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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동화 2023.03.31 1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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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햇살 소인을 찍어 편지를 띄웁니다.

 

 

어떤 사연은 무거워서 강물에 내려놓고

또 어떤 사연은 두근거려 산비탈을 넘지 못합니다.

 

 

그대가 꽃의 마음을 물어물어

편지 한 장 원한다면

 

어머니에게 보내는 안부는

장독대 근처에 놓아두겠습니다.

 

아버지의 삽자루가 꽃혀 있는

논둑에도 내려놓겠습니다.

 

먼데서 가끔 달을 볼지도 모를

누이의 뒤란도 노랗게 밝혀야겠지요.

 

 

사랑은 마른 논에 논물 들 듯

천천히 적시는 것이라고 쓴 편지는

더 오래 더 먼 기슭까지 보냅니다.

 

 

차마 전하지 못한 편지들은

누군가의 안부를 기다리는 이의

간절한 담벼락에 내려놓겠습니다.

 

봄이 끝나기 전에

어느 눈 밝은 이가 꺼내보겠지요.

 

 

누가 펴 봐도 노랗게 웃을 얼굴을 기억하며

홀씨 하나하나 안부를 섬깁니다.

 

글/ 허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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