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이란  /김경미

갑자기 다리를 저는 일

순식간에 눈이 머는 일

심장 부서지기 직전의 일

너무 큰 옷 속에서 몸이 어쩔 줄 모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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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목의 반쪽을 새빨갛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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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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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만 붉은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살아남은 장미의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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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진 무릎 색깔을 가졌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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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네 날아가네 날아가네

기러기 같은 손목과 발목

유족의 심장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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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바꾸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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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처럼 첫눈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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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다섯 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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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계절 내내 하도 몰래 드나들어서

11월 날씨만 제일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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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진정

누구를 진정 사랑했는지

미안해지는 일

미안하다 말 안 하려 입을 꾹 다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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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민음사,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