

  눈가에선 이슬 꽃이 만발이라

  바람 베개가 촉촉도 하였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