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최수일
뚜르 2023.05.15 12: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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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 최수일

 

 

저녁 어스름이 서둘러 마당으로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시집 안 간 고모가 부리나케 안방으로 달려가고

아래채 툇마루에 쪼그려 앉은 할배는

곰방대로 마루 끝을 탁탁 치며

음 으흠, 연신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삽살개는

안절부절못하고 마당을 돌며

안방을 힐끔거리고 어느 누구도

나를 아는 체하지 않았다

집안을 떠도는 무슨 슬픔 같은 것에

온몸이 짓눌린 나는

엄마를 부를 엄두도 못 내고

안방 앞에 서 있는 기둥을 잡고 빙글빙글 돌기만 했다

뒷산 어디에선가

수만 리 먼 데

월동에서 갓 돌아온 새끼 뻐꾸기가

그날의 마지막 울음을 큭큭 쏟아냈다 그러니까

내가 네 살인가 다섯 살이었을 때

은하수가 뒤란 울타리에 오롯이 내려앉기라도 한 듯

하얀 찔레꽃이 뭉텅뭉텅 피던 날

찔레꽃같이 하얀 천에 싸인 내 누이가

할배 팔에 안겨

달빛에 촉촉이 젖고 있는 호미산 어느 산등성이로 떠난 밤이었다

- 힐링문학상 수상작, 2022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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