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아침에 /이해인
뚜르 2023.04.09 10:00:57
조회 219 댓글 0 신고

 


 

+ 부활절 아침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 창문을 열고
봄바람, 봄 햇살을 마시며 새들과 함께
주님의 이름을 첫 노래로 봉헌하는 4월의 아침

이 아침, 저희는 기쁨의 수액을 뿜어내며
바삐 움직이는 부활의 나무들이 됩니다.

죽음의 길을 걷던 저희에게 생명의 길이 되어 오시는 주님
오랜 시간 슬픔과 절망의 어둠 속에 힘없이 누워 있던 저희에게
생명의 아침으로 오시는 주님

당신을 믿으면서도 믿음이 흔들리고
당신께 희망을 두면서도 자주 용기를 잃고 초조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사소한 괴로움도 견뎌내지 못하고
일상의 시간들을 무덤으로 만들며
우울하게 산 날이 많았습니다.
선과 진리의 길에 충실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당신을 배반하고도 울 줄 몰랐던
저희의 어리석음을 가엾이 보시고
이제 더욱 새 힘을 주십시오

미움의 어둠을 몰아낸 사랑의 마음
교만의 어둠을 걷어낸 겸손의 마음에만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스며들 수 있음을
오늘도 빛이 되어 말씀하시는 주님

주님이 살아오신 날
어찌 혼자서만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어찌 혼자서만
주님을 뵈오러 가겠습니까

부활하신 주님을 뵙기 위해
기쁨으로 달음질치던 제자들처럼
한시바삐 뵙고 싶은 그리움으로
저희도 이웃과 함께
아침의 언덕을 달려갑니다.

죄의 어둠을 절절히 뉘우치며
눈물 흘리는 저희의 가슴속에
눈부신 태양으로 떠오르십시오.
하나 되고 싶어하면서도
하나 되지 못해 몸살을 하는
우리나라, 우리 겨레의 어둠에도
환히 빛나는 새아침으로
어서 새롭게 살아오십시오.


(이해인·수녀이며 시인, 1945-)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중복글 관련 안내드립니다(2019.07.01)  (5)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8)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8)
오늘도 가을 길목에서 /운봉 공재룡  file new 뚜르 33 23.10.03
천숙녀의 [개천절]  file 모바일등록 new 초로김 104 23.10.03
추억이라는 거 쉽게 잊혀지지 않더라  file new 솔새 74 23.10.03
♡가장 소중한 사람이있다는 건 ♡밴드에서   모바일등록 new 백두산 94 23.10.03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new 직은섬 132 23.10.03
그리움에게 / 곽재구  file (1) 뚜르 148 23.10.02
민들레 홀씨의 노래   (1) 도토리 96 23.10.02
행복한 코스모스   (2) 도토리 105 23.10.02
연인의 노래   (2) 도토리 91 23.10.02
의대생이 철학원 차린 썰   (1) 12하나야마 105 23.10.02
가을꽃 국화  file 모바일등록 (1) 블루아이스 256 23.10.02
모든 것이 나 자신에게 달려있다   (1) 직은섬 129 23.10.02
천숙녀의 [가을 빈손]  file 모바일등록 (1) k남대천 209 23.10.01
내 영혼이 나에게 충고했네   (1) 직은섬 163 23.10.01
♡소중한 당신에게 전하는 마음의 편지♡다음 카페 에서   모바일등록 (1) 백두산 146 23.10.01
10월의 기도 /靑草청초 이응윤  file (1) 뚜르 186 23.10.01
가을 여인 2   (2) 곽춘진 166 23.10.01
세월여류 (시)/ 이선형   (1) emfhd 143 23.09.30
삶의 잔잔한 행복   (2) 직은섬 224 23.09.30
9월을 보내면서 /김남식  file (1) 뚜르 151 23.09.30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