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고봉밥 /이영옥
뚜르 2023.05.11 16: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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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고봉밥 /이영옥

 

 

육중한 그 집 대문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어

누가 사는지 본 사람이 없었다

겨울바람이 가랑이를 늘이며 높은 담을 올라갔다

술 취한 사내가 담벼락에 욕설을 퍼부어도

그 집은 끝내 묵묵부담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면

옷깃을 한 번씩 더 여미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보안등은 수상한 눈빛을 흘려보냈다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그 집의 산수유나무가

물집이 툭툭 불거진 가려운 팔뚝을 긁적였다

개나리는 조롱조롱 노란 궁금증을 매달았다

그 집의 대문이 열린 것은 혼자 살던 노인의

부음이 꽃잎처럼 떨어진 날이었다

외국에 사는 아들내외는 너무도 담담하더란다

석 달이나 지나 발견된 해골의 구멍 안에는

캄캄한 외로움이 그렁거렸다고 한다

목련나무가 꽃등을 내리고 조문을 끝내자

대신 이팝나무가 하얀 고봉밥을 가득 담아

담 위로 고개를 쭈욱 내밀고 있더란다

잘 먹어야 그리움도 훤히 켤 수 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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